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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보수당 정부를 궁지로 모는 테리사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

지난주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난맥상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총리 테리사 메이가 하원에서 두 번 패배하면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에 관한 의회 내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음이 뚜렷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집권 보수당이 과반 정당이 아닌 데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대부분이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한 것 때문에 언제든 드러날 일이었다. 이제 그것이 명명백백해진 것이다. 그러나 메이는 하원에서 자신의 합의안을 관철할 거라는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브렉시트 공포 프로젝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청중은 두 부류다. 첫째 부류는 유럽연합 잔류파와 온건 탈퇴파다. 정부는 영국이 유럽연합과의 합의안 없이 3월 29일에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면 하늘이 무너질 것이라는 괴담을 퍼트려 이런 사람들을 겁 주려 한다. 둘째 부류는 강경 탈퇴파다. 메이의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으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는 이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선데이 타임스〉는 내각에서 흘러나왔음이 확실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일단의 잔류파 의원들이 “지극히 영국적인 방식의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 그 내용인즉슨, 이들이 의회 주도권을 장악해 [유럽연합 회원국의 탈퇴 방법을 담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늦추려 한다는 것이다. 메이 정부의 이런 전술들은 속이 너무 훤히 보여서, 15일로 예정된 의회 표결에서 메이가 참패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럼에도 메이가 희망을 품는] 두 번째 이유는,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합의해 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정은 특히 보수당 하원 평의원들이나 [북아일랜드의 왕당파 정당인] 민주통일당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에서 하는 것일 터이다. 즉, 남·북아일랜드 간 국경 개방을 유지하는 안전 조처 때문에 영국이 유럽연합에 영구적으로 발목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는 ‘노 딜 브렉시트’[합의안 없는 브렉시트]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메이와 “계속 공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통일당이 만족할 만큼 유럽연합이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조기총선

배배 꼬인 의회 내 모략이 점점 난장판이 돼 가지만 대중은 그저 구경꾼이 돼 있다는 것이 현 상황의 최대 문제점이다. 2차 국민투표 실시가 이런 수동성에서 벗어날 한 방법일 수도 있다. 노동당 우파와 (〈가디언〉, 〈채널4 뉴스〉 등) 유럽연합 잔류 지지 언론들이 제러미 코빈에게 이를 점차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다. 당연히, 이런 “민중의 투표”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한 것이다.

만약 국민투표를 다시 치르게 되면,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에 요구하는 해묵은 패턴을 재현할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국민투표를 거듭 치르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런 술책이 하원의원 다수의 지지를 얻을 것 같지는 않다. 잔류파 의원들 다수는 브렉시트 지지 표가 압도 다수였던 2016년 국민투표 당시의 ‘국론 분열’이 재현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교착 상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코빈은 1월 10일 웨이크필드에서 한 연설에서 그 방법을 제시했다. 코빈은 계급 적대가 영국 사회를 둘로 쪼개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2016년 국민투표 때]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는지 아니면 탈퇴에 투표했는지가 진정한 분단선이 아닙니다. 노동을 하고 부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다수와, 법과 규칙을 제정하고 [경제적] 열매를 독식하며 대개 탈세하는 소수 사이의 분단선이 진짜 분단선입니다.”

그리고 코빈은 노동계급의 단결을 촉구했다. 코빈은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던 토트넘 사람과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했던 맨스필드 사람을 [사례로 들어] 비교하면서, 둘 모두 저임금·부채·불안정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저임금·부채·불안정이지 서로가 아닙니다.”

코빈의 조기총선 요구는 “급진적 노동당 정부”가 선출될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 탈퇴파·잔류파 노동자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긴축에 맞서는 대안을 제시할 정부 말이다. 문제는 노동당이든 노동조합 지도부든 누구도 코빈의 조기총선 요구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월 12일 민중회의가 주최한 시위에 5000명밖에 모이지 않은 까닭이다. 잉글랜드 남부 지역의 급진좌파들은 이날 시위에 성심성의껏 동원했지만 노동조합과 노동당은 거의 동참하지 않았다. 만약 코빈 자신이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대중 집회를 호소하면, 국회의사당에 있는 모략꾼들에게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 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추천 책

브렉시트, 무엇이고 왜 세계적 쟁점인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김영익·김준효 엮음, 책갈피, 156쪽,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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