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표결에서 대패한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그 후 야당들과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상징적인 행보다. 메이가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을 회담 상대에서 배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메이는 2016년 11월에 자신이 정한 “레드 라인”[한계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밝혔다. 즉, 브렉시트 후 영국은 유럽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모두 탈퇴하고,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주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연합은 2018년 11월 합의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의 안만 낼 것이다. 영국녹색당 하원의원 캐롤라인 루카스는 메이와의 대화 이후 이렇게 말했다. “메이는 자기가 정한 한계선 때문에 자승자박인 상황이에요.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메이는 지금까지도 보수당 우파와 [북아일랜드 우파 정당이자 연정 파트너인] 영연방병합당(DUP)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것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1월 16일 코빈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 투표에서 메이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영연방병합당 덕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연방병합당은, 유럽연합이 애써 브렉시트 합의안에 포함시킨 ‘안전장치’를 기를 쓰고 반대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 ‘안전장치’인즉슨,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에 잔류시켜야만 남-북 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개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인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영연방병합당으로서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1998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과 영국 사이의 평화협정[벨파스트협정]이 존속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안전장치’ 마련이 정당화됐다. 그러나 남-북 아일랜드 간 국경을 개방할 방법이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1922년 아일랜드 남부가 자치권을 획득한 이래로 영국과 아일랜드는 공동여행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는 1965년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보강되기도 했다.

국경 개방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샌부가 공동여행구역 조항이 재가동될 수 없는 이유로 드는 것은 이렇다. “유럽연합은 국경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즉 ‘안전장치’는 유럽연합이 제국주의적이고 팽창주의적인 기구로서 국경 경비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을 계속 개방하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일랜드인들이 국민투표를 해 남-북 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완전히 없애 버리고 통일 아일랜드공화국을 수립하면 된다.

비현실적 한계선을 내세운다고 비난받는 것은 코빈도 마찬가지다. 그 한계선이란 코빈이 17일에 헤이스팅스에서 했던 이런 연설로 요약된다. “우리[영국]의 대안은 향후 무역 협정에서 항구적 관세동맹 문제에 관해 영국이 발언권을 갖는 것에 기초해 있다. 강력한 단일시장 관계, 노동권·환경 규제·소비자 권리 등에서 최소한 유럽연합 수준을 유지한다는 확약[이 그런 것들이다].”

전자는 터무니없는 조건은 아니다. 현재 스위스는 유럽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별도의 무역 협정을 맺을 수 있는 상태다.(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번번이 딴죽을 걸지만 말이다.) 코빈 안의 문제점은, 코빈이 추진하려는 대안적인 경제 정책을 좌절시키고자 유럽연합이 (특히 수입 통제를 두고) 영국에 대가를 치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이스몰만

그러나 코빈에게도 대응책이 있다. 메이처럼 코빈도 브렉시트 후에는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 노동자들이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는 원칙적 측면에서 재앙적 실수다. 이주의 자유를 제한하면 영국에 거주하는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 300만 명 이상의 권리가 위협받게 되고, 그러면 노동계급 전체가 분열해 힘이 약해진다. 이민자가 “문젯거리”라는 주장에 뒷문을 열어 주는 효과도 있다.

전술적으로도 실수다. 코빈이 이주의 자유 옹호라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가면 좌파적 입장에서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뻗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사람들 중 다수는 옳게도 영국에 사는 유럽 대륙 출신자들이 핍박받는 것에 분노한다.

[코빈이] 이주의 자유를 옹호하면, [이후] 영국에서 노동당이 집권할 때 악질적인 메이의 보수당 정부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이미지를 줄 것이다. 심지어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영국의 협상력을 키워줄 수도 있다. 반면 이주의 자유 제한을 내걸면 여러 선택지를 배제하는 것이 정당화될 것이다.

노동당이 이주의 자유 옹호 입장을 취하면 정치적으로도 큰 반향이 있을 것이다. 메이가 수렁에 빠진 지금, [조기] 총선이 시행돼 코빈이 영국의 운전대를 잡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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