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사장, 언론들은 ‘노 딜 브렉시트’[합의안 없는 브렉시트] 이후 상황이 어찌 될지 겁에 질려 있다.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기업 수익이 타격을 입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공식화되는 3월 29일 오후 11시[영국 시각]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을 결정하지 못하면, 관세·무역·여행·인권 등을 두고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맺어진 기존 규약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이 주로 어느 방향이 사장들에게 좋을지를 두고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겁에 질린 말들은 대체로 무역 문제를 두고 나온다.


합의안이 없으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은 영국 기업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재화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수출입 신고를 할 필요도, 수입 관세를 낼 필요도 없다.

영국이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면 이런 상황이 바뀔 것이다. 사장들이 기업 수익의 타격을 걱정하는 까닭이다.

영국화물수송협회의 알렉스 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은 국경을 통제해 비회원국에서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연간 화물차의 대수를 제한한다.

“[화물차 진입] 허가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유럽연합 탈퇴 후] 통과가 허가된 화물차 숫자가 영국 기업이 이용하는 화물차의 숫자보다 모자라게 될 커다란 위험이 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수입하는 식료품·축산 가공품을 대상으로 보건·안전 검역을 시행한다. 국경 검문소에서 반드시 검역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영국-프랑스 사이 교통 요충지인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에는 국경 검문소가 없다.

유럽연합 회원국들로부터 상품을 수입할 때 영국 기업들이 관세를 물어야 할 수 있다. 영국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들은 통관 신고를 거쳐야 할 것이다. 검역도 받아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사장들은 특히 [주요 통관항인] 도버항을 거치는 수입 상품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을 걱정한다.


주요 통관항인 도버항에 관한 ‘팩트체크’

매년 약 1200억 파운드[한화로 약 173조 원] 규모의 상품이 도버항을 통해 영국으로 수입된다. 영국 전체 수입의 17퍼센트 정도다. 매일 최대 10만 대의 화물차가 도버항을 이용한다.

도버항을 거치는 수입 화물 중 많은 양이 (화물차가 바로 타고 내릴 수 있는) 페리를 통해 들어온다. 지난해에만 290만 척의 페리가 도버항을 이용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화물차를 적재하고 입항·출항했다.

2017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브렉시트로 인한 통관 절차 강화로 발생할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관 때문에 화물차 한 대당 대기 시간이 지금보다 최대 40초가 더 지연될 경우에는 출항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 시간이 지금보다 대당 70초가 길어지면 출항이 6일 지연될 것이며, 대당 80초 이상 지연될 경우 “전국적 교통 체증”이 발생해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이게 다 ‘브렉시트 공포 프로젝트’ 때문인가?

‘노 딜 브렉시트’ 상황이 자아낼 끔찍한 일들에 대한 경고가 많다. 예컨대 한 신문 기사는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비행 금지 조처를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행기들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영공에 진입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식료품·의약품 고갈이나 물가 폭등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무슨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곧 그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리라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영국 항공사들이 유럽연합 탈퇴 전에 영공 진입 허가 관련 협상을 미리 해 두면 될 일 아닌가.

총리 테리사 메이와 사장들이 ‘노 딜 브렉시트’를 재앙으로 묘사하는 것은, 메이의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유럽연합이 비회원국 지배계급들과 경쟁하는 회원국 지배계급을 보호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연합은 브렉시트를 감행하는 영국을 벌 줘서 다른 회원국들이 탈퇴를 꿈도 꾸지 못하도록 하려 한다.

유럽연합 탈퇴보다 잔류가 사장들에게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자 애쓰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기업을 보호하고 수익 흐름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사장들의 클럽이다. 유럽연합은 [비회원국들에] 추가 제재를 가해 유럽연합 회원국과 비회원국 사이의 무역 흐름을 관장한다.

그러나 법률과 규칙은 영원불멸한 자연 법칙이 아니다. 바꿀 수도 있고, 맞설 수도 있다.


‘노 딜 브렉시트’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로울까?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중의 근심은 이해할 만하다. 정부와 사장들이 그런 근심을 부추기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들은 그것이 자신들이 줄곧 원하던 바를 추진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규제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노동자들의 보건·복지를 삭감하는 것 말이다.

세계 5위 부국에서 식량 부족 사태 발생을 우려하는 것 자체가 체제의 실패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다.

유럽연합에 남든 탈퇴하든 [이 체제에서] 대중의 기본적 필요가 충족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노 딜 브렉시트’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부담을 지는가다.

물류 전문가 앤드루 포터는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든 아니면 관련 기업의 수익이 타격을 입든 누군가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격

지배자들이 브렉시트를 빌미 삼아 대중[의 삶]을 공격하는 데 맞서 투쟁해야 한다. 노동조합들은 무역 협정 개정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할 수 있다.

사장들이 수익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올리려 하면 항의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 지배계급은 자기들이 위기에 빠지면 늘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하려 든다. 자신들의 지배적 지위를 지키려고 우리를 괴롭히고 협박한다.

그리스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적인 정부가 선출됐는데도 유럽연합과 관련 기구들은 혹독한 긴축 정책 도입을 밀어붙였다.

만약 지금 총리가 제러미 코빈이었다면 사회 상층부 인사들은 코빈이 [브렉시트] 위기의 주범이라며 갖은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다. 위기가 점차 심화할 때면 (예컨대 혁명적 상황에서) 지배계급은 조금치도 주저하지 않고 군대를 동원해 대중의 반란을 분쇄하려 들 것이다.

지배계급의 협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 지배계급에 맞서야 한다.

오늘날 영국 지배계급은 [영국 자본주의의] 상대적 ‘안정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안정성’이 돈벌이에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자본주의의 ‘안정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안정성’은 평범한 사람들은 조금만 얻어가는 반면 부자들은 더 부유해진다는 뜻이고, 지배계급이 대중[의 삶]을 공격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된다는 뜻이다.

보수당과 사장들이 위기에 빠진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위기를 해결할 책임이 사회주의자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체제의] 위기를 더 심화시키고, 보수당을 몰아내고 이 썩어빠진 체제를 끝장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추천 책

브렉시트, 무엇이고 왜 세계적 쟁점인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김영익·김준효 엮음, 책갈피, 156쪽, 6,500원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