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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좌파가 지난 20년 동안 거둔 성과를 되돌리고자 대륙 곳곳에서 우파 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다. 1990~2000년대의 대중운동과 봉기 덕에 [라틴아메리카에서] “핑크 물결”에 속한 좌파 정부들이 집권했다.

이 정부들이 ‘21세기 사회주의’를 말하며 자유 시장 충격 요법[신자유주의]에 저항하자, 부자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전 세계 좌파들이 영감을 받았다.

이제 우파들은 권력을 되찾을 기회가 왔음을 감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국가이자 정치적으로 중요한 국가인 브라질에서 극우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집권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정치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구실을 했다.

만약 베네수엘라에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가 좌파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베네수엘라는 브라질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미국이 후원하는 독재자가 집권하고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렸던 암울한 시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다른 곳에서도 우파가 전진하고 있다.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에 매우 심각한 결함이 있기도 하다. “핑크 물결”의 한복판에 있었던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는 매우 의식적으로 개혁 정책을 외면해 왔다.

에콰도르 대통령 레닌 모레노는 대규모 사업가들과 “인민 대중”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레노는 이웃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적 위기를 피해 도망쳐 온 난민들이 에콰도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편,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는 서방 제국주의 열강이 볼리비아의 천연자원을 수탈할 수 있도록 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모랄레스가 천연가스 다국적기업들에 맞선 토착민들의 대중 운동 덕에 집권했음을 생각한다면 이는 특히 모순적인 처사다.

최근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남부 광업 도시 포토시의 염수호 우유니에서 리튬 2100만 톤에 대한 채굴권을 독일계 기업 ACI시스템스에 내 줬다.

지금 라틴아메리카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대륙 전역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제국주의에 도전하는 거대한 투쟁을 벌였던 20세기 후반과 현저히 다르다.

이 거대한 정치적 격변의 결과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이 집권할 수 있었다. 미국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중 운동이 좌파 정부 집권을 추동한 것이다.

대중 운동

당시 대중 운동은 친미 독재자를 대체한 정치인들이 공약을 어긴 것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1989년 칠레 군 장성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이 퇴진했을 때,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민주주의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격이 계속됐다.

형편 없는 처지뿐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 올 것이라는 거짓 약속에 넌더리가 난 사람들도 저항에 나섰다.

1989년에 베네수엘라에서는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즈가 집권했다. 페레즈는 선거 운동 기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 독재를 종식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하자마자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재개했다.

유가와 교통비가 급등하자 수십만 명이 저항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주변 위성도시들에서 ‘카라카소’라고 알려진 대중 봉기가 분출했다.

1990년에 에콰도르에서 대중 항쟁이 이어졌고, 1994년에 멕시코에서는 사파티스타 봉기가 분출했다. 이러한 대중 운동들이 “핑크 물결” 정부 집권의 배경이 됐다. 대중 운동이 없었다면 이들은 집권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또다시 저항이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군부 내 미국의 지원을 받는 파벌이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를 몰아내려는 쿠데타를 감행했다. 베네수엘라인 수십만 명이 차베스 석방을 요구하며 빈민가에서 대통령궁까지 행진했다.

군대는 대중의 힘에 눌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2000년에 볼리비아에서는 수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두드러졌다.

2003년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소위 “가스 전쟁” 당시 사람들은 천연가스 국유화를 요구했다. 이는 거대한 운동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볼리비아 전역에서 도로를 봉쇄하고 [정부와] 대치했다.

결국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는 권좌에서 쫓겨났다. 당시 부통령 카를로스 메자가 후임 대통령이 됐지만, 메자 역시 압력에 밀려 사임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회주의자 에보 모랄레스가 다국적기업의 천연자원 채굴 반대 공약을 걸고 2005년 대선에서 낙승했다.

“핑크 물결” 정부들이 집권하는 동력이 됐던 대중 운동과 그 정부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했다. “핑크 물결” 정부들은 당선 후 대중 운동의 사기를 꺾곤 했다.

라틴아메리카 문제를 연구한 미국인 교수 존 베벌리는 이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모순의 핵심을 이렇게 지적했다.

“‘핑크 물결’로 집권한 정부들과 이들을 권좌에 올려 준 공식적·비공식적 사회 운동 사이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가?

“사회 운동이 국가를 장악하는가? 아니면 사회 운동이 국가에 포섭돼 운동이 애초에 지녔던 급진적 동력과 가능성이 제약을 받게 되는가?”

우파의 부상에 저항할 시간은 아직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중 운동으로 돌아가, 자본주의 국가를 길들일 수 있다고 보는 좌파 개혁주의 정치인들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오직 라틴아메리카 노동계급 투쟁으로만 우파를 몰아붙이고 사장들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확대] ⓒ<노동자 연대>

“핑크 물결” 프로젝트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핑크 물결” 정부를 대안이라고 봤던 세력들은 이 정부들이 실패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서 혼란을 겪고 있다. 예컨대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존 맥도널은, 석유 의존적 경제를 다각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물론 산업 다각화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겠으나, 산업을 다각화했다 한들 세계경제 위기의 파도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21세기 초 원자재 호황 덕분에 “핑크 물결” 정부들이 사회 개혁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석유·천연가스·콩 등을 수출해 얻은 수익 일부를 빈곤을 완화하는 데에 사용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가 집권한 1998년에는 14.5퍼센트였던 실업률이 2011년엔 7.8퍼센트로 낮아졌다.

브라질도 베네수엘라와 비슷하게 대규모 재분배 정책을 추진했다.

이 모든 개혁 정책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쟁취한 실질적 조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차베스 정부를 비롯한 다른 [“핑크 물결”] 정부들은 자본주의 사회 관계는 그대로 둔 채로 개혁 조처들을 시행했다.

차베스는 부자들을 전면 공격하기보다는 지배계급과의 사회적 평화를 추구했다. 차베스는 석유 수출 수익으로 진보적 사회 개혁 정책의 재원을 충당하는 한편, 국가 자산을 민영화했고 국영석유기업 PDVSA의 통제권을 군부에 넘겼다.

모순

[21세기 초] 원자재 호황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 급성장으로 인한 [원자재] 수요 급증이 있었다. 하지만 2007년 경제 위기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특히 라틴아메리카가 타격을 입었다.

경제 위기는 2015년경에 대륙 전체를 강타했다. “핑크 물결” 정부들이 추진한 개혁 정책을 실행할 물질적 기반이 동나기 시작했다.

각국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경제 위기에 대응했다. “핑크 물결”과 가장 느슨하게 연결돼 있던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노동자당(PT) 정부는 빈민들을 공격했다. 호세프 정부는 토착 농민들이 아닌 지주들을 우대하는 법을 도입하고 실업 보험의 문턱을 높이는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모순이 매우 재앙적인 방식으로 터져 나갔다.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해외 자본에] 개방해 왔다. 마두로 정부는 다국적기업 159개가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과 합작해 아르코 미네라주(州)에서 각종 광물·석유·천연가스 채굴할 수 있도록 했다.

마두로 정부는, 사장들이 이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아르코 미네라주를 군부의 관할 하에 둠으로써 이 지역에서 헌법적 권리 집행을 유보하기도 했다.

‘카라카스 캐피털 마켓츠’의 CEO 러스 댈런은 이 지역에서 발생할 수익을 호시탐탐 노리는 탐욕스러운 기업가 중 하나다. 댈런은 이렇게 말했다. “금고가 비어 있어도 석유·금·천연가스는 여전히 땅 속에 묻혀 있습니다.

“채권 보유주들과 IMF는 앞으로 여기서 수익이 발생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배계급이 마두로를 파멸시키려 하는 지금도 마두로는 그들과 계속해서 타협하려 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과 후안 과이도 모두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거듭 요구했다. 심지어 마두로는 여당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이 멕시코·우루과이의 중재 하에 우파 야당들과의 회담에 나서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두로의 권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2014~15년에도 이와 비슷한 회담이 잡힌 바 있다. 당시 우파 야당은 회담 하루 전날에 대화를 피해 버렸다.

쿠데타와 제국주의의 개입을 막기 위해선 지배계급과 그들을 후원하는 제국주의자들이 가진 권력을 분쇄하려 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는 좌파가 자본주의에 타협하려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준다.


‘21세기 혁명’

“핑크 물결” 정부는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주의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모두에 대한 대안이라고 찬양 받았다.

차베스는 좌파가 권력을 장악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핑크 물결”을 묘사하며, 이를 “21세기 사회주의”·“21세기 혁명”이라 칭했다.

하지만 실제로 차베스가 추구한 것은, 자본주의 국가를 이용해 위로부터 사회를 바꾸려 하는 개혁주의 전략이었다.

여당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 안에는 좌파부터 우파까지 여러 정치 경향이 혼재돼 있다. 당 지도자들 중 몇몇은 후안 과이도와 만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차베스 정부 시절 외무부 차관과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을 역임했고 마두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테미르 포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차비스타’[차베스 지지·계승 운동]는 굉장히 독특한 운동입니다. ‘차비스타’ 안에는 민간 부문[대중 운동]도 대규모로 존재하지만, 군부가 이 운동에 매우 깊이 뿌리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사회 안에서 두 세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탁월했다.

포라스 역시 PSUV와 우파 야당 사이의 협상을 종용하고 있다. 이는 차베스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이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를 전적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 탓으로 돌린다.

미국의 제재가 끔찍한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엔조사위원조차 이를 대중에 대한 “경제적 범죄”라 규탄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 만든 마두로의 정치적 실책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마두로는 자본가 자산 몰수, 산업·금융 국유화 같은 전투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정책들을 집행한다는 것은, 수많은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을 위해 사장들과 자본주의 국가와 정면 충돌한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에 아직 기회가 있다. 하지만 차베스식 개혁 전략으로는 체제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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