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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나경원 막말 파동:
3월 국회 둘러싸고 격화되는 주류 정치권 갈등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이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부르는 도발을 해 국회가 다시 파행을 겪고 있다.

나경원의 막말은 계산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우파적으로 더 몰아붙이며 우파 결속을 촉진하자는 계산이다.

우파 기회주의자 “좌파 독재” 운운하는 우파 정권 시절에 용산 참사, 민주노총 침탈, 진보당 해산, 각종 시위 강경 진압, 각종 블랙리스트와 여론 공작이 판쳤었다.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는 나경원은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의원이 됐다. ⓒ출처 자유한국당

문재인이 지지층을 실망시키며 약화되는 과정에서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나브로 기력을 회복해 왔다.

한국당 등 우파는 트럼프가 비용 문제 때문에 줄이겠다고 한 한미 군사훈련 축소도 문재인 정부 탓에 한미 공조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공세의 소재로 삼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 임이자(한국노총 임원 출신)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경사노위 개악안인 6개월의 갑절인 1년으로 하자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13일 공개적으로 중소기업단체연합회가 같은 요구를 했는데, 우연의 일치는 아닐 듯하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관영도 13일 국회 연설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선거제 개혁 논의에서도 한국당은 반동적인 안을 내놓았다. 주로 진보 정당의 국회 진출에 기여해 온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안을 낸 것이다. 합의가 목표가 아니고, 논쟁의 지형을 우경화시켜 의회 내 정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의도인 듯하다.

또한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층이 한국당 쪽으로 더욱 결집하면, 바른미래당은 원심력이 더 강화돼 약화될 것이므로, 현재 민주당 주도의 국회 내 세력관계도 다시 바뀔 거라고 보는 듯하다.

진보 염원 배신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진보 개혁 염원을 배신하며 노동자, 청년 등에서 지지가 급속히 줄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대를 걸었던 2월 북·미 정상회담마저 결렬됐다.

남북 화해 국면 조성은 노동자들의 불만이 증대되는 속에서도 정부 지지율을 비교적 유지시킨 핵심 버팀목이었다.

북미관계가 틀어지면, 문재인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중재할 여지도 대폭 줄어든다. 포퓰리즘적으로 ‘민족 공조’를 내세워 노동운동 일부를 포섭해 왔던 책략에 균열이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야당 시절 약속과 달리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건 문재인 본인이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조 지도자들의 양보를 받고 기업주들에게 인정받으려던 계산도 틀어지고 있다.

탄력근로제 개악을 통과시키려던 경사노위 전체회의 전 날, 민주노총은 (상징적이지만) 하루 파업을 했다. 이는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낸 파업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사노위 참가에 미련을 가진 민주노총 집행부가 파업을 선언한 것은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계층별 노동위원들은 본 회의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개악 동참을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5·18 망언 규탄 등 우파를 겨냥한 나름의 권력 투쟁을 하겠지만, 중요한 문제들에서는 계속 우파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가령 홍영표의 11일 원대대표 연설은 노동 개악 선전포고였다.)

한국 자본주의가 처한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지배계급도 최근 10여 년 동안 노동자들에게 좀체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해 왔기 때문이다. 비록 촛불 운동으로 한 방 먹고 단기간, 사소한 양보를 했지만 말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이미 5·18 진상 규명은 물론이고 재판 거래 의혹, 장자연 사건 재수사, 세월호 재조사(수사) 등 적폐 청산에서도 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내 왔다.

이명박 석방에는 문재인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의 의지 박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을 독촉하기는커녕 2심 재판부를 재판 도중에 인사 발령으로 교체해 이명박의 재판 지연 전술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줬다.

이명박 석방을 계기로 우파는 박근혜 사면론 등으로 더 결집할 것이다. 물론 박근혜 석방은 문재인 정부가 우경화 속에서도 쉽게 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여론 공작과 민주당 의원들의 권력형 부패를 옹호하다가 적폐 세력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만 미쳤다. 여권 내 개혁파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억지 혐의들로 옭아맨 것도 우파의 사기 회복에 기여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자신들을 권좌에 앉힌 대중의 진보 개혁 염원과 반우파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파의 사기가 살아난 것이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의 총애를 받던 황교안이 수월하게 한국당 당대표가 된 것도 이런 추세의 반영이다. 우파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꼬집으며 정부의 (더 강한) 계급 본색을 요구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며 반우파 공조에만 치중하는 식(민중주의의 핵심 효과)으로는 우파의 회복을 막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악과 배신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동시에 우파와 싸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한국당이 5·18 망언으로 역풍을 맞고 지지율이 일시 떨어진 것에서 보듯이, 우파의 회복은 아직 불안정한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 아직 촛불 운동의 여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 개악에 저항하는 행동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쟁과 진정한 기층 여론들이 대중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20대 청년층은 다소 조급하고 정치 경험과 생활 경험이 적어서, 개혁 기대가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문재인에게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촛불 운동의 효과로 이들 속에서 반우파 정서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진보·좌파의 본보기 제시가 지지부진하면 이들이 우파 쪽으로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파도 경제·대북 문제 등으로 20대층을 포섭하려고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IT 분야 등 청년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이 느는 것에서 보듯, 노동운동과 좌파에게도 기회가 있다. 베테랑 노동자들이야 문재인의 배신 때문에 20대 청년들 같은 혼란을 겪지는 않겠지만, 우파가 급속히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이 곤혹스러움과 당혹감을 안겨 줘, 문재인에게 등을 돌리는 과정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문재인에게서 독립적으로 진보·좌파적 대안이 단호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 퇴진의 견인차였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가장 먼저 행동으로 항의하기 시작한 노동운동이 다시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 투쟁적이면서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운동의 지도력이 더 급진적이 돼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노동자와 청년들 사이에서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사상이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