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들에게 대량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들이 올해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제로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내가 강의했던 경기대학교 수원 본교에서는 시간강사들에게 강의를 주지 않겠다는 공식방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나도 올해 1학기 예정됐던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고 해고됐다.

한양대·중앙대학교·경희대학교·추계예대·성신여대 음대 시간강사도 모두 해고됐다.

1월 14일 경기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김어진 해고 강사 ⓒ강철구

이번에 해고 위협에 놓인 시간강사들과 소통하면서 이미 1~2년 사이에 시간강사를 제로로 만든 대학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성신여대와 성균관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의 강의를 전임교수들로 넘기는가 하면 겸임교수 혹은 초빙교수를 고용하고 있다. 초빙교수는 연봉이 1200만 원에 4대 연금 지급 의무가 없다. 해고된 시간강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양대는 4대 보험증 가져오면 초빙교수로 고용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타 직장에 고용되면서 강의를 하는 겸임교수의 경우 강의료를 깎아 임용하고 있다.

강사법이 현재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이 법안에 명시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강사법 통과 뒤 국회에서 2019년 강사법 시행 예산으로 288억 원이 배정됐지만 이 금액은 매우 불충분하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등 개정 강사법 시행을 위해 추가되는 비용은 최소 2700억 원이다.

강사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투여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매우 불충분하고 강사법에 강사 고용 기간 연장 등이 포함되니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 전에 강사들을 구조조정하려고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그 직격탄을 시간강사들이 맞고 있다. 

학습권 침해

시간강사들의 해고는 대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학습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대학교에서 외국인 전용 교양과목은 모두 없어졌다. 내가 했던 경제학의 이해 수업을 포함해서 강좌 십 수 개가 깡그리 사라진 것이다. 외국인 학생을 담당하는 경기대학교의 주무부처인 국제교류처는 교양대학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며 ‘시간강사료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서’라고 답했다. 외국인 학생이 1000여 명이나 되는 경기대학교뿐 아니라 많은 대학들은 국제화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대학생들을 유치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수업했던 중국과 베트남 학생들이 고향에 있는 틈을 타서 만족도가 높았던 교양 수업들을 모두 폐강시키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 사례는 여러 대학에서 확인되고 있다. 가천대학교는 과목당 학생 수를 20명에서 40명으로 늘렸고 수업시수를 16주에서 15주로 줄였다. 일부 학교는 졸업학점까지 축소하고 있다. 등록금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이번 사태를 앞두고 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 분회는 파업을 통해 강사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 분회는 농성을 하고 대구대 분회는 파업을 준비하며 항의를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노조가 없는 여러 대학의 강사들은 소리 없이 해고되고 있다. 

돌아보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불충분한 상황에서는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 전에 대량해고로 대응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한교조, 전강노 등 강사단체들이 결함 있는 강사법을 지지해 준 것이 아쉽다. 이 법안의 문제점을 곰곰히 따져보지 않았던 나 자신도 반성이 든다. 

그러나 나처럼 노조 분회가 없는 대학들에서도 해직됐거나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시간강사들이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헌신적으로 강의해 온 강사들을 강사법 시행 전에 단칼에 해고하는 대학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가 높다.

대학들을 규탄하고 또 이런 상황에 사실상 뒷짐지고 있는 교육부와 문재인 정부에게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시간강사들을 모으고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 공대위)와도 연대해 강사 해고에 맞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강사 공대위는 한교조, 민교협, 교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모인 연대체로, 최근 강사 고용 유지 등을 요구하며 교육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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