지난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주요 공약으로 교권 강화를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이는 전교조 내에서 적지 않게 나온 주장이다. 이 주장이 왜 문제인지 보여 준 과거의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5년, 정부는 대학 입시에 학교 성적(내신)을 반영하겠다는 내신등급제를 추진했다. 이것은 그간 입시가 대부분 수능으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수능 시험을 3년 동안 12번 치르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집회를 하자는 ‘괴 문자’가 돌 정도로 청소년들의 불만은 엄청났다.

장학사, 학생 부장 교사 등이 교복 입은 학생들을 잡아서 돌려보내고, 반 번호 등을 확인하고, 교육청은 공문으로 학생의 집회 참가를 금지하는 등 온갖 훼방 속에 5월 7일 광화문에 1000명이 모였다. 그해에도 청소년 몇 명이 시험을 치다가 학교에서 투신하는 등, 그들 뒤에는 경쟁 교육에 분노한 학생 수백만 명이 있었기에 그 행동은 큰 정치적 효과를 냈다.

그러나 전교조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내신등급제에 찬성했다. 입시 경쟁에 고통스러워하는 제자들의 분노에 공감을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어쨌든 입시는 필요하지 않냐 하는 생각이나, 학교 성적을 입시에 반영해야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겠냐(그러니 교사도 덜 힘들지 않겠냐)는 등의 현실론을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을 게다.

늘 그렇듯, 좌파가 조금 연 오른쪽 공간에 진짜 우파들이 치고 들어왔다. 우익들은 입시에 학교 성적을 반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대학들이 더 많은 학생 선발권을 가지도록 고교 등급제, 본고사, 기여 입학제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런 역사는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재 전교조 일각의 주장들과 오버랩된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런 고통의 근원에는 경쟁과 억압을 강화하는 자본주의 교육이 있다. 대안으로 경쟁과 통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해야 하고 이제까지 전교조는 그런 주장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교권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사들의 고통을 학생들 탓으로 돌릴 위험이 크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도 찬성할 만한 교권 강화를 주장한다. 그러면 학생 통제를 강화하라는 우익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것이고, 오히려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 커져 교사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현실론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단지 현실을 인정할 뿐이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