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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동성애 비범죄화 세계적 캠페인’:
중동 패권 위해 위선 떠는 트럼프

2월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동성애 비범죄화를 위한 세계적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약 70개 국가에서 동성애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NBC〉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측근이자 동성애자인 리처드 그레넬 주독일 미국대사가 유럽의 성소수자 활동가 11명을 대사관으로 초대해 캠페인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행사 관계자들은 이후 유엔, 유럽연합 등의 국제 기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올해 1월 이란에서 31세 남성이 동성 간 성행위와 소년 납치 혐의로 공개 교수형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삼았다. 당시 리처드 그레넬은 “이란의 끔찍한 행동은 ISIS의 잔인함·야만과 똑같다”며 이란 정권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성소수자 권리를 말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에 동성애자 사형에 반대하는 유엔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결의안이 사형제도의 합법적 사용이 문제적이라고 암시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18년에는 유엔인권이사회를 아예 탈퇴했다. 권고에 불과한 유엔인권이사회의 인권 결의안조차 거추장스러웠던 것이다.

2017년 체첸 정권이 동성애자들을 구금하고 살해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체첸을 비난할 줄만 알았지, 정작 목숨을 위협받는 체첸 동성애자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트럼프는 이란과 체첸 못지 않게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다. 이 나라들은 미국의 우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계속 공격해 온 장본인이다. 그는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꾸준히 축소해 왔고,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금지시켜 자국 성소수자들에게서 지탄받아 왔다.

이란 압박

2000년대 들어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들먹였다. 이번 캠페인의 진정한 목적도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이란 압박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동에서 자신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이란을 압박해 왔다. 특히 트럼프는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에서 세력이 커진 이란을 제압하는 것이 미국의 중동 패권 유지를 위해 사활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지난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하는 리처드 그레넬 역시 대표적인 반反 이란 인사다. 그는 지난해 백악관이 이란 핵합의 파기를 발표하자마자 트위터에 “이란 내 독일 기업들은 즉각 사업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유럽 국가들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미국이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해 왔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각자 중동에서의 제 이익을 계산하며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아 왔다. 지난 14일 폴란드 중동 국제회의에서 마이크 펜스는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이란의 살인 혁명 정권에 대항하는 미국의 제재를 깨려” 한다며 불평을 터트렸다. 미국이 동성애자 인권을 들먹이는 것은 이란 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려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 패권 유지를 위해 성소수자 쟁점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성소수자 해방은 제국주의적 압박으로 성취할 수 없다. 서방에서 성소수자 권리 진전이 투쟁을 통해 쟁취됐듯이, 이란 등지에서도 성소수자 권리 신장은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 쟁취돼야 하고, 그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