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6일, 글로벌 IT 대기업 오라클의 한국 지사 IT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파업은 83일간 이어졌다. 오라클 노동자들은 파업 이후 오늘까지 212일째 농성 투쟁을 이어 왔고, 상반기 재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안종철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안종철 한국오라클노조 위원장 ⓒ조승진

재파업 등 투쟁 확대 결정을 했습니다. 배경과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지난해 5월 16일에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투쟁한 지 1년이 돼 갑니다.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1년이 지나기 전에 해결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지금 경영진이 전면적으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전직원 근로계약서 미작성 건이 드러났습니다. 어제는 지사장이 교체되어 회사가 지금 출렁한 상황입니다. 조합원들은 지사장이 교체된 것에 대해서, 회사의 변화 조짐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방치하면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앉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을 꼭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파업 여파로 3000억 원 정도의 연매출 손실이 났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은 첫 분기가 6월에 시작됩니다. 지난해 5월 16일 파업을 시작해, 1~2분기는 파업의 영향을 받았어요. 3분기는 경영진 교체로 여파가 있었고요. 4분기가 3~5월로 이제 시작됩니다. 이번 분기 재파업으로 다시 타격이 가해진다면 회사는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가를 1년간 치르는 것입니다.

노동부 근로 감독 과정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11월 23일부터 노동부 현장 근로감독이 들어왔고, 기간을 세 번 연장해 2월까지 이어졌어요. [그 결과] 근로감독관은 국내법이 규정하는 근로계약서 자체가 [오라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입사할 때 입사동의서, 연봉계약서 두 개만 서명을 하는데 연차 보상 수당과 요율, 주휴일 명시, 초과근로수당 요율 같은 것들이 전혀 없어요. 

오라클의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나왔어요. 미사용 연차는 100퍼센트 보상을 해야 하는데 취업규칙은 50퍼센트만 보상하고, 일정 직급 이상은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발됐습니다.

결국 2018년도 미사용 연차 수당을 사측이 지급했고, 현재 미지급된 과거 2~3년차 금액이 1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24시간 365일 언제든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내용에 서명을 요구한 부서도 있어요. 근로감독관도 매우 놀란 내용입니다.

더 큰 건은 체불된 초과수당인데, 3년치가 100억 원 이상이 될 걸로 추정돼요. 근로계약서가 없다 보니, 포괄임금제 같은 것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러면 초과근로 시간에 대한 과거 3년치 수당은 무조건 다 지급해야 하고요. 당직근무나 현장 외근 같은 경우도 수당이 하나도 지급이 안 된 겁니다.

조합원들은 좋은 회사니까 알아서 좋게 해주겠지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는데, 실제로는 기본적인 법조차 안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했어요.

지금 외국계 IT 회사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그나마 노조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휴렛팩커드 같은 곳은 이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곳은 오라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한국오라클은 우리가 성장시켰다. 공정하게 평가하라” 2월 15일 강남 아셈타워 1층 로비에서 1인 시위하는 안종철 한국오라클노조 위원장 ⓒ안형우

지난 파업으로 글로벌 대기업의 IT 노동자들조차 초장시간 노동에 놓여 있다는 게 잘 드러났습니다. 장시간 노동 문제 등 파업 이후 달라진 게 있나요?

조합원들 인식이 변했어요. 이제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파업 이전엔 월요일 출근해서 금요일 퇴근하면서 100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최소한 그런 건 없어졌습니다.

야근이나 당직 근무를 주로 서는 직종의 노동자들은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아예 거부하기도 해요. 그런 지시는 사측도 의식하고 조심하고 있고요.

이런 것들을 투쟁 성과의 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사측이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임금 동결 회사니 5년 후에 받을 연봉을 미리 받지 못하면 가지 말아야 한다 하고 업계에 소문이 나기도 했어요.

저희가 파업할 때 선전전을 했습니다. 전단지를 들고 판교, 구로, 상암 같은 데 가서 나눠 줬어요. 판교 쪽 신생 IT 노조들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 조합 간부들에게 들어 보면, 그 때 우리가 나눠준 전단지를 받았고 자세히 읽어 봤다고 해요.

판교에 저희가 주로 간 데가 넥슨과 네이버가 있는 쪽인데, 이쪽 노조가 가장 먼저 생겼습니다.

최근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개악이 IT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거라고 보십니까?

직격탄이라고 봅니다. IT 노동자들은 몰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산실 작업은 주로 야간이나 주말, 휴일, 연휴에 몰리거든요. 기간으로는 연말, 월말에 몰립니다.

예컨대 전산실 중요 작업은 주로 주말에 이뤄집니다. 주말에 일 시키고 싶을 때, 월요일부터 수요일엔 나오지 말고 주말에 내내 일하라고 하면 노동시간 평균을 맞출 수 있습니다. 또 월말 작업이 몰릴 때, 첫 주는 그냥 쉬고 월말에 몰아서 일을 시키고 평균 시간을 맞출 수 있어요. 분기 마감 때도 마찬가집니다. 어느 회사나 IT 부서는 분기 마감 때 바쁩니다. 그나마 여유를 갖고 일할 준비를 하거나 업무지식을 습득할 월 초 시간을 아예 노동시간에서 빼버릴 수 있습니다.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과로가 일상화됩니다.

노조가 있는 곳은 방어하거나 협상할 수 있을 테지만,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중소 사업장은 일은 일대로 하고 수당은 지불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봅니다.

조직화되지 않거나 인식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시행되고 나서야 이상한 걸 느낄 겁니다. 우리가 근로계약서조차 없다가 뒤늦게 안 것처럼 말입니다. 탄력근로제라는 용어 자체가 노동자가 마음대로 일할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노동 시간에 대한 선택권은 노동자에게 있지 않고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이를 정확히 알려서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난 파업 때 임금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고 지금도 핵심 요구중 하나인 것으로 압니다.

10년 이상 급여가 동결됐습니다. 0퍼센트 인상이었어요. 물가인상률만 따져도 10년이면 30퍼센트 정도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입니다. 파업 집회 때 급여 명세표를 공개한 경력 20년차 조합원이 있었는데, 월급이 270여 만 원이었습니다.

사측은 그래도 평균 2.4퍼센트 올려 줬다고 하는데, 단협이나 일괄 인상이 아니고 개별 연봉 재협상으로 올린 사람들 비율을 합친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 재협상 절차나 조건은 한 번도 공지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가 유한회사다 보니까 재무재표 공시를 안 합니다. 저희가 재무재표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해외 조세피난처 유령회사가 한국오라클 지분을 100퍼센트 가지고 있고 주주 배당, 기술사용료 같은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 원씩 송금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무재표가 공개되면 해외 송금 내역, 세금 회피 등도 드러날 겁니다.

성과연봉제를 하면서 공정한 평가가 없는 것이 지난해 파업의 원동력이었어요. 사측이 아무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인사 평가, 승진, 급여 인상 등을 개별적으로 해 왔어요. 인사평가가 줄서기 같은 것을 통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것에 분노가 가장 컸습니다.

파업 초창기에 기사화된 것이기도 한데, 성과 목표를 정해 놓고 그걸 달성하면 성과 할당을 늘려서 달성률을 낮춘 경우도 있어요. 영업 수당 같은 경우 자기 수당이 남에게 지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줄서기 문화입니다. 윗선에 잘 보인 사람은 챙겨 주고, 찍히면 내가 판매한 실적 수당이 다른 사람에게 가 있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성과급 상한선도 있어요. 250퍼센트 이상 성과를 달성한 경우 그 이상의 실적 수당은 지급하지 않아요. 가끔 250퍼센트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은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는데, 회사만 돈을 챙기는 구조입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받아가는 성과급 비율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설문으로 확인해 보면, 성과급을 100퍼센트를 가져가는 노동자들은 전체의 20퍼센트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목표를 과도하게 책정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 수준만 받아가는 상황입니다. 성과연봉, 고액연봉은 허상이예요. 실제론 연봉계약서에 적힌 임금이 반토막나는 겁니다.

노조 인정도 중요한 요구인데요.

한국오라클이 연매출이 9000억에 달해도 전세계 매출 비중은 1.7퍼센트밖에 안 되는 시장입니다. 3000억 매출 타격은 본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아닐 거예요. 그러나 [미국 본사는] 이 파업이 다른 해외 지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신경 쓰고 있어요.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노조가 없지만 유럽지사 노조는 한국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또, 태국·싱가포르·필리핀 등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아시아 국가 해외 지사에서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투쟁 계획은 어떤가요?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 계획을 세웠습니다.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계획하고 조직화하고 있습니다. 행동일자는 공개하지 않지만, 행동은 분명히 할 겁니다.

오라클 노조는 제일 앞에서 행동했고, 처음 시작했고, 지금도 가장 앞에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했으니, 가장 먼저 쟁취할 것입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고 있는 권리나 법조항 하나하나 다 싸워서 얻은 것입니다. 우리가 싸워서 얻게 될 권리도 누군가에게 공기 같은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라클 노조는 IT 노동자가 외국 자본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모든 IT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공기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5월 16일 한국오라클 IT 노동자들이 83일 간의 파업을 시작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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