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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노조 투쟁:
사측의 강제 전보를 철회시키다

세종호텔은 지난달 퍼블릭 관리 파트(로비 청소·정리 업무)를 폐지하고, 그 부서에서 일하던 세종호텔노동조합(세종노조) 조합원 3명을 모두 객실정비파트로 발령했다(원직 복직).

퍼블릭 관리 파트는 20여 년 전부터 간접고용 파견 노동자들이 담당해 왔다. 사측은 2014년 12월 이 부문 일부를 떼어 별도 파트를 신설했다. 정규직을 퇴출하고 외주화를 확대하기 위한 지렛대였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도 이용됐다.

나를 포함해 세종노조 조합원 3명을 객실정비 업무에서 빼내 이 부서로 전보시켰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퇴직하길 내심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사측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굳건하게 버티며 싸웠다. 세종노조의 투쟁으로 강제전보 철회 요구를 이뤘다. 부분적 승리다.

아마 사법농단 관련 정치적 상황이 사측에게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주명건 회장의 사돈인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이 구속됐다. 세종노조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런 정치 상황을 이용해 사측을 압박하고자 했다. 임종헌이 검찰에 출석할 때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장면은 방송과 언론에 보도됐다. 또, 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시위에도 참가해 발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노조의 투쟁을 더 넓게 알릴 수 있었다.

임종헌의 검찰 출두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 ⓒ조승진

게다가 최근에 세종대학교 재단(대양학원) 이사장 유명환이 대형 로펌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재판을 연기시키기 위한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사측의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다른 한편, 지난해 민주노총이 꼽은 대표적인 장기 투쟁사업장들 중에 쌍용차, KTX승무원, 파인텍 등이 타결되면서 세종호텔은 남은 몇 안 되는 장기 투쟁사업장이 됐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매우 불신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부결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 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가 장기 투쟁사업장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사측에게는 부담일 것이다.

주마등

원직 복귀한 조합원들은 간만에 다시 해야 하는 객실정비파트 업무의 노동강도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마치 친정에 온 것처럼 좋아한다. 강제 전보를 받고 싸워 온 4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사측은 강제 전보와 함께 노동 통제도 강화했다. 사측은 로비에서 고객들과 구분이 안 된다, 머리카락이 떨어진다는 둥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생뚱맞게 주방 위생 모자를 쓰고 일하도록 지시했다. 객실정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지시를 했다. 우리는 이를 거부하는 투쟁을 50일 넘게 벌이기도 했다.

처음 강제 전보돼 로비에서 근무할 때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퍼블릭 관리 파트에서 일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이해하게 됐다. 다른 한편, 객실정비파트에서 일하는 룸어텐던트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기도 했다.

세종호텔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어느 파트 할 것 없이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에도 연장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늘어가고 정규직 전환은 언감생심, 재계약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멋대로 삭감해 저임금 하향평준화해 놓고는, 늘 적자 타령만 하고 경영 위기의 고통을 감내하라고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런 부당한 사측의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특히, 사측의 구조조정과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반대해 투쟁하다 해고된 김상진 전 위원장의 복직 문제가 남아 있다. 세종노조는 강제 전보 철회에서 멈추지 않고 김 전 위원장의 복직을 요구하는 더 큰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끝으로, 세종노조는 사측의 부당한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뿐 아니라 세종호텔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도 언제나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세종호텔노동조합 소식지에 보낸 글을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에 맞춰 수정한 글입니다 -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