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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쿠데타 획책하는 베네수엘라 우파 편에 서다

2월 14일 오전 외교부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베네수엘라 우파를 지지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 대통령 선거를 [재]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가 제시한 요구다.

그러나 지금 과이도가 이끄는 우파 세력은, 선거로 집권한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끌어내리려 지난 몇 년 동안 테러·암살·폭동을 조장하고, 매점매석과 투기를 일삼아 수천만 명을 생필품 부족 위기로 내몬 자들이다.

마두로 축출에 성공한다면, 베네수엘라 우파는 우고 차베스가 집권해 도입한 모든 친서민적 변화를 뒤엎고 잔혹한 탄압을 자행할 것이다. 베네수엘라인들이 과이도와 우파에 맞서 조기 대선에 반대하며 대중 운동을 키우고 있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우파를 돕고 있다. 미국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베네수엘라에 거듭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며 마두로 정부를 압박하고, 군부가 마두로를 버리면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며 사실상 쿠데타를 부추기고 있다. 이스라엘 우익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브라질 극우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등도 미국을 따라 베네수엘라 우파를 지지한다.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완전한 위선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을 위해 라틴아메리카 친미 독재자를 지원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시킨 오랜 역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예멘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전제적 사우드 왕가조차 ‘민주주의의 우방’이라고 칭송한다.

지금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우파들은 2000년대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저항 물결 때문에 상실했던 권력을 회복하려 기를 쓰고 있다. 우파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승리한다면,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정세가 악화할 것인 데다가 한국의 우파들도 이 소식에 고무될 수 있다.

촛불을 계승한다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악취 나는 제국주의자와 우파 편에 서서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반동적인 우파 운동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하필 제국주의의 간섭·지배에 반대한 민중 항쟁인 3·1운동 100주년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 말이다. 혹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트럼프 정부의 협력을 얻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훗날 크게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