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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또 개악 예고

3월 7일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최저임금 개악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2월 27일 결정구조 개악안을 발표하자,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안을 반영한 개악안(대표발의 신창현)을 발의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악의 핵심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1년 전인 2018년 5월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집회 ⓒ조승진

정부는 결정구조 이원화가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간에 반복돼 온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상폭을 둘러싼 논쟁은 매년 최저임금조차 동결해야 한다는 사용자들의 억지 때문이었지 결정구조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위원회가 ‘절충’구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억제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의 필요보다 협소한 자본주의 사회·경제 이론의 기초 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성장률을 추가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거나 경제성장률과 비례해야 한다는 기업주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 하에서 기업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차등 적용 같은 개악이 더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의원들이 관련 개악안을 20개 가까이 내놓은 상황이다.

정부·여당도 결코 믿을 수 없다. 정부는 기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염두에 두고 ‘기업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하려 했었다. 이것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대체됐지만, 이 또한 업종·규모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차등 적용의 근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거듭되는 개악

한국의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15퍼센트로, 이들 중 압도 다수가 미조직·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두고 이들의 생명줄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거듭되는 최저임금 개악은 이 생명줄을 썩은 동아줄로 만들어 왔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월 174만 5150원이다(10.4퍼센트 인상). 그래서 최저임금에 맞춰 기본급을 받던 노동자들은 지난해보다 17만 1380원을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10만 원 정도밖에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올해 초 전국의 시도교육청들이 기본급은 동결한 채, 급식비와 교통비 중 6만 7840원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된 뒤, 연봉 2500만 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올해 1월 월급은 215만 1067원으로 지난해보다 고작 1만 7050원 올랐다. 사측이 기본급을 동결하고 각종 수당을 올려 최저임금에 맞추면서, 성과금은 10만 원 이상 줄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사측이 상여금과 수당을 산입해 기본급을 올해 인상률의 절반인 5퍼센트만 인상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이를 막아 냈다. 그러나 이처럼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구조 개악으로 인상률마저 묶이면, 저임금 개선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효과는 더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하위 20퍼센트 가구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7.7퍼센트나 줄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개선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

여기에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단체행동권 제약 ―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등 ― 까지 추가되면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족쇄에 묶인 채로 저항에 나서야 한다. 이처럼 정부의 노동개악은 사용자들이 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더 쉽게 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미조직·저소득 노동자들을 포함한 전체 노동계급의 삶이 더욱 나락으로 내몰릴 것이다. 민주노총이 투쟁에 전력으로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