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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 인류의 희망인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 인터뷰

Q. 최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 가지 다른 측면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뭔가 다 금방 이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엄청 많다는 거죠. 현재로선 아직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기까지는 요원하고 불가능할 수도 있죠.

윤리적 문제는 논외라 하더라도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여요. 문제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는 가능한데 그것이 어떻게 분화할지는 우리가 아직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원하는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보다 암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거든요. 파국이 되겠죠. 현재로선 우리가 그걸 이해도 못하고 있거니와 제어할 방법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해요. 어쩌면 그건 영원히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보거든요.

요새 이론 물리학에서는 ‘복잡계’라는 개념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 ‘복잡계’라고 하는 건 우리가 자연계를 해석하는 데에 사용해 온 전통적인 물리학의 중요한 패러다임, 즉 환원주의와 결정론이 완전하지 않고 보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환원주의가 의미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넓은 의미의 환원주의는 분명히 잘못된 거에요. 자연을 그런 식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하게 알려진 사실이에요.

생명현상이라는 게 ‘복잡계’의 전형인데 ‘복잡계’는 현실적으로는 제어가 불가능해요. 예를 들면 날씨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일기예보를 하루 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만 일주일도 못하고 일년 정도는 전혀 알 수가 없거든요. 그 이유가 바로 ‘혼돈’이라고 하는 비선형성 때문인데 복잡계라는 게 그런 성격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제어할 수 없어요. 생명현상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복잡계 현상이고 환경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모든 걸 결정해서 제어한다는 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요.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 생겨난 전형적인 예가 광우병이라고 생각하는 데, 광우병이 처음 소한테서 나타나게 된 건 소한테 양고기를 먹여서 생겨난 것이지요. 왜 그랬냐면 빨리 살을 찌워서 돈을 빨리 벌려고 말이에요. 풀만 먹던 소한테 고기를 갈아서 먹이면 빨리 커지긴 하죠. 비정상적인 비만이 아닐까 하지만요. 어쨌든 거기서 광우병이 생겨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광우병은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요. 단백질이 꼭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소의 뇌에서 “번식”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소의 뇌를 다 파괴하는 건데 그건 아무도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그게 지금 사람한테 옮아왔어요. 그건 고칠 도리도 없는 병이에요. 유전자 조작 작물과 식품 등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것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처음에 그런 결과가 생길 거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거거든요. 자연과학에서 과학적 사고라고 하는 건 언제나 그런 의외의 결과를 염두에 두고 현재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 미국의 주도 아래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도 실용주의, 신자유주의로 가면서 경쟁과 기술 중심으로 가고 나머진 다 무시되고 있는 거죠. 합리적인 비판정신이 필요한데 이건 당장 돈과 관계없으니 도외시되고 있지요.

Q. 황우석 교수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보고 다른 이공계 분야 연구자들이나 학생들은 한편으론 부럽지만 한편으론 불공평하다고도 얘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타까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일과 관련 없이 지난 몇 년간 계속 그랬어요. 아무래도 신자유주의 영향인 듯한데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라는 거죠.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과기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상한 이름의 대규모 연구계획이 하나씩 만들어지는데 “G7”, “프론티어”, “창의적 연구”, “NRL” 등의 예가 있지요. “창의적 연구”의 경우 한 사람한테 대개 7∼8억 원 정도를 매년 지원하는 거에요. 9년 동안 지원하는 거니까 60∼70억 원 정도 되는 건데 사실 외국에서도 드문 어마어마한 액수지요.

반면에 그렇게 되니깐 일반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많이 줄었죠. 일반 연구자들의 연구에 대한 소규모 지원은 경쟁률이 20대 1쯤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연구비가 너무 부족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에 연구비가 너무 많아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죠. 한정된 연구비 재원을 유용하게 쓰는 효율성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구비의 대부분은 응용기술 연구에 들어가요. 사실은 공학이 압도적이고 기초 자연과학 연구는 정말 얼마 안 되죠. 물리학 분야에서 받는 사람들도 제법 있지만 대부분 물리학이라기보단 공학에 가까운 주제로 받는 거에요. 실제로 “소자나 신물질을 만들어 내겠다” 이런 걸로 받는 거지요. 그러니까 진정한 기초과학 쪽으로 받는 연구비는 정말 적은 거죠.

하기는 보도에 의하면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는 2백60억 원을 지원한다니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닌 거죠. 세계에서 그렇게 연구비를 많이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물론 연구비 지원이 이렇게 막대하면 연구 성과가 엄청나게 나올 수 있겠지요. 그 밑에 박사 연구진이 수십 명이 있고, 모두 열심히 일할 터이니 엄청난 수의 논문도 낼 수 있고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실험을 하니까 그 중에 성공하는 게 나올 가능성도 높은 거지요.

Q. 정부는 기초과학보다는 당장 상업화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럴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또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교육부가 추진한 이른바 두뇌한국(BK)21 계획을 보면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명칭이 좀 어처구니없어요. 공식 명칭을 무슨 사업단으로 하라고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교육부의 대학원 교육이 무슨 사업이라는 거여요. 현재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거죠. 교육과 연구라는 게 사업이니 이른바 시장 논리 신자유주의에 아주 충실한 거지요.

농담 삼아 말하자면 옛날에는 가장 두려워하는 게 호랑이, 홍수, 지진 이런 거라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건 극히 부분적인 것이고 오히려 핵폭탄, 유전자 조작, 환경오염 같은 걸 제일 두려워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건 전부 인간이 만들어 낸 거죠. 다시 말해 기술 때문에 걱정하는 거여요. 결국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가장 두려운 것이 됐지요. 현재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청와대가 아니라 삼성이라고 여겨지는 현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과학이 기술로 응용이 됐고 그게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는데 그걸 파악하려면 다시 과학이 보여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핵 위기나 환경오염 같은 문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진정한 과학적 사고, 과학 정신으로서 한 차원 위에서 내려다봐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못합니다. 비판적인 과학적 인식과 성찰 없이 해결할 수는 없다고 봐요.

과학이라고 하는 건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문제가 생길 거여요. 과학은 열려 있는 것이고, 전문적인 지식 하나 하나보다 중요한 건 과학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거죠. 그리고 그건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거지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과학이라고 하는 건 인류의 중요한 업적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거든요. 과학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가지고 과학과 기술에 연관된 첨예한 이슈와 문제에 참여하고 공유해서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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