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우익 정치인 하태경이 워마드 공격에 이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성평등 방송 제작 안내서’까지 물어뜯고 있다.

하태경은 이 안내서가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독재 검열”이며,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라는 가당찮은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여가부 해체’까지 운운했다. 지금도 유튜브 개인방송에서 여가부 진선미 장관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저열한 백래시 온라인 개인방송에서 여가부 성평등 안내서 헐뜯는 하태경 ⓒ출처 하태경TV 화면 갈무리

친자본주의 상업 언론들은 하태경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JTBC의 한 뉴스 프로그램은 남성 기자에게 여자 가발을 씌워,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한 여가부 안내서를 희화화하기도 했다.

여가부의 안내서는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국가가 방송 내용을 검열하고 처벌하는 것과는 다르다. 국가권력을 이용한 검열과 처벌은 그 칼날이 결국 피억압 대중과 진보진영을 향해 악용될 수 있으므로 지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안내서에서 특히 논란이 된 내용은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는 문구다. 하지만 이는 방송의 외모 획일성 조장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로, 하등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오죽하면 이런 안내서가 나오게 됐을까 돌아볼 일이다.

여성에 대한 외모 압박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 압박은 숨막힐 지경이다. 방송에서 끊임없이 유포되는 여성의 획일적 이미지는 이런 압박을 강화한다.

여성운동의 항의로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에서 추방됐지만, 여전히 미디어에서 여성의 몸은 눈요깃거리로 취급되고 섹시한 몸매를 드러내는 게 미덕인 양 여겨진다. 방송에서 ‘걸그룹’ 가수들이 은근히 성행위를 묘사하는 춤을 추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방송에서 벌어지는 이런 성 상품화는 사회 전체에서 외모나 성적 매력이 여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도록 부추긴다. 여성의 각진 얼굴이나 통통한 몸매가 비웃음거리가 되게 한다.

대다수 여성들이 도달할 수 없는 획일적인 이미지를 이상적인 것인 양 퍼뜨리는 방송의 행태는 많은 여성들이 자기 몸을 부끄러워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외모를 가꾸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성형수술을 하도록 내몰린다. 

사악한 이간질

독재 시절의 두발과 복장 규제는 피억압 대중을 옥죄기 위한 것이었다. 그 시절의 유산인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좌파의 ‘표현의 자유’만 억누르고 있다. 반면 여가부가 외모 지상주의와 획일화를 비판한 것은 천대받는 집단인 여성을 위한 것이다. 이는 “유신 독재”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고, 오히려 정반대로 여성이 이등시민 취급 받는 것에 맞서 싸워 온 민주화 운동의 유산이다.

한때 ‘운동권’이었다가 우파로 전향해 유신 독재 계승 정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국회의원을 지낸 하태경은 여가부더러 “독재자”라 비난할 자격이 없다. 하태경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운동이 커지자 표 떨어질까 봐 당적을 갈아타고 “합리적 보수”인 척했지만, 그 본질은 변함없다.  

하태경의 여가부 비난은 여성 차별에 대한 그의 천박하고 저열한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이는 급진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 일각의 반감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술책이자, 지난해 부상한 여성운동에 대한 우파의 본능적인 적개심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태경은 20대 여성과 남성을 서로 이간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만 할 뿐, 남녀 노동계급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다. 그가 “청년을 위한 제2의 전향” 운운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 

사라져야 할 것은 여가부가 아니라, 하태경의 사악한 이간질과 성차별적 선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