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수강 신청 기간이 시작되며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방학 중에 각 대학들이 진행한 시간 강사 해고가 강의 축소로 이어져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2월 1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강사공대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최근 해고된 강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인 ‘분노의 강사들’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월 12일 오전 해고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분노의 강사들’과 ‘강사공대위’,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대학생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강사 수가 지난 수년간 10만 명에서 지난해 7만 5000명으로 줄었고, 이번 1학기에는 5만 명을 넘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1학기 수업을 배정할 때 강사 3분의 1이 해고됐다는 말이다.

대학 강사들은 이제까지 대학 강의의 40퍼센트를 담당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런 대량 해고는 학생들의 피해로 즉각 이어지고 있다.

각 사립대학들은 개설 과목과 졸업 필수 이수학점을 줄이고, 전임교수의 강의 시수를 늘리고, 폐강 기준을 완화하고,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늘리는 등 각종 꼼수를 쓰고 있다. 고려대는 2019년 1학기 강좌가 2018년에 비해 400여 개 줄었고, 연세대는 선택 교양 교과목을 60퍼센트 가량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화여대는 졸업 이수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고, 대구대는 강좌 200개를 줄이고 강좌 당 최대 수강 인원을 70명에서 80명으로, 전임교원의 수업 시수를 주당 13학점 이상으로 늘렸다. 이런 일은 거의 모든 사립대학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게 진행되고 있다.(기자회견문)

피해 사례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은 생생한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강사법 시행을 위한 고려대 학생모임 ‘민주광장’의 황민용 학생은 “구조조정에 따른 학생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의 수가 줄어들면서 졸업 이수학점이나 진학 이수학점을 채울 수 없어서 진학을 하지 못하고,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재수강도 불가능해진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세대 오제하 학생도 “1학년 글쓰기 수업이 70여 개에서 30여 개”로 줄었다며 학생 대부분이 문제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적립금만 5600억 원이고, 유가 증권에 투자한 돈만 1500억 원”인 연세대가 강사들을 해고하고, 수업의 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성공회대 장어진 학생은 “성공회대학교는 2년간 약 30개 수업이 폐지됐고, 지난해 128명이었던 강사 분들이 26명이 해고됐다”며 “강사들의 생존권과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고된 강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번에 성균관대에서 해고된 조이한 강사는 ‘분노의 강사들’이 강사들에게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에 바탕해 강사들의 의견을 요약해서 발표했다.

“많은 강사들이 지금 닥친 현실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생계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무너지고 있음을 바라봐야 하는 참담함 때문에 힘듭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사립대학의 눈치만 보며, 오랜 시간 공부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구와 강의를 지속해 온 강사들의 어려운 처지는 뒷전입니다.

“이렇게 대량해고를 자행하는 대학들과 그것을 방조하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는 정부와 교육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분노의 강사들’의 김어진 경기대 해직 강사가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분노의 강사들’의 김어진 강사는 강사들이 많은 부분 담당하고 있는 교양 과목들은 학생들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강사 해고와 구조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첫째, 시간강사들에 대한 고용 안정 대책 즉각 내놔라. 둘째, 관련 예산 즉각 확충하라. 셋째, 전임교수 강의 시수를 전수조사하고, 책임 강의 시수 상한 규제하라. 넷째, 해고 강사들 복직시켜라. 다섯째, 사립대학의 ‘자율권’ 제대로 규제하라.”

강사공대위 대표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사립대학들이 “8조 원이라는 적립금을 쌓아 두고 10억 원도 안 드는 돈 때문에 강사들을 해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사 해고는 교수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재정 지원을 제대로 하고 사립대학들을 감사하는 등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학별로 강사 대책위원회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도 그랬는데 촛불 항쟁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조차 고등교육과 학문을 이토록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분노의 화살은 청와대로 향해야 합니다. 강사, 교수, 대학원생뿐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대학을 뜯어 고치는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더 많은 단체와 사람들을 조직해 3월 말 집회를 할 계획이다. 또 강사법 시행에 맞춰 2학기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4~5월에 강사 해고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맞서 싸워 나갈 계획이다.

2월 12일 오전 해고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분노의 강사들’과 ‘강사공대위’,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대학생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2월 12일 오전 해고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분노의 강사들’과 ‘강사공대위’,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대학생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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