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와 가수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공분을 사고 있다. 클럽 버닝썬의 약물 강간 조장 의혹에서 시작된 버닝썬 관련 성범죄와 부패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찰·검찰의 유흥업소 유착과 성범죄 뒤봐주기 의혹이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준영, 승리 등이 포함된 SNS 단체 대화방 내용을 제보 받아 폭로한 방정현 변호사는 거기에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 경찰 고위층이 버닝썬 업주와 유착해 클럽 내 범죄를 눈감아 왔다는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준영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성관계 불법촬영물들을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분노스러운 것은, 정준영이 이미 두 번이나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 받고도 무혐의로 풀려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증거 인멸 의혹과 검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준영은 2016년 2월 당시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정준영이 증거물인 ‘휴대폰이 고장 나 포렌식 업체에 맡겼다’며 뻔한 수작을 부렸는데도, 경찰은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SBS〉 취재 결과, 경찰은 당시 업체에서 포렌식 작업이 안 끝났음을 확인하고도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 달라고 했다. 경찰의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11월 정준영이 또다시 불법 성관계 영상 관련 수사를 받았을 때도,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해 해당 영상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과 검찰이 불법 촬영물 범죄자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보면, 여성 대상 불법 촬영·유포를 심각한 성범죄로 조명하고 경찰의 부실 수사 관행에 항의한 불법촬영 항의운동의 정당성이 다시금 드러난다. 정준영은 물론이고 수사기관들조차 불법 촬영·유포를 사소한 일 취급했다.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

버닝썬 사태는 처음부터 클럽과 경찰의 유착 문제가 핵심적인 문제였다. 경찰이 미성년자 출입을 눈감아준 대가로 클럽 측의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가 있었고, 강남서 경찰관들이 버닝썬 공짜 출입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제보 등도 나왔다.

검찰은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해, 사실상 증거 인멸 기회를 줬다. 검찰은 사태가 커지자 한참 늦은 3월 13일에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제 의혹의 화살이 경찰 최고위층으로까지 향하자, 경찰청장 민갑룡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진화에 나섰다. 단체 대화방에서 거론된 “경찰총장” 당사자로 의심받는 전 경찰청장 강신명은 ‘나는 무관하다’고 먼저 발뺌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셀프 수사’도 못 미더울 수밖에 없다. 2013년 전 법무부차관 김학의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했던 경찰이 다수의 고위층 인사가 등장하는 성접대 영상을 증거물에서 누락시킨 의혹도 최근 제기됐다(〈JTBC〉 취재 결과). 당시 검찰도 석연찮게 김학의 등 고위 인사들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경찰과 검찰의 부패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기업주, 국가관료들과 끈끈하게 얽혀 있어, 검경의 부패는 차라리 본성에 가깝다.

이는 경찰과 검찰이 본질적으로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억압기구의 일부인 데서 비롯한다. 이들의 핵심 존재 이유는 노동계급을 착취·통제하고, 지배자들의 권력과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가족제도를 수호하고, 이를 위해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버닝썬 게이트’는 이런 검경의 본질이 드러난 한 사례다. 하룻밤에 몇 천만씩 쓰는 부잣집 자제들의 유흥과 기업주의 돈벌이에 여성들이 희생된 배경에는 더러운 검경 유착 고리가 있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약물 강간이 벌어졌다는 여성들의 고발이 이어져도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는 기막힌 일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검경 유착이 성범죄 항의의 초점이 돼야 

지난 3월 2일 열린 약물 강간 항의 시위는 약물 강간 범죄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여성들의 정당한 분노를 모으는 데 기여했다. 이 시위가 검경 유착을 규탄한 것도 옳다.

하지만 이 시위의 명칭(‘남성약물카르텔 항의시위’)과 주최 측 구호문에 등장한 반反남성 구호들(“좇카르텔” 등)은 주최 측이 남성 전체를 싸잡아 잠재적 강간 가해자로 매도한다는 인상을 줬다. 사회에 “강간 문화”가 만연하다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약물 이용 강간은 끔찍하고 크게 분개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를 남성 일반이나 다수의 남성이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남성 중에서 극소수가 저지르는 범죄다.

버닝썬이 1억 원짜리 양주 세트 등 초고가 전략을 쓰며 부자 단골 VIP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사활적이었다는 폭로를 볼 때, 클럽이 부유층 고객 유치를 위해 약물 성범죄를 조장했을 공산이 크다.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남성들에게 이런 ‘서비스’가 제공됐을 성 싶진 않다.  

무엇보다 성범죄를 묵인·방조한 검찰과 경찰은 노동계급을 억누르는 국가 권력의 일원으로, 노동계급 남성들은 이런 권력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남성 권력”이라는 말로 모든 남성을 한통속으로 취급하는 것이 부적절한 까닭이다.  

약물 강간과 검경 유착(그리고 정준영의 불법촬영 범죄)에 분노할 대다수 남성들까지도 모두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또한 과도하고 원색적인 반反남성 구호에 동의하지 않을 많은 여성들을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여성 차별을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사회 체제가 아니라 남성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게 만들어, 운동의 동력을 효과적으로 결집시키기 어렵다. (‘불편한 용기’ 시위도 남성 배제적이었지만, 수사기관과 사법부, 문재인 정부, 불법촬영물로 돈 버는 기업주 같은 사회의 권력층 규탄이 선명했다. 이런 전투성이 개혁 염원 대중이 행동에 나서던 당시 정세와 맞물려 대중적 여성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약물 강간에 항의하는 운동이 더 효과적이려면, 남성 일반을 싸잡아 비난하기보다는 운동의 초점을 검경 유착 규탄에 분명히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의혹이 경찰 고위층에게로 향하고 있는 만큼 더더욱 여기에 화살을 겨눠야 한다. 약물 강간 조장 의혹을 받는 클럽 기업주와 관련 가해자들도 마땅히 엄벌해야 한다.

한편 정준영의 불법 촬영·유포 범죄가 드러나며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불편한 용기’ 시위를 재개하자는 글들이 온라인 카페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여성 수십만 명이 시위를 통해 요구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시위가 다시 열리길 바란다.

약물 강간, 고위층으로까지 확대된 검경 유착,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미온적 대처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관련자들은 엄벌돼야 한다. 경찰과 검찰의 부패와 성차별에 초점을 맞춘 운동은 이런 과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