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2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아직도 브렉시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안개 속에 있다. 조셉 추나라가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정부가 직면한 위기의 규모를 살펴보고, 좌파가 그저 관망만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의 가능성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진 테리사 메이(왼쪽) ⓒ출처 European Parliament

브렉시트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2년 반 동안 이어지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예정일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6년 여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만 해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남·북 아일랜드 간 국경 개방 문제가 가장 커다란 장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쟁점은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에 관한 문제를 유럽연합 국경 통제 문제와 연결시켰다.

유럽연합은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를 브렉시트 조건 협상에 포함시켜 남·북 아일랜드 간 국경 통제 강화를 막자고 주장한다. 연정 파트너인 보수당과 [북아일랜드 우파 정당] 영연방병합당(DUP) 내 [북아일랜드와 영국] 통합 지지자들은, 유럽연합의 주장대로 하면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인 지위에 놓이게 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를 두고, 영국의 [북아일랜드] 지배를 끝내고 통일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전(全) 아일랜드 국민투표를 하자는 《소셜리스트 리뷰》의 해법부터 브렉시트 이후에도 국경을 개방해 재화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별도 조약을 맺자는 해법까지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법들이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을 것 같지는 않다.

모호한 대안

최근 영국 의회 상황은 이렇다. 1월 29일 하원은, 총리 테리사 메이가 ‘안전장치’를 두고 유럽연합과 재협상에 나서 모호한 “대안”을 도출하라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메이 자신이 이 안을 지지하긴 했지만, 그 표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메이와 유럽연합 측 협상 담당자들 모두 그런 대안 도출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메이 정부와 영국 지배계급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아일랜드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제임스 코널리는 남·북 아일랜드 분할 결정은 양측 모두에서 “반동의 대행진”을 불러올 비극이라고 봤다. 코널리가 지금 상황을 보면 무덤에서 낄낄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널리의 경구 중 오늘날 상황과 특히 연관된 말은 다른 구절이다. “유일하게 진정한 예언자는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예언자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점을 정확히 지적한 말이다. 지금 미래에 대한 말은 많지만,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은 너무 적다.

브렉시트 때문에 혼란이 끝나지 않을 듯 보이는 것 때문에 많은 좌파들이 일종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구경꾼 노릇만 하고 있는 축도 있고, 강 건너 불구경에 넋을 잃은 사람들처럼 지금의 혼란 그 자체에 매혹된 축도 있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추측과 논란 과열, 혼란 때문에 지쳐 버린 듯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2016년 6월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국민투표를 했을 당시, 나는 보수당 정부가 약화·분열할 것이며 좌파에게 (노력하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예측하는 글을 썼다.[본지 177호, ‘브렉시트의 의미와 좌파의 지향 재설정’] 이 주장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에서 입증됐는데, 제러미 코빈이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 정부를 거의 끌어내릴 뻔했던 것이다.(거의 모두가 당시 총선 결과를 뜻밖이라고 여겼다.) 총선 후 보수당과 영연방병합당이 얼렁뚱땅 연정을 구성한 것도 보수당이 취약해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 연정 때문에 브렉시트 조건을 둘러싼 협상은 더한층 어려워졌다.

최근 몇 주 사이 위기가 더한층 심해진 것에 더해, 최근 프랑스에서 취약하고 분열한 지배계급에 맞서 대중 운동으로 독립적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프랑스판 마거릿 대처’라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를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적으로 바꿔 놓겠다고 공약하고, 중도 정치의 기수로서 유럽연합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래로부터 투쟁 때문에 몰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의 모순과 복잡성이 무엇이든, 근본에서 노란 조끼 운동은 진보적 노동계급 투쟁이 기존 질서에 맞서 도전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런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의회가 쥔 주도권을 거리·작업장·지역사회로 빼앗아 올 투쟁 말이다.

지금의 마비와 방향 감각 상실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만 투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투쟁은, 좌파와 노동운동 전반에 있는 심각한 분열을 해결할 단초다.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이냐 아니냐 자체만 놓고 보면 좌파에게 핵심은 아니겠으나, 브렉시트 문제 때문에 공통의 적에 맞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이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에 좌파적 “유럽연합 잔류파”와 “좌파적 탈퇴파(렉시트)” 사이의 분열을 가리키는 말이다.

2차 국민투표?

2차 국민투표를 치르자는 주장이 정말이지 문제인 이유 중 하나도, 그런 주장 때문에 분열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던 사람들의 견지에서 보면, 2차 국민투표 때문에 노동계급 대중이 기성 체제에 맞선 대안인 체하는 인종차별적 극우로 더 견인되는 (배신감이 드는) 고약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좌파적 탈퇴를 주장했던 많은 사람들은, 2차 국민투표가 시행되면 어쩔 수 없이 기권 선동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 유지라는 결과도, 메이 정부식 브렉시트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매우 난감해질 테지만, 그런 점에서 보면 여야 주요 의원들 모두가 2차 국민투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현 상황이 다행이기도 한 것이다.

좌파적 잔류파·탈퇴파 사이뿐 아니라, 좌파적 탈퇴 진영 안에도 분열이 있다. 영국공산당이 발행하는 〈모닝스타〉는 2018년 말 노동당 우파 상원의원 모리스 글래스먼 남작의 글을 실었다. 글래스먼 남작은 노동당 내 의견그룹 ‘블루 레이버’의 창립자로, 이 경향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답시고 사회주의를 왜곡해 보수주의·민족주의·이민자 천대를 수용하는 경향이다.

글래스먼의 글은 다음의 괴상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보수당 하원의원이자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인 제이콥 리스-모그 같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적 자결권 우선주의를 지지하면서 사회주의자들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좌파 일부도 이런 논리를 받아들인다. 좌파들은 변질된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영국 국가의 “자결권”을 위해서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들의 이주의 자유를 제약하려 든다. 설상가상으로, 잔류파와 탈퇴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주민들은 “영국인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노동계급 내 분열을 야기하는 이주민 천대 정서를 내버려 두면 [내국인·이주민 모두의] 언제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위험이 훨씬 큰데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마비와 분열의 진창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오래 전 던컨 핼러스는 “선동”과 “선전”을 구분하는 유용한 통찰을 제공했다. 핼러스는 자신의 논의를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 게오르그 플레하노프의 정의에서 출발했다. “선전은 소수 사람들에게 많은 수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다. 선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 혹은 적은 수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다.”

현실적 선전

이어서 핼러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현재 영국 사회주의자들 대부분은 수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대중을 상대로 선동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사회주의 정치 일반으로 견인하기 위해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는 기본적으로 선전 활동이다. 그러나 여기서 모호성이 발생한다. 선전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 선전과, 사람들을 행동으로 이끌고자 하는 구체적·현실적 선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실천 차원에서, 우리는 선동과 구체적 선전을 결합시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운동에 나서게끔 할 수 있는 핵심 쟁점은 인종차별 문제다. 오늘날 국제 정치에서 더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됐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이주민 통제를 위한 국경장벽을 세울 예산을 의회에서 받아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유럽 전역을 비롯한 곳곳에서 극우와 (몇몇 곳에서는) 파시스트들이 계속 성장하면서 기성 정치권이 양산하는 인종차별적 주장에 기대 자신들의 기반을 굳히고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들의 이주의 자유 문제가 거듭 제기된다.

승리는 가능하다. 최근 몇 주 동안 계속됐던 의회 내 설왕설래 때문에 놓치기 쉽지만, 메이 정부는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들에 브렉시트 이후 영주권 신청 비용 65파운드[한화로 약 9만 4000원]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소리소문 없이 철회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민장관 캐롤라인 노크스가 게거품을 물고 사수하려던 바로 그 계획 말이다.

지금이 바로 인종차별 쟁점으로 더 밀어붙일 적기다. 모든 노동조합 지부, 작업장, 대학에서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 이민자들이 [브렉시트 이후] 맞이할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예정일 직전인 3월 16일에,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가 런던·글래스고·카디프에서 연례 집중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 시위로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들에게 미칠 브렉시트의 충격 문제가 초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 이주민들을 방어하는 데에 절대 주저해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은 이주의 자유가 “4대 자유”로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즉, 재화·서비스·자본이 이동할 자유와 한 묶음로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은 이주의 자유를 나머지와 떼어 놓고 옹호해야 한다.

“긴축은 더는 안 돼! 보수당 퇴진하라!” 1월 19일 런던 시위 ⓒ출처 가이스몰만

재앙적 실수

(몇몇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일부였던 자랑스런 이력이 있기도 한) 노동당 원내 중진들이 이 쟁점에서 타협해, 브렉시트 이후 이주의 자유를 제약하겠다는 이민법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 지침을 내렸던 것은 재앙적 실수였다. 항의에 직면한 지도부는 “투표 지침” 없이 반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애초에 항의가 나오게 됐던 것 자체가 노동당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의 자유를 옹호하며 행동에 나설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준다.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는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자들에 대한 공격에만 맞서는 것이 아니다. 이 연대체는 유럽연합에 들어올 기회조차 제약당했던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해서도 투쟁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 산하 실종난민프로젝트에 따르면, 2019년 1월에만 200명 이상이 지중해를 넘어 유럽으로 오려다 익사했다. 날씨가 풀리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도버 해협에 있는 칼레항 주변에서 수많은 이주민들이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영국으로 넘어오려는 이주민들이 칼레항 주변에서 정신을 잃도록 두들겨 맞고 최루가스로 공격당하고 겨우 그러모아 온 소지품을 빼앗기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리비아 등 유럽연합 바깥 나라에 유럽연합이 세운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이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강간, 고문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수용소에 방치돼 있다.

브렉시트 문제를 두고 분열해 있는 좌파들은 3월 16일 시위의 핵심 기조인 난민 환영 요구로 단결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가 [공통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쟁점이 인종차별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이의 합의안이 부결된 후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제안했던 [메이 퇴진 후] 조기 총선 실시도 매우 합당한 요구다.

메이가 아직 총리 자리를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소한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는 그렇다) 경악스럽다는 말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일이다. 1월 15일에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하원 역사상 최대 표차인 230표 차로 패배했다. 램지 맥도널드 노동당 정부가 1924년에 140표·161표·166표 차로 패배했던 것이 그에 비할 만한 사례다. 1923년 말에 (노동당 역사상 최초로) 집권했던 맥도널드 정부는 허약하고 무능했는데, 당시 노동당 의석은 전체 615석 중 겨우 191석밖에 안 됐기 때문에 자유당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맥도널드 정부는 집권 후 겨우 아홉 달을 버틴 후 퇴진해야 했다.

의회의 무능

메이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회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무능한지를 웅변한다.

물론, 아직은 조그만 혁명적 좌파가 노동계급을 [대규모로] 조직해 조기 총선을 밀어붙일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구체적 선전을 하기에 좋은 쟁점이다. 노동당 지도부, 노동당 내 좌파 그룹 ‘모멘텀’, 대규모 노동조합은 ‘민중연합’ 등 좌파들이 제안한 조기 총선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소속 당원·조합원들을 적극 조직할 수 있지 않은가? 

[그 총선으로 집권한] 차기 노동당 정부도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코빈이 총리가 되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연기하고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위한 진보적인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안을 실현하려면 정확히 어떤 무역 협정이 필요할지는 대체로 전술 문제다. 사회주의 좌파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어느 하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국영기업 설립 규제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려면 [브렉시트 조건을 두고] 진보적 무역 협정을 맺어야 할 수 있다.

물론 유럽연합은 이런 조항들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 일부가 가정하는 것처럼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진보적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럽연합은 자본주의 이익 집단을 대변한다. 하지만 지금 제시된 선택지인 유럽연합 잔류냐 보수당 정부의 자유 시장 유토피아냐 중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는,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와 기업 이윤의 수호자 구실을 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최근 논평했듯, 코빈이 이끌 차기 정부가 이주의 자유를 옹호하면 운신의 여지가 더 생길 수 있다. 국제 연대라는 기본 원칙 때문은 물론이거니와, 노동당은 이 때문에라도 이주의 자유 원칙을 옹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여전히 기성 정치의 위기 상황이자 좌파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는 추측하고 예언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