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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베네수엘라 진보 정권 전복하려는 우파 지지하다

2월 25일 오후 문재인 정부는 성명을 발표해, 정권 탈취를 시도하는 베네수엘라 우파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지금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위해 쿠데타를 사주하고 군사 개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마두로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 혼란의 책임은 과이도가 이끄는 우파와 미국 제국주의한테 먼저 물어야 한다.

앞서 2월 23일, 베네수엘라 우파와 일군의 무장 세력들은 콜롬비아·베네수엘라 국경에서 미국이 보낸 물품의 반입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우파 시위대와 콜롬비아 무장 세력은 베네수엘라 정부군과 충돌했다. 이들은 트럭에 불을 질러 베네수엘라군 쪽으로 돌진시키기를 서슴지 않았다.

우파와 서방 언론은 즉각 베네수엘라군 탓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브라질 국경에서도 물품 반입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마두로 정부는 그곳에서도 물품 반입이 저지됐다고 밝혔다.)

이런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다. 후안 과이도는 23일에 맞춰 물품을 반입하려고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월경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베네수엘라 국경에서 벌어질 충돌을 언론이 가서 보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질 충돌을 이용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우파는 미국이 보낸 물품의 반입을 시도해 마두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을 훼손하고 국경 통제력을 흔들려 했다.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와 달리 자신은 베네수엘라 대중에게 재화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매점매석과 투기로 경제 파탄에 일조한 우파가, 경제 제재로 생필품 수입에 차질을 빚게 한 서방과 손잡고 민생을 돌보겠다는 것은 병 주고 약 주겠다는 위선이다.

미국과 서방 지배자들이 베네수엘라 대중의 민생을 진정 걱정한다면 모든 경제 제재를 즉각 해제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얼마 전인 2월 15일에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 및 군경 핵심 인사들에 경제 제재를 가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확실한 대응”

23일 일어난 충돌을 빌미로 베네수엘라 우파와 미국은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과이도는 “모든 선택 사항이 테이블에 올려져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한테 군사 개입을 요청했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이제 행동에 나설 때”라며 맞장구쳤다.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 역시 25일(현지 시각) 과이도를 만나 마두로 정부에 대한 “확실한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제국주의 개입 야욕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런 자들의 뜻대로 마두로 정부가 타도되고 새 정부가 세워진다면, 그 정부는 차베스 정부 이래 (모순적이었지만) 시행된 친서민 개혁을 모두 회수하고 반동적 탄압을 자행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지지한 것도 모자라, 국제 우파들의 흉악한 제국주의적 군사 개입 모의에 한 팔 거들고 나선 것은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그 나라 민중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왜 서방 제국주의와 그들과 결탁한 친미 우파가 베네수엘라를 농락하는 것을 지지해야 하는가?

어쩌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척을 위해서는 트럼프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가 베네수엘라를 제 뜻대로 쥐락펴락하는 데 성공해 자신감을 키운다면, 그것이 한반도 평화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제국주의의 개입으로 민중에 평화와 정의가 찾아오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노동자 대중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