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목) 청와대 앞에서 ‘시간강사 대량해고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고발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 강사법의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고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최근 ‘분노의 강사들’(대량해고에 분노하는 대학 강사들의 네트워크)이 결성됐다. 이제까지 부산대 등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의 분회가 있는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들이 파업이나 항의를 하며 해고에 맞서 왔다. 그러나 분회가 없는 대학의 강사들은 소리 없이 해고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강사들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단체를 만들고 저항에 나선 것이다.

ⓒ이미진

이날 고발대회는 분노의 강사들, 한교조,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 공대위)가 공동주최했다. 또 성공회대 학생들도 10명 가량 참가했다. 성공회대는 최근 강사 20퍼센트가 해고됐고, 강의 수십 개가 줄어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재를 위해 기자들도 많이 참가해 시간강사 대량 해고 사태에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고발대회에서는 생생한 사례들이 폭로됐다.

김어진 경기대 해고 강사는 분노의 강사들이 수집한 실태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가 일회용 크리넥스입니까. 우리는 잘릴 때 문자 해고도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해서 셀프 확인해야 해고가 됐는지 안 됐는지를 압니다. '모멸감'이라는 말 외에는 우리 심정이 설명이 안 됩니다.

“[대학이 강사들에게] 4대보험증을 가져 오면 강의를 주겠다고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실력이 아니라 4대보험증의 유무를 가지고 강사를 고용하겠다는 겁니다.

“교양 과목이 대폭 축소가 됐습니다. 경기대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과목이 없어졌고, 연세대의 경우는 87개가 폐강이 됐습니다. 전공 과목 중에서도 격학기 개설 등으로 개설 횟수가 줄어든 과목이 있습니다. 배화여대는 졸업 이수학점이 80점에서 75점으로 축소됐습니다. 수강인원은 늘고 콩나물 대학 교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폐강을 유도하고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대형강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강신청 기간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지 걱정이 됩니다. 저희는 저희들의 해고가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대학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한 바가 있는지, 그리고 교육부는 제대로 감시를 하고 있는지, 청와대는 왜 뒷짐만 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즉각적인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울분을 담은 강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량해고에 분노하는 대학강사들의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 전유진, 김어진, 조이한 강사 (왼쪽부터) ⓒ이미진

전유진 강사는 “하루 아침에 대학 강단에서 내몰리게 됐다”며 발언했다.

“저는 추계예대에서 강사들을 일괄 해고하는 바람에 잘렸습니다. 그리고 숙대에서는 초빙대우교수라는 여태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명칭의 자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 교수지 강사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 자리입니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 저희가 어떻게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조이한 강사는 14년 동안 강의를 하며 느낀 대학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말했다.

“가르치는 일은 자본주의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보수를 받지 않는 시간에도 늘 일을 해야 하죠. 수업을 준비하고, 과제물을 받고, 레포트를 체점하고, 시험 체점하는 일은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이번 강사법이 그런 강사들의 처우를 아주 조금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대학들은 그걸 이유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이 자본의 수중에 들어간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만, 이제 그것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고등교육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합니다.”

강사 공대위 참가 단체인 교수노조의 노중기 대외협력위원장은 “저희 강사 공대위는 올해 합법화된 전국교수노조와 학생들, 직원들과 힘을 합쳐서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올 상반기, 올해 전체에 걸쳐서 싸워 나갈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하고 말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강사 고용 안전 지표와 교육환경 지표 등을 대학 재정 지원의 핵심 기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강사 해고에 맞서 싸워 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비정규직 교수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장희정 학생은 “벌써 많은 학생들이 여러 강의가 없어진 것에 대해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올해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해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향후에도 항의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줄어든 강의 수 때문에 2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강사 해고 문제를 알려 나가고, 3월에 서울 도심에서 집회도 열 계획이다.

“시간강사 해고는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 이날 기자회견에는 비정규직 강사를 지지하는 대학생들도 참가해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미진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지와 대학의 꼼수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자, 한 시간강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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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후 성공회대 학생들과 강사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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