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3월 13일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토론회에 제출한 노동자연대의 발표문이다.


본 계약이 체결됐지만 결코 끝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산업은행이 3월 8일 대우조선 매각을 놓고 본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 방침이 발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전 대우조선 민영화 시도(2005년, 2008년, 2014년)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민영화 의지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막후에서 직접 현대중공업 사측을 만나 비밀리에 협상을 조율했다. 엄청난 특혜도 제공했다. 인수 가격은 2008년 한화그룹이 제시한 6조 3000억 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2조 원). 그조차 현물 출자를 대가로 한 주식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실제로 부담할 금액은 대우조선에 약속한 투자금 4000억 원뿐이다.

이번 민영화는 대우조선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의 협력·부품업체 노동자와 가족 수십만 명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다. 안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졌다. 또한 임금이 깎이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이렇게 생활고에 시달려 온 이들이 또다시 불안과 고통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민영화로 세계 1위의 초대형 조선소를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 한다. 오랫동안 국가가 소유해 온 기업을 민간에 팔아넘겨 정부의 책임과 부담을 덜려는 의도도 있을 법하다.

요컨대 대우조선 민영화는 신자유주의 노동개악 공세의 일부다.

비록 본 계약이 체결됐지만, 결코 사태가 끝난 게 아니다.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독과점 심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그 기간에 저항을 확대해 민영화를 철회시킬 기회가 있다.

물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에 기대를 걸며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해외 경쟁당국 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각국 정부들의 서로 다른 손익계산 속에 뒷거래와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의 뜻을 거스르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개혁”은커녕 재벌 봐주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대우조선 민영화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이를 정치적 이슈화해야 한다. 이것이 대우조선 노동자들 자신의 단호한 저항과 맞물리면,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고 대우조선 매각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덕분에 집권했는데, 그 운동은 성과급 도입 같은 노동자 간 경쟁 강화,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특히 공공부문)의 저항에서 시작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민간위탁 유지, 노동시장 개악 등 이전 정부들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어받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증대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런 문제들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저항으로 운동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민영화(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3월 8일 거제 대우조선소 노동자들이 서울로 상경해 산업은행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고용과 지역경제 지키겠다”는 정부의 거짓말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노동자들과 지역민의 반발을 의식한 것인데, 거짓말투성이이다.

· 자율 경영체제?

〈공동발표문〉은 대우조선의 “자율 경영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산량 조절이나 인력 감축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자율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현대삼호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에서도 기업의 운영 방침은 현대중공업 본사의 결정에 좌우된다. 특히, 이곳 노동자들은 그룹사 차원에서 추진된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겪었다.

더구나 〈공동발표문〉에는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업”, “자원 배분” 등의 “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말이 좋아 “협업”, “자원 배분”이지,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동일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이다.

· 고용 안정?

〈공동발표문〉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그 기준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측이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우선하는 한 고용 안정 약속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현대중공업과의 “동일 조건”이라는 미명 하에, 지금 대우조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순환휴직 같은 공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동발표문〉에는 “생산성”의 유지·개선 노력이라는 단서도 달렸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기존의 협력·부품업체 유지?

〈공동발표문〉은 대우조선이 기존에 갖고 있던 협력·부품업체와의 거래선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대상은 “대외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로 한정했다. 그 기준도 모호하다. 실제로 엔진·변압기 등의 부품은 현대중공업이 직접 제공하려 들 수 있다. 설사 기존의 업체 대부분이 거래선이 유지된다고 해도 대우조선에서 인력을 줄이고 일부 사업을 축소하면 또 말짱 도루묵이 된다.


‘슈퍼 빅1’의 탄생? 노동자에게 고통만 가하는 인수합병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대우조선을 민영화하고 조선업을 살릴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특히 세계 1위, 2위 기업을 합병해 슈퍼 빅1을 만들면, 선박 가격을 높여 수익성도 제고하고 세계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 인수합병으로 저가 수주 출혈경쟁을 없앤다?

정부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합병이 저가 수주 경쟁 압력을 없애거나 크게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선박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업 시장에서 달리는 선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만이 아니다. 물론 기업들 간 격차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특히 삼성중공업이 무시 못할 경쟁자로 남아 있는 한, 선박 가격 인상과 수주량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만큼 선박 가격 인상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수출입은행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조선업 빅3를 먹여 살린 LNG선 시황에 “호황이라는 착시”가 일고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과잉을 걱정해야 할 단계”이므로 머지 않아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또다시 저가로라도 수주를 따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 매머드 급 규모로 세계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

정부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면 세계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수합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처럼 말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자신들이 2002년 삼호중공업을 인수했을 때 기업이 잘 나갔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계경제 상황과 조선업 경기가 불안정할 때는 인수합병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업황이 회복되지 못하면 동반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지금은 1999년이나 2002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시기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기업들이 너도나도 몸집을 키우며 생산량을 늘리던 때였다.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을 인수했던 때도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전 세계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한국 조선업이 한창 성장세를 구가하고 세계시장을 제패하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조선업 수주가 늘었지만 회복이 미약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조선업은 경기에 특별히 민감한 업종이라 세계경제가 추락하면 함께 꺼질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인수합병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조건 후퇴 등의 고통을 동반한다.


대우조선의 부실·비리에 노동자 책임 없다

“13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 수조 원 대의 분식회계.” 대우조선 얘기만 나오면 정부와 기업주 언론이 혀를 끌끌 차며 한탄하는 레퍼토리다. 노동자들이 저항을 하면 그들을 “천문학적 부실 쌓아 놓고 정신 못 차리는 한심충” 취급을 한다.

진보진영의 일부 사람들도 대우조선이 “주인 없는 기업”이어서 부실·비리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도 민영화를 반대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저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은 부실·비리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은 2015~2017년 사이에 자금이 지원될 때마다 혜택을 보기는커녕 매번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라는 강요를 당했을 뿐이다. 노조 지도자의 거듭된 양보 동의서 제출 속에 한 번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회사에서 잘리고 임금 깎이고 좌절감도 쌓였다.

부정부패를 일삼고 비리를 저지른 것은 낙하산 사장들과 산업은행 사용자 측과 정부 인사들이었다. 분식회계 문제가 터졌을 때도 애먼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부실·비리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정부와 사용자 측이다. 그들은 맹목적인 이윤 추구 속에서 위기의 씨앗을 키워 왔다. 대우조선이 저유가로 손실이 커진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것도, 또 분식회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다 정부 책임이다.

따라서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져야 한다. 대우조선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민영화 철회!’를 전면에 걸고 정부에게 책임 묻기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산업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유기업이다. 이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정부가 자기 소유 기업을 사기업에 팔아넘겨 일자리 보호의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뜻이다.

대우조선 매각은 위기에 빠진 민간 기업을 다른 민간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이다.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을 사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민간기업이야 이윤을 좇아 행동하더라도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조건에서 일할 권리를 보호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대우조선 매각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민영화 정책의 신호탄이었다.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들을 계승하며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민영화 정책을 반대하고, 정부가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 소유·관리 기업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것은 일자리 보호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안 — 영구 공기업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은 자본주의 하에서 하나밖에 없다. 정부가 민영화를 중단하고 대우조선을 영구적으로 소유·운영하는 것, 즉 영구 공기업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일시 국유기업’ 상태와는 다른 것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임시관리 체제다. ‘일시 국유기업’의 경영 목표는 민영화를 위한 “경영 정상화”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노동운동은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우조선을 영구 공기업으로 전환해 정부가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 대우조선은 이미 국가 소유 기업이고, 정부는 지금까지 13조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1997년 IMF 공황 때도,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세계 공황 이후에도 정부는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 왔다. 이런 돈은 기업주가 아니라 수십만 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사용돼야 한다.

둘째, 정부는 그렇게 해야 할 의무도 있다. 정부는 자국민의 고용과 생존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문재인 자신도 ‘일자리 대통령’을 공약했다. 무려 20년간 사실상 정부가 소유·운영해 온 공공 자산을 민영화하는 것은 이런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물론 공기업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공기업들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끊임없이 압박한다. 단지 국가 소유를 넘어 노동자 통제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공기업화 요구가 쓸모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영구 공기업화한다면, 당면 일자리 위기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것은 경제 구조조정으로 신음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있음을 보여 주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투쟁이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타격을 가하며 전진한다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저항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 공장 점거와 연대

문재인 정부와 주류 정당들은 영구 공기업화하는 대안을 아예 생각지도 않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지 않는다면 말이다.

2008년 가을 대불황이 시작되고 공장 폐쇄 위험에 직면한 유럽과 미국 등지의 일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고자 공장 점거에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쟁이다.

공장 점거가 단행되면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치 위기가 심화되는 한편, 노동자들의 연대가 모이는 초점이 될 것이다. 그런 투쟁은 자본주의의 냉혹한 이윤 논리에 삶이 송두리째 망가질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용을 지키는 ‘바람직한 매각’은 불가능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지역 여론이 높아지자, 경남도와 거제시, 민주당 등이 ‘고용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매각’을 제안했다. 정부에게 노동자와 지역민의 고충을 들어 달라고 청원한 것이다. 이 지역의 NGO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노동운동 내에도 현재 추진되는 매각의 일방성과 졸속성을 비판하면서도, 매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 흐름이 있다. 노조가 참여하는 매각협의체를 구성하자거나 고용을 지키는 바람직한 매각을 해 보자고도 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 하의 매각은 어떤 식으로든 노동자의 희생을 동반한다. 노동 친화적인 매각은 없다. 특히, 국유기업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민영화의 경우, 비용 절감과 수익성 제고가 목표로 설정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조가 매각 협상에 참여하더라도 강한 양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STX·성동조선 구조조정에서 봤듯이, 민주당은 “사회적 대화”를 한답시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설득·압박했다. 대우조선 민영화 문제에서도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자체는 충분히 그런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선거의 핵심 쟁점 하나가 대우조선 매각이고, 이를 추진하는 민주당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동맹을 구축하다니 말이다. 


지금의 조건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다

정부가 강력하게 대우조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의 조건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 정부가 일자리 저버리고 민영화라니! — 연대를 확대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문재인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거듭 변명했다. GM이라는 사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뭘 할 수 있겠느냐,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게 최선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지역민의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오히려 책임을 내팽개치며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운동이 민영화 철회, 영구 공기업화를 요구하며 선명하게 정부의 책임을 드러낸다면, 정치적 지지와 연대를 확대할 수 있다. 이런 투쟁은 고용 불안과 실업에 신음하는 많은 수많은 사람들,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살려 놓은 기업을 재벌에 넘기다니! — 민영화의 명분도 떨어진다

지난 4년간 정부와 사용자들은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며 조선업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희생을 강요했다. 나중에 좋은 날 오면 그때 다 보상해 주겠다면서 말이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 피땀 흘려가며 일한 결과, 자본 잠식 상태였던 적자 기업 대우조선은 지금 흑자로 돌아섰다. 산업은행이 파견한 낙하산 사장이 ‘일손이 모자라 인력 감축을 못 하겠다’며 지난해 말 정부와 갈등을 빚었을 정도로 수주 잔량도 늘었다.

그런데 상황이 호전된 지금, 도리어 노동자들을 다시 불안정으로 내몰다니, 정당성이 없다. 더구나 그 기업을 재벌 기업에 거의 공짜로 넘겨주겠다니, 정치적 명분도 없다.

· 대중의 눈치보며 분열하는 정치권 — 지배계급의 내분을 이용해 투쟁할 수 있다

4월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남·거제 지역의 정치권이 분열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진보정당들뿐 아니라 거제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조차 ‘매각 반대’를 천명해야 했다. 민주당과 지자체장들은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지 않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민대책위에 참여하거나 우호적인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정치권의 이런 분열을 이용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중대한 문제를 놓고 분열하는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정치권에 기대어 투쟁을 미뤄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런 방식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해롭다. 지난해 한국GM 사태 때 노조 지도층이 민주당 국회의원·지자체와의 협조에 기대를 걸며 투쟁을 미루고 양보를 거듭하다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주류 정치인들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분열하는 상황을 이용해 그들로부터 독립적으로,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 늘어난 수주 잔량, 확대되는 투쟁 열기 — 노동자들은 싸울 힘이 있다

대우조선의 수주 회복은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투쟁 잠재력이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조선업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 하에서 싸울 힘을 잃었다는 비관론도 있었지만, 조건이 훨씬 더 나아진 것이다. 특히, 상선 수주가 늘어난 조건을 이용해 파업과 점거 등 단호한 투쟁에 나서면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좀 더 좌파적인 노조 집행부를 선출하고 파업에 나서는 등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들은 지난 한 달간 매각 반대 투쟁에서도 아주 오랜만에 수천 명이 파업 집회에 참가하는 등 투쟁 의지를 보여 줬다. 지난해 말 웰리브 식당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고, 최근 파워 그라인더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노동운동은 이런 변화를 주목해야 하고, 잠재력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