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 중 “모든 국가가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을러댔다. 이어서 폼페이오는 “자유 세력[과이도]을 지지하지 않으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미국은 자신이 “자유와 법질서”를 위해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은 완전한 위선이다. 미국은 마두로 정부가 내린 미국 외교관 퇴거 명령을 거부했다. ‘전 대통령’에게는 외교권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이 적법한 국가 수반이라고 인정한 과이도는 선출된 적도 없는 자다. 미국은 마두로가 2018년 5월 대선에서 국민 다수의 표를 받지 않았다고 꼬투리를 잡지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상대 후보보다 적게 득표하고도 당선한 자다!

미국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정부 비판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예멘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전제적 사우드 왕가조차 ‘민주주의의 우방’이라고 칭송한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명분으로 라틴아메리카에 개입해 친미 독재자를 지원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부를 전복시킨 오랜 역사가 있다. 미국은 1972년에 칠레의 아옌데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배후 지원해 대량 학살범 피노체트를 권좌에 앉게 도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라파엘 비델라 군부 독재를 지원했는데, 비델라 정권은 7년 동안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3만 명을 학살한 잔혹한 정부였다. 1964년에는 브라질이 ‘제2의 쿠바가 되지 않게끔 한다’는 명분으로 군부 독재를 배후 지원했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미국 외교관과 과이도를 위협하면 마두로 정부는 중대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비서실장대행 믹 멀베이니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베네수엘라에 개입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명분 쌓기일 뿐이다. 베네수엘라의 운명을 제멋대로 결정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의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감 놔라 배 놔라

서방 지배자들이 미국을 편들고 나섰다. 1월 26일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연합 8개국은 공동 성명을 발표해 “8일 안에 새로운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과이도를 지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주권국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오만한 처사다. 유럽(연합)이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진보적이라는 생각은 얼마나 큰 착각인가.

28일에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억압적 통치로 악명 높은 이스라엘과, 나치 정당 자유당(FPÖ)이 연정에 참여한 오스트리아 정부가 후안 과이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서방 지배자들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지형을 오른쪽으로 틀어 버리려 달려드는 양상이다.

한편, 러시아는 초기부터 마두로 지지를 선언했고 26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의 협박에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그러나 이 말이 곧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민중의 진보적 의지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뒷마당”인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발목을 잡고 흔들 기회를 이용해 세계적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 러시아계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노동자 대중의 이해관계는 언제나 뒷전이다. 따라서 한 편(미국)의 제국주의를 다른 편(러시아)의 제국주의로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는 측과 우파의 정권 탈취를 지지하는 측의 두 시위가 계속 규모가 커지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주까지만 최소한 30명이 사망했다.

마두로 정부가 베네수엘라 노동자 서민에게 이상적인 정부는 아니다. 마두로 정부는 몇 년째 경제 위기에서 (한편으로는 우파에 맞섰지만) 노동자 대중의 삶을 공격하는 조처들도 추진했다. 이 조처는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우파의 전횡을 부추기고 노동자 대중의 사기를 꺾었을 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자들은 이것이 ‘사회주의의 실패’라고 고소해했다.(이에 관해서는 본지 257호 기사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사회주의의 실패인가?’를 보시오)

그러나 베네수엘라 우파는 고(故) 우고 차베스 집권 이래 사반세기 동안 있었던 모든 친서민적 변화를 되돌릴 매우 반동적인 정부를 세우려 나섰다. 베네수엘라 대중이 이들의 시도에 맞서 항의 운동을 키우고 있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좌파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에 반대하고 베네수엘라 우파의 정권 탈취 시도를 규탄해야 한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출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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