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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과 함께 김용균 씨의 죽음을 추모하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 참가했다. 집회는 제대로 된 진상 조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내가 활동하는 학내 마르크스주의 동아리 친구들은 1차 집회부터 계속 참가해 왔다. 학내에서 고 김용균 사망 사건을 알리고 항의 운동을 건설하려 청소 경비 노동자들과 함께한 캠페인을 했는데, 이때 참가한 동아리 친구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님 어머님의 말씀처럼 “사회에 진출하면 6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 된다. 또, 우리 청년 학생들은 그간 “회사에서 인간 취급 못 받고 아무런 저항도 못하다가 나라에서 구조적으로 살인” 당하는 일들을 자주 접해 왔다. 매일 일하러 가는 곳이 ‘살인병기’가 되어도 정부는 이를 차갑게 외면해 왔다. 사람이 죽어가도 상황이 바뀌지 않고 되려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죽음의 외주화 철폐 문제가 학생들의 미래와 관련 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디아코니아 목사님들과 오산 지역에서 온 난민 5명도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 6월에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다.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힘들고 답답했다는 난민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1월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 참가한 예멘 난민들이 “안전한 일자리를 원한다”라고 직접 적은 팻말을 들고 고 김용균 동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미진
ⓒ이미진

집회를 마치고 우리는 난민들이 함께 뒤풀이를 했다. 내가 대화한 한 난민은 우리 나이 또래의, 한때는 대학생이었던 친구였다.

우리가 학내에서도 ‘난민 혐오 반대’ 캠페인을 하고, 지난 12월 8일 ‘난민 혐오 반대 대학생 행동’에 참가했다고 말하니 그는 반가움이 가득한 눈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 친구는 자신도 김용균 씨 사망 사건을 듣고 슬펐다고 말했다. 자국에도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많았다며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 청년이 일하다가 죽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참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한국 정부가 차별하는 난민들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구조적으로 “살인” 당할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나는 문재인 정부는 그간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외면해 왔고 오히려 기업들의 편에 섰다고 이야기하며, 마찬가지로 정부는 난민 인정에 책임이 있으면서 되려 외면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겪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no good”이라고 답했다. 전쟁을 피해 살고 싶어서 한국에 왔는데, 제주도에서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지금은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구”

난민들과 뒤풀이를 마치고 우리는 그들에게 배운 아랍어로 “친구”라고 부르며 인사했다.

뒤풀이에 참가한 한 동아리원은 “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먼 나라에서 고통받고 있어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은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다른 동아리원은 “취직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를 구해도 불안정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난민과 우리가 정말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대화를 하며 난민들이 내가 목도하는 현실에 함께 분노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에 함께할 수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난민’으로 만든 전쟁과 그런 난민을 끔찍하게 차별하는 사회에 분노하고 부당함을 느끼는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가짜 뉴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트리며 난민과 한국인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처럼 묘사한다. 자본주의 운영자들과 우파는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쥐어짜면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애꿎은 난민들에게 돌린다. 이들은 난민과 평범한 사람들을 이간질하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현실에서 이들은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슬퍼하며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차별에 앞장서서 싸운다. 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자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차별은 단결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차별받는 사람들이 보호와 관리,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차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존재임을 알고 있다.

노쇠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배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없도록” 사용자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있다.

고 김용균 사망 사건 항의 운동 참가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고 위험에 몰아넣는 이윤 사회에도 분노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난민들을 양산하는 전쟁에 책임이 있으면서 자국에 들어온 난민은 차별하는 국가와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우리는 함께 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