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는 제주 영리병원 허가 발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선 단체 중 하나다.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촛불 집회에도 적극 동원했다. 특히 1월 3일에는 수백 명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원정 투쟁을 가 제주도청 정문을 뚫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박민숙 부위원장을 1월 22일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기자회견 직후 만났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녹지국제병원 허가 과정에 대한 부실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우회 투자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는데요. 심지어 지금 가압류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2017년 10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이었고요. 이 판결에 근거해서 10월 31일자로 가압류 돼 있는 상태예요. 청구금액은 1218억 원이에요. 대우·포스코·한화 건설이 청구권자입니다.

더 확인은 해 봐야 하겠지만 제주도가 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허가 과정이 부실했다는 얘기고요. 가압류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개설 허가를 내줬다면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해야겠죠.

제주도 조례 16조 3항을 보면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투자 실행의 가능성, 투자 규모, 재원조달 방안 등이 다 있어야 개원 허가를 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가압류가 1200억 원이나 돼 있다면 투자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는 거예요. 

제주도 측은 허가 이후에 가압류 사실을 알았다거나, 병원 장비는 가압류할 수 없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데 저는 이런 공무원은 모두 파면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영리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해 준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고발할 계획이에요. 현 보건복지부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요. 우리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영리병원 안 하겠다고 한만큼 법률에 근거해서 직권취소하라고 요구한 거예요.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지난해] 10월 4일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한 뒤에 10월 10일경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주도에 찾아갔다는 겁니다. 가서 ‘개원 관련해서 명확한 입장을 내 달라. 많이 힘들다’ 이랬다는 거예요.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서 10월 12일에 녹지병원에 공문을 보내서 134명의 고용승계 가능 여부와 손해배상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녹지병원은 현재 병원을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주도가 병원을 인수하거나 제3의 인수자를 찾아달라는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이걸 구두로 전했고 제주도가 직접 기록해 뒀다는 거죠. 이게 KBS 단독 보도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완전히 도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박민숙 부위원장이 녹지국제병원 가압류 정보가 담겨있는 등기부등본을 기자에게 보여 주고 있다. ⓒ조승진

1월 3일 보건의료노조의 제주도 원정 투쟁이 제주도 현지 운동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하고 보건의료노조는 12월 12일 중앙집행위원회와 전국지부장 연석회의를 열었어요. 이 자리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우자는 결정을 했고요. 산하 지부(병원) 로비마다 영리화 저지 100만인 서명을 받기로 했어요.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거거든요. 

또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12월 5일부터 잘 싸우고 있는데, 중앙에서는 이게 잘 언론에 보도가 안 되서 잘못하면 제주도에 고립된 투쟁이 될 거라는 걱정을 했어요. 사실은 전 국민의 사안인데 제주도에 한정된 특별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1월 3일에 시무식과 투쟁결의대회를 제주도에 가서 하자 이렇게 된 거예요. 1월 3일 오전 11시에 전국 180개 지부 지부장과 전임자 300명이 노조 사무실 문을 닫고 원정 투쟁을 갔습니다. 

도지사 면담도 요청했는데 당일 오전에 제주도지사가 자리에 없으니 의견서만 받겠다고 답이 온 거예요. 집회를 하는 중에 그 답변을 받았어요. 우리가 500명 가까이 모여서 의견을 전하려 했는데 도지사가 일방으로 자리를 피하려 하니 도의 입장을 듣겠다고 진격투쟁을 한 거죠. 한 시간 이상 몸싸움을 벌여서 제주도청 정문을 뚫고 건물 앞까지 갔어요. 그래서 세 시간 가까이 집회를 하고 마무리를 했죠.

참가자들 일부는 다음 날까지 남아서 제주 영리병원 반대 깃발을 들고 제주 올레길을 돌면서 선전전을 했어요. 도민들이 박수도 쳐주시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 힘이 났다는 얘기를 제가 전해 들었어요. 


보건의료노조가 영리병원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우리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20년 넘게 투쟁을 해 왔어요. 국민과 함께,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20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강화 그리고 공공의료 확대·강화를 해 왔어요. 영리병원도 16년째 막아 왔는데 이게 이번에 뚫리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국민의 건강권도 지켜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는 거예요. 

또, 영리병원은 주식회사 병원이에요.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서 배당금을 돌려주는 구조로 돼 있죠. 이렇게 되면 의료가 상품이 되는 거고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거예요. 근데 병원이 돈을 버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거죠. 당연히 인력도 줄이게 될 거고 비정규직이 늘어날 거예요.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외쳤지만, 지금도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못 되고 있는데 말이에요. 

이것은 이미 미국 사례에서 드러났어요. 미국이 20년 전에 영리병원을 서너개 허가했다가 지금은 19퍼센트가 영리병원이 됐고, 미국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서 직원 수가 6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있어요. 지금도 병원 노동자들이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일하는데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더 축소되겠죠. 구조조정과 각종 노동권 저하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재앙이 될 거예요.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재가동의 의의를 말씀해 주십시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2014년 3월에 만들어졌죠. 그 당시 민주노총, 한국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93개 노동·시민·의료 단체가 모두 모여서 박근혜 정권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제동을 걸었어요.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을 200만 명이나 받기도 했고요. 중요한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그 성과로 일정 정도 의료 영리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리면서 잠시 활동을 중단했는데요. 이번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막아 온 영리병원이 뚫린 거예요. 도저히 이 상황은 안 되겠다 해서 박근혜 정권에 힘차게 맞짱 떴던 범국본을 재가동해서 투쟁을 확산해 나가자고 나섰습니다. 

아마도 문재인 정권에서는 굉장히 뼈아프게 생각할 것 같아요.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명확히 경고를 하는 겁니다. 촛불 민심으로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영리병원에 반대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촛불을 배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만약 문재인 정부가 지켜만 본다면 우리는 공범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범국본을 재가동하면서 힘있게 싸우자고 한 거예요. 범국본은 지금 99개 넘는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요. 더 많은 단체들이 동참할 거라고 봅니다.

인터뷰 당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범국본 재가동은 문재인 정부에게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조승진

3월 4일까지 개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투쟁 계획은 어떤 건가요?

보건의료노조는 1월 23~24일 충주에서 전국 지부장·전임간부 수련회를 열어요. 여기서 다시 한번 조직적 투쟁을 결의할 거예요. 정말로 영리병원을 강행한다면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그냥 말로만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2월 11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에 영리병원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전국 집중 집회도 계획돼 있습니다.

제주도민 운동본부와 함께 2~3월에는 제주도청 앞과 녹지국제병원, 녹지그룹 앞에 집회 신고를 내기로 했어요. 개원 움직임이 있다면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다시 원정 투쟁을 갈 겁니다. 1박 2일이 되든 2박 3일이 되든 녹지국제병원 앞에 진을 치고 싸울 겁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180개 병원 로비에서 주 1회 벌이고 있는 영리병원 반대 서명도 계속될 거고, 이제 추위가 좀 누그러지면 민주노총 등과 함께 전국적으로 거리 서명전도 나설 계획입니다. 고려대학교병원 지부는 이미 지난주에 거리 서명전을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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