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우파의 정권 탈취 시도로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지원하며 마두로 정부를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월 28일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 자산 동결 등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가해 베네수엘라 경제를 더한층 수렁으로 밀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 제재는 미국이 40년 전 칠레 혁명을 무너뜨리기 위해 칠레산 구리에 가했던 경제 제재와 거의 같은 내용이기도 하다.

이어서 2월 6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과이도 정부를 인정하는 베네수엘라 고위 군 장교에 대해서는 제재 면제를 고려 중”이라며, 국영석유기업 운영 등에서 마두로 정부와 긴밀히 연계된 (그래서 지금까지는 과이도에 반대하고 마두로를 지지해 온) 군부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과이도를 지지하며 ‘인도적’ 지원 물품 약 2000만 달러어치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제국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해 온 오랜 역사가 있는데, 이번에는 우파를 밀어주려 생필품 수급조차 어려운 베네수엘라인들을 볼모 삼고 있는 것이다. 

과이도는 (현재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국경에 있는) 이 물품을 2월 23일까지 국내 반입하겠다며 반정부 운동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우파는 마두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을 흔들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매점매석과 투기를 일삼아 서민 경제 파탄을 부추겨 왔다. 이들의 ‘인도주의’는 역겨운 위선이다. 

이 대목에서 일부는 중국이 ‘인도주의’ 운운하는 미국에 불쾌함을 표한 것을 높이 사기도 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 보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와 관계를 긴밀히 맺어 왔다.

중국은 2007년 베네수엘라와 석유 합작 사업을 시작한 이래 베네수엘라에 약 5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미국 제국주의를 강력 반대하면서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대중국 무역을 늘렸다.(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은 미국이다.) 그 와중에 차베스는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티베트 억압을 옹호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여러 차례 경제 제재를 가할 때도 중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관계는 이어졌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계 금융권으로 외화를 옮기고 대중국 부채를 현물(석유)로 갚았다.

이 관계는 중국에 유리한 것이었다. 외채 현물 상환 덕에 중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국제유가보다 싼값에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우파 정부들에도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최근에는 고강도 긴축으로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와 9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이 마두로 정부의 외채 상환 능력을 우려해 과이도 측과 협상에 나섰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2월 12일자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중국은 다음 날 이를 “가짜 뉴스”라며 부정했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은 2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모든 정치 세력과 다양한 방식으로 밀접하게 접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우파의 정권 탈취 시도를 서방이 강력 지원하는 지금 중국은 아직 남은 외채 200억 달러 회수 등 잇속을 두고 고민에 빠질 법하다. 그러나 그런 셈법 안에는, 반동적 우파가 승리해 차베스 집권 이후로 성취된 모든 친서민적 성과를 되돌리면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고려는 없다. 

한 편(미국)의 제국주의를 다른 편(중국)의 제국주의로 견제할 수 있다고 보면 이런 점을 놓칠 수 있다.

마두로 정부에 오늘날 위기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이에 관해서는 관련 기사를 보시오),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이 우파의 정권 탈취 시도를 규탄하는 대중 운동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좌파는 미국과 서방의 제국주의적 개입을 규탄하고, 베네수엘라 대중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우파를 좌절시키기를 바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