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반대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병원은 개설 허가가 난 뒤 9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진료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늦어도 3월 초에는 진료를 시작할 듯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번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운동의 쟁점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이윤선

현재 제주도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제주KBS가 신년 기획으로 도민여론조사를 했는데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57.4퍼센트로 여전히 높게 나왔어요. 동의한다는 대답은 34.7퍼센트밖에 안 되고요. 보통 어떤 결정이 내려지고 나면 반대 목소리가 좀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은 거죠. 사실상 제주도정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론조사는 제주도민 중 3000명의 의견을 기초로 한 것인데요. 제주도민 중 설문조사 대상이 된 사람의 수가 수십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 대표성이 상당히 큰 편이에요. 그러니 원희룡 도지사의 결정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반대하는 건 완전히 이해할만한 일이죠.

사실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원희룡 도지사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었어요. 박근혜 세력과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고요. 제주도 출신으로 꽤나 크게 성공한 인물이라는 평이 영향을 끼쳤겠죠.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제주도에서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은 매우 강한 편이었거든요. 농촌이 많고 고령층이 많아도 적어도 60대 연령층까지는 영리병원 반대 여론이 다수입니다. 15년에 걸친 운동의 효과라고 할 수 있겠죠.

제주도에서는 여전히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있고요. 분위기도 매우 활발하다고 전해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주도 측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도청 앞에 쳐 놓은 천막을 강제 철거했는데요. 기층의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지 제주도 인권위원회가 제주도 측에 시정공고를 낼 정도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 민주당도 처음에는 영리병원 반대 성명을 안 내다가 여론이 나쁘니가 뒤늦게 반대 성명을 냈고요.

진보정당들의 역할도 큽니다.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이 모두 적극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론조사 당시부터 제주도 전역에 배너를 걸고 반대 홍보물을 반포하고 신문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 〈주간조선〉이 ‘영리병원, 난민… 제주도는 왜 시민단체 성지됐나’하고 짜증 섞인 보도를 했는데 현재 제주도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이제 제주도민운동본부의 방향성과 조직화에 대해 더 깊이있는 토론이 필요하죠.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우회 투자 의혹 ⓒ자료 출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2014~2015년 박근혜의 의료민영화에 맞서 싸운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도 재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적 운동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원래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 문제는 전국적 이슈였어요. 이번에 뻥 터진 건 원희룡이 전국적으로 욕을 먹으면서 급부상한 거죠. 마치 2013년에 홍준표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가 전국적으로 욕을 먹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원희룡은 자기 예상보다 반발이 커서 놀란 눈치에요. 처음에는 문제 없다더니 이내 법적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말도 했거든요. 문제가 되면 법을 바꾸겠다고 하는 둥, 조례를 바꾸겠다고 하는 둥 수세적으로 말했는데, 사실 그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말이죠.

서울에서도 두 차례 촛불 집회가 있었는데, 저는 초기에 참가자가 좀 적더라도 촛불집회는 이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 그런 활동을 벌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차적으로는 영리병원을 철회시켜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고 있는 의료 영리화 정책에도 맞서 싸워야 합니다. 원격의료, 의료기기 규제완화, 영리자회사, 건강관리서비스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정책들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 포용정책’을 추진하겠다는데 사실 이 ‘혁신’이라는 부분이 의료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일부 온건한 노동조합들도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내몰고 있어요. 이를 중단시키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부에 항의하는 운동으로 나가아야 하겠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력을 갖춘 노동조합들이 적극적인 구실을 해 줘야 합니다.

그동안 노동조합들이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매우 큰 기여를 해 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 등 병원 노동조합뿐 아니라 건강보험노조도 전국 모든 지역에 지부를 가진 노동조합이거든요. 이런 노동조합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은 전국적 운동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노동조합들의 경우, 조합원들 입장에서 생각해도 안 싸울 수 없는 문제에요. 당장 노동조건 등에 커다란 영향을 주니까요. 

1월 3일에는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요. 정문을 막고 선 제주도청 직원들을 뚫고 건물 앞까지 밀고 가서 항의 시위를 했어요. 이날 보건의료노조 소속의 젊은 활동가들 수백 명이 집회에 참가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덕분에 제주도의 활동가들도 크게 고무됐어요.

지난해 한국에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크게 두각을 드러냈는데요. 사실 병원 노동조합은 이 두 운동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는 부문이에요. 그래서 대구가톨릭대병원,한림대 성심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젊은 여성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강력한 투쟁들이 벌어지고 승리를 거뒀죠. 

따라서 영리병원과 문재인 정부의 의료 영리화에 맞선 투쟁의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노동조합들이 이 투쟁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매우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운동을 건설해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랑 싸우자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건설해야 해요. 사실 의료 영리화는 경총의 대정부 요구 중 첫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자본가들의 요구가 강해요. 여전히 다른 산업에 비해 이윤율이 높은 편이라 이쪽에서 이윤 획득의 기회를 찾는 거죠. 문재인 정부는 이런 자본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얼마전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은 “세계 바이오 시장이 1500조 원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원 정도밖에 못 합니다.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 원은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했죠. 문 대통령은 ‘의대·약대에 우수한 인력’ 운운하면서 격려했습니다. 1500조 원은 세계 의약품 시장 전체 규모인데 그 중에 수백조 원을 가져온다는 것은 과장도 엄청난 과장이고요. 게다가 이 서정진 회장이 원격의료 AI(인공지능) 진단기기, 간호사 파견업까지 사업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최근에 밝혔습니다. 보건의료분야를 ‘바이오·헬스’ 비즈니스로 부르면서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것이 삼성을 비롯한 셀트리온과 같은 이런 자본들의 ‘4차산업혁명’ 전략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부는 지속해서 규제 완화하겠다는 거구요. 그게 기업과 이 정부가 하겠다는, 하고 있는 일인 거죠

당장 정부의 승인 과정에서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침묵하고 있어요. 직권 철회시킬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불가능한게 아니에요.진주의료원 폐원 때에는 민주당이 정부에 직권 철회를 요구했었습니다.

요컨대 첫째, 제주도 현지의 운동을 지원해야 하고요. 둘째,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지 영리병원 뿐 아니라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항의하는 운동을 건설해야겠죠. 셋째,노동조합이 적극 나서서 실질적인 운동 건설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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