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직후 중식 집회에 평소의 여섯 배 이상 집결한 대우조선 노동자들 ⓒ출처 대우조선지회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높은 지지로 매각 반대 파업을 결의했다. 2월 18~19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20일 열린 중식 집회에는 3200여 명(노조 집계)이 참가해 뜨거운 분노와 투쟁 열기를 보여 줬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평소 집회에 400~500명이 모인다니 상당히 많이 모인 것이다. 노조는 “정규직, 사무직, 사내하청 누구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며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본지 정기구독자인 한 노동자는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1987년 말고, 근래에 이렇게 모인 적이 없었어요. 조합원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사무직도 많이 보였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자기들끼리)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 했다고 그래요. 심지어 관리자들도 매각을 반대하고. 우리 부서의 직장, 반장도 오늘 집회에 나왔으니까.”

노동자들은 정부의 매각 방침에 불만을 토했다.

“지난 4년간 원하청 노동자 2만 명이 회사를 나가고, 임금을 반납하고, 복지를 축소했어요. 그렇게 해서 회사를 정상화시켜 놨어요. 이제 좀 제대로 살겠다고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매각을 한다니!”

“분통이 터집니다. 인력 감축이 없을 거라는 정부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정부가 한두 번 사기를 쳤어야지. 20년째 매각 얘기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속도 있게 추진되는 걸 보면서 이대로 가다간 정말 사달이 나겠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몇몇 사업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기술연구나 R&D, 설계 부문의 고용 불안이 심각합니다.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아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큽니다. 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나 현대삼호중공업이랑 물량을 나누는 것처럼, 대우조선의 물량을 빼서 가져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저는 해양(플랜트 부문) 시운전부에 있는데, 요즘 일감이 없어요. 시운전 나간 지도 오래됐어요. 근데 매각이 되면, 우리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대우조선의 해양 조합원들은 일감이 많은 상선 부문으로 지원을 나갔어요.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해양 조합원들을 대거 휴직 보내지 않았나요? 합병되면, 현대중공업이 우리 조합원들은 가만히 놔둘까요?”

“이번 매각은 파급력이 큽니다. 지역의 기자재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거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될 겁니다. 우리 노동자가 살 길은 파업밖에 없습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현대중공업에서도 노동자들은 고통을 당할 수 있다. 정부와 사측의 목표는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업 부문의 통폐합·조정으로 인력 감축이나 강제 전환배치가 추진될 수 있고, 임금·복지 삭감, 외주화 등이 확대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도 2월 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노동자들은 싸울 힘이 있고 정치권 분열 이용해 싸울 수 있다

대우조선의 압도적 파업 가결과 성공적 집회는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지금의 투쟁 지형은 결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다. 이 점을 이해하고 단호하게 싸우면 매각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첫째,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른 업체들보다 실적이 좋은 대우조선은 그동안의 구조조정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생산을 멈추고 마비시킨다면 정부와 사측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둘째, 지역 정치권의 반발을 투쟁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많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더구나 수년간의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된 거제-경남 지역에선 대우조선 매각 문제가 중요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이 지역의 진보정당들(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 노조와 함께 매각 반대를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경남도당이 “대우조선 매각은 철저하게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나섰고, 민주당 거제시장이 시민대책위에 우호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거제 지역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일방적 매각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걱정하는 대중 정서 때문이다. 올해 창원 재보궐 선거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분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들과 협력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거나, 그들에 기대 투쟁을 미뤄도 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투쟁을 전진시키고 일자리를 지키는 데 해로울 수 있다.

반면교사 삼아 볼 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한국GM이 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군산·인천의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 등이 광범한 대중의 여론을 의식해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지부 지도부는 투쟁을 발전시켜 지배자들의 균열을 더 심화시키고 정치적 타격을 가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나 지자체에 협조를 구하고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것을 통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민주당은 공장 폐쇄를 막아서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했다. 그리고 결국 노조 지도부는 파업 한 번 못 해 보고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방치했다.

경남 지역의 민주당도 지난해 STX조선, 성동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고용을 지키는 대신 임금을 양보하라’며 끔찍한 양보를 압박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지금도 매각 반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나 지자체와 협력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분열하는 상황을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노동자들이 정치적 초점을 형성하면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진짜(영구) 국유화로 일자리 보장하라

이런 투쟁에서 효과적인 대안은 대우조선을 매각하지 말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구 국유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공장을 점거하고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이미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13조 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국유기업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을 진짜 국유화, 영구 국유화해서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매각설이 나돌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매각이 성사되려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려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각을 전제하는 ‘일시 국유화’가 아니라 영구 국유화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매각, 공장 폐쇄, 대량해고 등 구조조정에 직면해 노동자들이 싸울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장을 점거해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타격을 가하고, 노동자들을 단단하게 결집시키고, 연대의 초점을 형성하게 만들어 정치적 압력을 키우는 데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지금 정부와 현대중공업 사측은 수개월의 물밑 협상을 끝내고 빠르고 단호하게 매각-인수합병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 만큼 노동자들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그런 투쟁은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에 분노를 터뜨리는 광범한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모으며 정부와 사측을 물러서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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