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고객센터 전화 상담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투쟁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상 사업장이지만, 한전 사측은 자회사 전환만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노총 전력노조 한전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2월 9일부터 23일까지 매주 집중 집회와 청와대 행진을 벌였다.

2월 28일, 교섭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노조 지도부가 공개채용 수용까지 양보했지만, 사측은 또다시 “회사 정책상 직접고용은 절대 불가”라며 기존의 자회사 전환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조합은 3월 4일 성명서를 발표해 사측을 강하게 규탄했다.

“‘알아서 잘되게 해 준다’기에 1년을 기다려 온 우리를 기만하고, 이토록 일방적인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한전의 방식인가? 왜 자회사는 되고 직접고용은 안 된다는 것인가?”(성명서 중)

전원 직접고용 하라 2월 23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 한전 고객센터 노동자들 ⓒ양효영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원래 한전 고객센터 업무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수행했다. 그런데 2006년 고객센터가 외주화되면서 용역 노동자가 됐다.

하지만 외주화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기존 한전 직원들과 동일 업무를 해 왔다. 정규직 직원들과 업무 연결성도 여전히 높다.

예컨대, 똑같은 업무이지만 상황에 따라 한전 정규직 직원이 하거나 고객센터 비정규직이 하는 일도 있다. 전기요금 환불 접수 업무는 오후 4시 30분까지 고객센터 비정규직이 처리하고, 그 이후에는 한전 정규직 직원이 한다.

고객이 전화로 요청하면 고객센터가 처리하지만, 방문해서 요청하면 한전 직원이 처리하는 업무도 있다. 이렇게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긴밀히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규직 직원과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협업하는 경우도 많다.

노동조합의 말대로 “동일한 업무를 억지로 나누고 있던 구조”인 것이다. 

사측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간접고용을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고객센터에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개입했다.

2018년 12월, 사측이 한전 측과 고객센터가 메신저를 직접 주고받지 못하게 지시한 것은 그간의 불법파견 행위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객센터노조는 한전 정규직 직원들을 조직하고 있는 전력노조의 지지를 간절하게 촉구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가 수개월 째 투쟁하고 있는데도 전력노조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껏 함께해 온 동료 조합원이고 동지라고 불렀던 사람들이다. 우리의 최대 숙원인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어려운 길에 전력노조 동지들이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성명서 중) 

한국전력은 자회사 방안을 철회하고 노동자들을 즉각 직접고용해야 한다.

다음은 3월 4일 한전고객센터지부가 발표한 성명서다.

왜 한국전력 자회사는 되고 직접고용은 안 되나요?

우리 한국전력고객센터 비정규노동자들이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의 바른 이행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상시지속적이고 필수적인 업무이자 민간 도급업체가 아닌 원래 한전이 직접 수행하던 업무였으므로, 또 한전직원으로써 우리가 했었던 일이기에 당장 정규직화 하라는 우리의 외침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으며, 사측은 여전히 직접고용은 ‘절대 불가’라며 자회사 전환만을 종용하고 있다.

지난 29일 교섭을 하자며 자리에 나온 사측 핵심 관계자는 ‘회사 정책’상 직접고용은 절대불가라고 말했다. 엄연히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전문가들의 권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전환은 가능하지만, 직접고용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우리 노조가 쟁점이었던 사측의 공개채용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지만, 그래도 직접고용은 불가하다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직접고용만은 절대로, 절대로 안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묻고 싶다. 과연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교섭인가? “알아서 잘 되게 해 준다”길래 1년을 기다려온 우리를 기만하고, 이토록 일방적인 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한전의 방식인가? 왜 자회사는 되고 직접고용은 안된다는 것인가? 누가, 무엇이 우리의 직접고용을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간절한 외침에 대한 저들의 대응을 보며 조합원들은 절망과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한전은 이처럼 거대공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국가의 핵심 정책과제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전의 직원이 수행했던 각종 업무들은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노동력이 대체했다. 도급사에 맡겨진 그 값싼 노동력 즉, 비정규직들은 늘 고용불안과 노동착취에 시달렸다. 한전 직원이 아니면서도 고압전기를 수리하다가 죽어갔고, 한전 직원이 아니면서도 고객들의 폭언과 원성을 감당해야했다.

그 사이 사측과 정규직들은 고임금과 수준 높은 복지, 절대로 잘리지 않는 고용 철옹성을 누렸다. 지금도 이런 계급제도와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정책도 무시하는 ‘한전의 정책’으로 온갖 비정규직들을 자회사로 넘기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언제든 민영화의 불씨가 되살아나면 최우선적으로 잘라낼 수 있는 자회사로 비정규직들을 몰아넣고 있으니,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오간데 없고 현장은 온통 자회사만 넘쳐나고 있다.

한전은 ‘위험의 외주화’는 물론 상시업무까지도 외주화했다. 오히려 창구직원을 줄이며, 정규직들이 하던 업무들을 점진적으로 고객센터로 이관했다. 고객센터에서 하는 상당수의 업무가 정규직들과 겹치거나 협업하도록 되어있으며, 서로 하는 업무가 결코 다르지 않음에도 신분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갈라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전 내 일부직군과 고객센터는 동일한 한전의 영업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한전 사이버 지점을 통해서도 한전과 동일한 업무에 대해 채팅, 문자, 이메일로 상담 및 고객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하고 있다. 과거 한전 직원들이 창구에서 하던 전기요금 카드수납, 복지할인 신청, 지장전주(전봇대)이설 등 업무도 현재는 모두 고객센터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전기요금과 함께 병기해 청구되는 TV수신료에 대한 업무도 마찬가지다. 수신료 환불 및 말소는 물론 난시청으로 인한 민원도 고객이 관할 한전에 요청하면 한전에서 다시 고객센터로 이관하여 안내 및 처리를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단순히 업무 시간에 따라 한전이 하거나 고객센터가 하는 것으로 구별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전기요금이 과수납 되거나 두 번 납부되었을 때 이에 대한 환불접수와 처리를 하는 업무는 오후 4시 30분까지는 고객센터에서 수행하고, 그 이후에는 한전에서 하는 식이다.

방문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나눠지는 일도 있다. 지장전주(전봇대)를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전화로 접수하면 고객센터에서, 한전에 방문하면 직원이 처리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이나 소용량계약 변경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업무를 전화로 하면 고객센터가 처리하고 한전에 방문하면 정규직 직원이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협업의 경우도 있다. 대가족(다자녀) 및 장애우,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할인이나 장기미사용고객의 계약해지 같은 경우 고객센터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안내하고 녹취 및 접수를 하면, 한전에서 확인 후 필요시 추가서류를 요청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업무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 한전은 형식상 위탁계약임에도 고객센터에 직접적인 업무지시 및 개입을 하고 있다. 본사 및 지역본부에서 비상근무시 직접적으로 상담사 업무 시간 및 인력운용에 대한 지시사례가 수 차례 있었으며, 한전 스스로 위탁계약의 적정 이행에 문제가 있다며 2018년 12월 회사와 고객센터간 직접적인 메신저 사용을 금하기 이전까지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고객센터 상담사와 사내 직원간의 업무공유가 활발히 이뤄졌다.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억지로 나눠져 있던 구조다 보니, 상담사가 접수한 업무를 직원이 처리하고 다시 상담사가 후처리하는 경우, 오히려 신입직원이 업무미숙으로 인해 상담사에게 업무처리를 문의하는 경우, 직원이 처리할 업무를 시간이 없다며 상담사에게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경우, 정기적인 직무평가 문항을 공유하는 경우 등 웃지 못 할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하루하루의 응대율과 인력관리, 잔업관리 등을 고객센터 관리자가 퇴근 시 일일 보고 형태로 한전의 담당 대리, 차장, 부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한전의 요청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며, 우리의 현실이다. 한전직원으로써, 또 지금도 한전직원들이 하는 일들을 우리가 하고 있다. 동일한 업무, 상시 지속적이며 필수적인 한국전력의 업무를 더 이상 비정규직이 아닌 한국전력 직원으로 하겠다는 우리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요구가 정당한 이유다.

재차 촉구한다. 우리는 완전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즉 직접고용을 원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 고객센터 직원만 최저임금을 받고 2년마다 퇴출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불공평하고 비정상적인 일이다. 기필코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나라의 정책마저 거부하며 우리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죽음을 각오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한전 사측은 성의 있는 자세로 직접고용을 위한 협의에 나서라. 아울러 고객센터 노조 조직을 흔들고, 위원장을 비토 하는 비열한 획책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끝으로 전력노조에도 간곡히 부탁드린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전력노조의 특별지부 조합원으로써 조합비를 납부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았던 같은 조합원이다. 그간 정규직 노조, 상급단체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와 집회에 최우선적으로 동원될 때마다, 우리는 연대의 마음으로 이를 감수하고 기쁘게 받아들였다. 전국의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동료라고 생각했고, 우리의 선의가 쌓여 정규직들과의 신뢰가 깊다고 믿어 왔다. 우리는 정규직 노조가 가진 것을 빼앗고 임금과 복지를 나눠달라고 떼쓰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 지금껏 함께 해온 동료 조합원이고 동지라고 불렀던 사람들이다. 우리의 최대 숙원인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어려운 길에 전력노조 동지들이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2019년 3월 4일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전력노조 한전고객센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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