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제주 영리병원 허가 철회 집회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안 한다'는 약속을 지켜라" ⓒ이미진

3월 4일로 예정된 녹지국제병원 개원 시한을 앞두고 개설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에는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도지사 원희룡이 2018년 12월 5일 개설 허가를 했으니, 3월 4일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는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취소시킬 수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권한 밖 일이라는 이유로 나몰라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다.

승인 주체인 정부가 얼마든지 이를 바로잡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진엽은 〈뉴스타파〉와 한 인터뷰에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지난달 31일 정진엽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게다가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허가 90일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는다면, 중앙정부는 법에 명시된 권한에 따라 허가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승인과 제주도의 허가 절차에서 드러난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니다.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 의혹,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녹지국제헬스케어타운 공사 중단과 가압류, 녹지국제병원 측의 사업 포기 의사 표현 등.

제주도민 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제주도 측이 꼼수 개원, 즉 검진센터에 의사 1명과 간호사 몇 명을 고용해 일단 개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3월 4일에 개원을 하지 않는다고 병원 설립 허가가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그동안 녹지국제병원 측이 사실상 병원 운영을 포기했다는 얘기에 힘이 실릴 것이고 제주도 측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원희룡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낸 것은 문재인 정부를 믿고 한 일이다. 2017년 이후 원희룡은 이러저러한 문제를 문재인 정부와 상의해 왔고 개원을 막지 않겠다는 거의 확실한 대답을 듣고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보건복지부가 재심의하거나 심의를 취소할 수 있었지만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은 점, 강행 발표 이후 복지부장관이 ‘더는 영리병원 허용하지는 않겠다’ 하고 선을 그은 점, 2018년 12월 만료되는 녹지헬스케어타운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2년 연장한 점, 국토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JDC가 공론화 과정에 개입한 점, 녹지그룹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JDC가 대부분 물어줘야 하는 점 등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제주도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예전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JDC가 3000억 원을 물어줘야 했고 제주도는 2억 원 정도만 손해 봤다고 한다. 법적 책임도 중앙정부에 더 크게 있다는 뜻이다.)

원희룡은 2월 14일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검찰이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므로 당선무효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후 주민소환 운동 등이 벌어지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녹지국제병원 반대 투쟁은 원희룡을 넘어 문재인 정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당장 제주 영리병원 승인을 철회하고 국유화해서 공공병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범국본은 2월 15일 청와대 앞 촛불 집회에서 2월 27일 제주도 원정 집회에 이르는 일정을 발표하고 3월까지 투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투쟁에 적극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