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콩고 출신 앙골라인 난민 가족 6명이 억류돼 있다. 정부가 입국 허가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렌도·보베테 씨 부부와 어린 자녀들 넷이 공항바닥에서 먹고 잔 지 벌써 한 달 반이다. 

이 소식을 지난 1월 28일 탐사전문 언론 〈셜록〉이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내국인들이 이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연휴를 맞아 공항을 찾은 여러 내국인들이 옷가지나 먹을 것, 생필품, 생활비 등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은 지난해 12월 22일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콩고인들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차별과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 앙골라를 떠나며 이제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인천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회부 심사’에서 이들에게 ‘불회부’ 결정을 통보했다. ‘회부’ 결정을 받으면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만, ‘불회부’ 결정을 받으면 공식 심사 절차를 아예 밟을 수가 없고 강제송환 대상이 된다. 

〈셜록〉의 보도를 보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다 완성되지도 않은 난민신청서를 가져가 버렸고,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에게 불회부 결정 사유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고서 세 차례나 강제송환을 시도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수갑을 들어 보이며 송환을 압박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사실상의 감금 시설인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 이들을 가두려 했다.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은 송환대기실로 가길 거부하고 출국장 게이트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강제송환

한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난민 신청이 늘자 난민들의 입국 자체를 어렵게 하는 조처를 강화해 왔다.(그러나 전 세계 난민의 극히 소수만이 한국에 올 뿐이다!) 정부는 중동 등 전쟁으로 난민이 대거 발생하는 나라들을 무사증 입국 국가에서 제외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회부 심사’도 난민 입국 차단 조처 중 하나다. 

이런 국경 통제 조처는 유럽 국가들이 취하는 조처와 판박이다. 유럽 정부들도 이미 국내로 들어온 난민들을 강제 추방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점 때문에 아예 국경에서 입국을 가로막는 조처를 강화해 왔다. 지중해에서 매년 수천 명의 난민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이런 국경 통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다. 

한국에서도 공항에서 난민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한 난민 신청자들이 송환대기실에 구금되고 본국이나 제3국으로 송환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2017년 기준, 인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 중 10명 중 한 명만이 회부 결정을 받았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난민들이 소리소문 없이 국경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돌려보내졌을지를 생각하면 그 잔혹함에 소름이 끼친다. 정부의 이런 조처들은 난민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이기도 하다. 

정부는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 등 난민들에 대한 강제송환 시도를 중단하고 난민인정회부 심사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 

누구든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정부가 난민들을 이렇게 내동댕이치는 것은 본국에서 이미 고통받은 사람들을 사실상 벌주는 일이다. 

현재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은 불회부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 중이다. 그러나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제송환 위험성도 여전하다. 그간 소송 중인데도 강제출국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에게 즉각 입국을 허가하고 국내 체류를 보장해야 한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수개월 동안 공항에 억류하는 조처가 지속되면 안 된다. 

특히 보베테 씨는 건강이 매우 악화돼 있다. 보베테 씨는 혈뇨 증상이 지속돼 ‘큰 병원에서 CT촬영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는데도, 공항 내 1차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만 받았을 뿐이다. 보베테 씨가 즉각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루렌도 씨의 호소

“우리의 상황을 알려 공항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2월 4일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은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루렌도 씨가 입을 두꺼운 외투가 없다고 해 외투와 약간의 먹을거리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 외투는 오산 디아코니아 쉼터에서 지내는 예멘 출신 난민들이 챙겨 준 것이었다. 쉼터를 운영하는 홍주민 목사에 따르면, 예멘 난민들은 이들 난민 가족의 소식을 듣고는 자신들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옷가지를 챙겨줬다고 한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과의 만남과 물품 전달을 요청했지만, 인천공항 출입국 관계자는 자신이 ‘난민 담당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전화로만 응대할 뿐 얼굴을 내보이지도 않았다. 또 자신들은 입국 불허를 했을 뿐, 이 가족의 안전과 공항 내 처우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 활동가들은 참다 못해 팻말 시위에 나섰다. 공항은 연휴를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업무로 정신 없다던 출입국 관계자는 활동가들이 팻말 시위에 나선 지 10분도 안 되서 나타났다. 정부는 이 사안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적잖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듯하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인천공항 출입국 서비스센터 앞에서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 만남과 물품 전달을 요구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진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목사와 난민과함께공동행동 활동가들 ⓒ이미진

결국 출입국 측을 통해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에게 물품은 전달이 됐다.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부는 한겨울에 난민들을 공항에 방치해 두고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마저 가로막으려 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루렌도 씨가 “공항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바깥에 우리의 상황을 알려 공항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이 어서 공항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휴대전화 넘어로 간신히 루렌도 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진
인천공항 출입국 서비스센터에서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과의 만남을 요청하며 항의하고 있는 '난민과 손잡고' 활동가 ⓒ이미진
루렌도·보베테 씨 가족에게 전하기 위해 준비한 옷과 간식. 오산에 있는 예멘 난민들이 겨울옷을 보내 줬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