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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하태경은 워마드 공격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을 이용하려는 수작

바른미래당 하태경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 ⓒ출처 하태경 페이스북

바른미래당 의원이자 최고위원인 하태경이 1월 23일 “워마드를 해부한다”는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초 한 방송에서 “워마드를 올해 내로 끝장을 내겠다”고 공언하더니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하태경은 워마드를 “우리 사회의 암적인 요소”로 꼽았다. 그리고 워마드의 해외 서버를 인터폴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태경은 워마드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암적 존재”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는 전부터 “워마드의 혐오 조장”이 “일베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성범죄 영상물과 여성을 모욕하는 게시물이 대거 올라오고 그밖에도 세월호 희생자 모욕 등 온갖 반동적 퇴행을 일삼은 일베를 워마드와 비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워마드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여성 운동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물론 성범죄자가 아닌 남성들까지 싸잡아 욕하는 워마드의 분리주의는 그 운동의 성장에 한계를 부과했다.

그러나 워마드의 분리주의는 사회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 줘야 한다. 워마드도 페미니즘의 한 형태로, 기존 사회가 근본적으로 성차별적이라는 올바른 인식을 다른 페미니즘 형태들과 공유한다.

물론 그 인식이 사회 체제가 여성을 차별한다고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차별한다고 보는 것이므로, 급진적이기는 해도 마르크스주의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마르크스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의 차이이므로 일베 따위를 두둔하는 하태경 같은 우파 정치인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파 정치인들이 워마드를 비난하는 것은 다른 관심사와 이해관계, 즉 여성 차별의 수혜자로서 차별을 옹호할 뿐 아니라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사회 문제들의 책임을 워마드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워마드가 남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혐오”)이 어쩌다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을지 몰라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워마드는 미러링을 했을 뿐이고 오히려 젠더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보수 우파이다(“여자는 집안일 신경쓰고 아이들이나 잘 키우라”며). 보수 우파의 젠더 차이 강조와 워마드의 젠더 차이 강조는 비대칭적이고 불비례적이다. 지배계급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보수 우파가 비할 데 없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속죄양 삼고 악마 만들기

하태경의 워마드 속죄양 삼기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인기 하락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베를 폐쇄하자는 민주당이 워마드는 계속 감싸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성가족부의]방관과 침묵이 워마드의 혐오 문제를 부추긴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정부 안에서 워마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도 발표하겠다고 올해 초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국회 토론회는 바른미래당이 ‘청년 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로 열린 첫 행사였다.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갖기 시작한 20대의 지지를 얻어 내려고 워마드를 악마로 만들려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토론회 사회를 본 것도 이런 의도에 부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하태경의 거짓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워마드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력하게 성토했다. 워마드와 그 동맹자들의 불법촬영 항의 운동이 크고 기세가 좋았던 비결이다.

그리고 청년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괴로운 삶(‘헬조선’)은 워마드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하태경과 이준석의 행보는 바른미래당이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헛소리임을 보여 준다.

대다수 청년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강요하는 것은 불황이 상시적이다시피 지속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와 그 수혜자들이다. 문재인 정부와 보수 야당들은 서로 방법이 조금 달라도 모두 이 체제를 더 착취적이고 더 차별적인 방향으로 개혁하려 한다. 그들은 경제 침체의 고통을 평범한 여성과 남성에게 떠넘기면서, 서로 비난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오세라비의 동참 유감

하태경, 이준석 등 우파 정치인들이 주최한 이런 수구 우파적 토론에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가 동참한 것은 유감이다. 〈노동자 연대〉가 일찍이 오세라비 주장의 난점들과 그의 간헐적인 백래시 활동 동참을 경고한 것이 옳았음이 확인된다.

워마드의 약점이 오세라비의 이런 분별력없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노무현을 지지하며 노무현의 참여당에서 전국여성위원장을 맡았던 오세라비는 새 세대 페미니스트들을 훈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과거를 성찰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더는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오히려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오세라비의 주장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여성 차별에 반대하고 여성의 평등과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우파나 자유주의자의 워마드 공격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오른쪽으로부터의 비판에서 워마드를 방어하면서 워마드 전략의 궁극적 비효과성을 극복할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