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는 3월 7일 고용안정위원회 특별협의를 하고, ‘광주형 일자리’에 관련해 ‘위탁생산 신설법인 관련 특별고용안정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는 광주형 일자리로 인해 현대차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기존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광주형 일자리 공장으로 넘기지 않으며, 광주형 일자리의 생산 관련 사항을 매월 현대차 노조와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3월 7일 현대차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특별협의 ⓒ출처 현대차지부

즉, 광주형 일자리 시행을 전제로 현대차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일정하게 약속 받은 것이다. 현대차지부 하부영 집행부는 이것이 “광주형 일자리 저지 투쟁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광주형 일자리 시행에 합의해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확대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조건을 하향평준화하려 한다. 현대차지부 집행부도 광주형 일자리가 “임금 삭감 하향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비판해 왔다.

그런데 지금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만 받아 내고, 임금 하향평준화를 막는 투쟁은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시행으로 많은 부품사·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조건 하향화를 걱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체 노동시장 전반에 유사 광주형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이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게다가 이번 합의서가 체결되면 단기적으로 현대차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임금 삭감 압박과 구조조정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사용자들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노동자들을 ‘고임금 저생산성’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동안에도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정부의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맹비판했지만, 실제 그것에 제동을 걸 만한 투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실질적인 행동은 조직하지 않으면서, 향후 “3년간 문재인 정권과 프레임 전쟁을 선포”한다고 했던 것 자체가 투쟁의 김을 빼는 행위였다.

하부영 지부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을 두고 싸우는 것은 ‘실리주의’이고, 노동자들 사이에 격차만 키운다면서 비난해 왔다. 그리고 대안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요구를 자제하자는 연대임금론(양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처럼 산업 전반에서 임금을 삭감하려는 정책에 제대로 맞서 싸우지 않으면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과의 “나눔과 연대”를 내세우는 것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하부영 집행부가 한때 좌파였던 현대차 민투위가 배출한 집행부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서는 더욱 씁쓸하다. 온건파인 하부영 씨와 통합해 노조 집행권을 잡은 민투위는 이번 합의서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 민투위는 이 날카로운 문제를 회피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대안적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는 주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임금 삭감-저질 일자리 정책을 막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헛발질이다.

임금 하향평준화를 노리는 광주형 일자리에 맞서 제대로 싸우며, 이 투쟁에 중소·하청 노동자를 동참시키는 것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상향평준화로 나아가는 길이다.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아직 합의서에 서명을 하지는 않았다. 하부영 집행부는 “조합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는데, 형식적 절차가 될 공산이 크다. 현대차지부는 이번 합의서를 즉각 폐기하고, 광주형 일자리 저지를 위한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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