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년 금융 공황이 세계경제에 10년 넘도록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1월 31일 미국 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이사회의 기준 금리 동결 결정은 중요한 경제 소식이었다.

이것은 매우 두드러진 ‘무사건’(無事件)으로, 셜록 홈즈 추리소설로 치면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밤에 개가 짖지 않아서 [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단서가 되는] 흥미로운 사건” 같은 일이었다. 이를 이해하려면, 주요 자본주의 경제들이 지난 금융 공황으로 촉발된 대침체에서 벗어난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간단히 말해, 당시 주요 자본주의 경제들은 신자유주의 교리를 무시하고 곳간을 열어젖혔다. 정부에서 추가 지출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친기업 언론과 [정부 지출 덕에] 목숨을 부지한 은행들은 이를 “국가 부도 위기” 상황으로 탈바꿈시키는 교활한 정치적 술수를 부렸다.

그 결과 공공 지출 삭감을 목적으로 한 긴축 조처가 도입됐다. 그래도 경제 상황은 너무 허약해서 국가의 재정 지원 없이는 경제가 유지되기 어려웠다. 신자유주의 시절 통화 발행과 금리 설정 권한을 되찾았던 중앙은행들이 그 부담을 짊어졌다.

그 결과 “통화정책적 행동”은 주로 양적완화 형태를 띠었다. 각국 중앙은행은 민영은행들에서 국채와 기업채를 사들임으로써 금융 부문에 돈을 사실상 쏟아부었다. 그래서 민영은행들이 그 돈을 투자처를 찾는 기업들에 대출해 주게끔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각국 중앙은행은 새로운 조처들을 시행했다. 예컨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해 은행들이 돈을 쟁여 두고 있느니 빌려 주게끔 하는 것 같은 일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통화 정책은 빠르든 늦든 간에 언젠가는 반드시 “정상화”될 것이었다. 다시 말해, 금리는 위기가 정점일 때 설정된 초저금리 상태에서 다시 오를 것이었고, 양적완화는 끝날 것이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생각이 깔려 있었다.

첫째, 금융 공황과 대침체는 근본에서 건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현상이라는 가정이다. 일단 침체 효과가 끝나면 신자유주의적 “정상 상태”가 되돌아올 것이었다.

둘째, 주류 경제학의 핵심 이론인 화폐수량설이다. 이것은, 통화량을 너무 빨리 늘리면 큰 폭의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많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양적완화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된 제롬 파월 ⓒ출처 Federalreserve

그러나 연준 이사회가 거듭 깨달은 것처럼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2013년 당시 연준 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소위 “긴축 발작”이었다. 버냉키는 재빨리 물러섰다. 버냉키의 후임 자넷 옐런은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2016년 중국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면서 옐런은 이 정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연준 이사회 의장을 제롬 파월로 교체했다. 그런데 파월이 옐런의 정책을 계승해 금리를 조금씩 인상하자 트럼프는 격분했다. 연준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만기가 됐을 때 재구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연준이 금융 시장에 신규 자금 투여[양적완화]를 중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연준의 이런 정책 때문에 2016년 대선 때부터 계속됐던 미국 경제 성장 거품이 꺼질까 겁에 질렸다. 그러나 연준의 정설 경제학자들은 실업율이 하락해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올라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다시 그것이 물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실, 물가 인상 역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밤에 짖지 않은 개”다. 물가인상율 통계는 각국 중앙은행의 예측치(대체로 2퍼센트)에 못 미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각국의 실업율 통계치가 실질실업율에 못 미치는 것 때문이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구직을 아예 포기해 실업율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파월이 금리 동결을 유지하며 제시한 핵심 이유는 세계경제의 “교차 흐름” 때문이었다. 미·중 무역 전쟁 심화의 여파, 유로존(2018년 4분기에 유로존 경제는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과 중국 경제의 둔화, ‘하드 브렉시트’ 시 예상되는 경제적 충격 등.

그러나 근본적 진실은, 세계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깊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가의 도움 없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주의 좌파 경제학자 제임스 갤브레이스가 말한 “정상 상태의 종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