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공황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나 자본 투자율, 무역량 증가율 등에서 2008년 전보다 둔화된 추세를 이어 가고 있다.

장기 침체 속에서도 부침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세계경제가 2016년 하반기부터 반등했지만 2018년 들어서 다시 하강 국면에 진입해 있다. 한국 경제도 대체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한국 경제의 상승은 주로 반도체 호황 덕이었다.

2017, 2018년에 한국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2017년 57.4퍼센트, 2018년 29.4퍼센트에 달해,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지난해 자동차·디스플레이·철강·차부품·무선통신기기·가전·선박 등의 품목은 수출이 줄었다. 그래서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퍼센트에서 지난해 20퍼센트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에는 반도체 투자가 60퍼센트 이상 늘면서 전체 설비투자 증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반도체 설비투자도 줄어, 지난해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벌어들인 이윤량은 많았지만 이윤율 전망이 밝지 않다 보니 투자를 늘리지 않은 것이다.

2018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퍼센트 가까이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오히려 9퍼센트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을 봐도 평균값은 2016년 6.9퍼센트에서 2017년 8.3퍼센트로 늘었지만 중간값은 같은 기간 4.1퍼센트에서 3.7퍼센트로 줄었다. 상위 소수 기업만 영업이익률이 늘었던 것이다. 영업자산수익률은 한국 상장기업들의 경우 2010년 10.2퍼센트에서 2017년 5.5퍼센트로 낮아졌다.(LG경제연구원, ‘한국기업의 영업성과 분석’)

실제로 자동차 생산량은 3년 연속 줄었다. 철강도 마이너스 생산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이후 수주가 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수주량은 2011~2015년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이라 회복 속도가 더디다. 2016~2017년 호황을 기록했던 건설업도 지난해에는 투자가 4퍼센트 감소했고,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까지 둔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16년 초부터 상승했던 반도체 가격은 2018년 1분기 이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 악화의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는 감소 추세이고, 컴퓨터 시장도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2분기부터 경기 하강 추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는 최근 하강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월 20일까지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8퍼센트 줄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말미암마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치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경제 상황이 놓여 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일자리 참사’가 벌어졌다. 기업주들과 우파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 친기업 반노동 기조 신속 실행 중

문재인 정부는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친기업 기조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 임금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반의 반값’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였다.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탄력근로제 확대를 올해 2월까지 마무리짓겠다고 한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국민염금 개악, 노동조합 단체행동 제약 등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돈을 퍼주고 있다. 1월 29일 정부는 무려 24조 1000억 원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OC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던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 계획의 대부분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도로, 철도 확충, 공항, 관광지 개발 사업 등이다. 울산 공공병원 설립 등 복지 분야 사업은 2.4퍼센트에 불과하다. 건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자 건설 경기를 부양하려고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업 프랜들리 경제 상황 악화 때문에 시장주의적 성장 정책에 메달리는 문재인 정부 ⓒ출처 청와대

여기에 더해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2월에 “수출활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해외 플랜트·콘텐츠·농수산식품 등 분야별 세부 지원 방안도 순차 발표하겠다”고 했다. 1월 1∼20일 수출이 25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6퍼센트 줄었는데 긴급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래가 불확실한 수소차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며 대규모 지원을 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고도화 등을 위해서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돈은 모두 대기업들의 이윤을 보조하기 위해 쓰일 것이다.

이 돈을 노동자들을 위해 썼다면,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김용균 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 국공립 유치원 대폭 확대 등이 모두 가능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파산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윈-윈 할 수 있다는 개혁주의 전략의 파산을 보여 준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적당한 타협책은 찾기 어려워지고 계급 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가가 부결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함을 보여 줬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기업들과 정부에 맞서 굳건한 투쟁과 연대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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