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를 빌미로 한 우익 정치인 하태경(바른미래당 의원)의 백래시가 점입가경이다.

하태경은 워마드여성가족부를 연신 물어뜯더니, 최근에는 ‘워마드 폐쇄법’ 발의를 공언했다. 국가권력을 이용해 워마드를 검열하고 재갈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본명 이영희)는 하태경의 워마드 마녀사냥 토론회에 두 차례나 참석해 백래시에 가세했다.

하태경은 “워마드는 나치”이고 “범죄 사이트”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태경은 워마드 게시판에 오른 “페미 나치 선언” 게시물이 실제 나치의 증거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지만, 그것은 워마드 게시판에 흔한 작자 불명의 미러링 게시물일 뿐이다. “페미 나치”는 오히려 여성운동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이는 용어다.

하태경은 운동권에서 우익으로 전향한 것을 경력 삼아 권력자들에게 아부해서 유신과 신군부 계승 정당에서 국회의원 한 자리 얻어낸 자다. 그런 자가 “나치” 운운하며 여성들의 운동을 비하하는 건 역겨운 일이다.

반면 워마드는 구조적 여성 차별에 항의하는 여성운동의 일부이다. 구조적 여성 차별은 현 사회 시스템의 특징이므로 워마드의 자극적인 반(反)남성적 언사와 관계없이 그들이 지지한 운동들의 기본 취지는 정당했고 진보적이었다. 불법촬영 반대나 낙태 합법화 운동들이 그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워마드는 지금 우익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태경을 비롯한 우익은 워마드를 “사회적 해악”이라며 지탄할 자격이 없다. 여성 차별과 성별 고정관념을 체계적으로 양산하고 그로부터 득 보는 우익들이 비할 바 없이 노동계급 남녀의 삶에 더 해악적이다. 그들이 비난 증거를 찾으려고 워마드를 뒤지는 성의의 100분의 1이라도 여성 차별 반대에 쓴 적이 있을까?

지난해를 달군 불법촬영 항의시위 워마드를 빌미로 한 하태경의 공격은 지난해 부상한 여성운동에 대한 보복과 증오의 메시지이다 ⓒ이미진

사악한 이간질

하태경의 ‘워마드 폐쇄법’은 그저 워마드 식으로 말할 자유만 막으려는 게 아니다. 하태경이 제재 요건으로 든 “불법정보”의 기준은 너무 느슨해(“성별, 나이, 지역, 피부색, 장애를 이유로 한 비방, 조롱, 욕설,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등”), 구체적 맥락과 무관하게 어떤 사이트의 무슨 내용이든 지배자들의 입맛대로 검열해 제재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하태경이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안내서’를 “독재”라고 비난한 게 얼마나 위선인지도 다시금 드러난다. 여가부가 ‘오해의 소지’를 우려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어도 하태경이 정당한 것은 전혀 아니다.(관련 기사: ‘여성가족부 성평등 방송 안내서 문제없다  —  하태경은 성차별적 공세 중단하라’

물론 워마드의 분리주의는 여성 차별의 원인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닌) ‘남성 권력’에 있다고 보기에, 그들의 접근법은 과도한 반反남성주의에 동의하지 않을 상당수 여성들과 여성해방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많은 남성들을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진정 효과적인 여성 해방의 전략이 무엇인지는 운동 안에서 토론할 일이지, 여성 차별의 주범인 국가권력에 특정 경향을 솎아내고 단죄할 칼을 쥐어줘선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 불과할 것이다.

하태경은 “여성가족부가 워마드 후원부”라고 비아냥대며 문재인 정부에게서 등 돌린 20대 ‘남성’의 환심을 사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데 관심이 더 큰 것이다.

그런데 워마드 경향이 주도력을 발휘한 운동들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기는커녕 강력히 성토했다. 워마드가 친문 진영의 적대를 받는 이유다. 그런데도 왜 전향 우익 하태경은 워마드를 표적 삼을까?

그것은 최근의 백래시가 단지 워마드만을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운동 덕분에 지난해 우파가 찌그러든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불법촬영 반대·낙태죄 폐지·미투 등의 운동이 부상했다.

워마드를 빌미로 한 우파들의 역공은 이런 여성운동과 성평등 염원을 위축시키려고 우파 지배자들이 보내는 보복과 증오의 메시지인 것이다. 저들의 저열한 선동을 듣고 있자면 ‘어디 감히 여자애들이 들고 일어나느냐’는 속내가 들리는 듯하다.

또한 이는 현 사회 시스템의 무책임과 무능으로 인한 서민층 청년들의 불만과 절망으로부터 체제와 그 수혜자들을 보호하려는 책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워마드식 페미니즘의 약점을 이용해 감정적 선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악한 이간질은 서민층 청년들의 광범위한 저항에 대한 예방 행위이기도 하다.


오세라비와 당당위 대표의 부적절한 동참

오세라비가 무분별하게 하태경에 동조하는 것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 연대〉는 오세라비 행보의 위험성을 비판해 왔다. 

오세라비는 한때 정의당(내 참여계)에 속했고 여성운동에 참여했었으며, 스스로 사민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기층 노동계급 여성들을 대변하는 건 여성단체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천은 여성 차별의 현실을 부정하고, 우익의 위선적 공세에 협조하는 것이다. 오세라비는 최근 하태경이 주최한 워마드 비난 토론회에서도 이렇게 청년들을 모욕했다. “10대~20대 여성들이 워마드에 끌리는 이유는 그들이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없기 때문이다. 586세대 부모가 잘못 키워, 떼쓰는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와 설훈 등의 20대 탓 망언을 떠올리게 하는 이 말을 듣다 보면, 오세라비가 우파 매체에서 민주당의 20대 탓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세라비가 지지한 노무현 정부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한층의 고통으로 몰아 넣은 장본인이었다. 이제 오세라비의 페미니즘 비난은 휴머니즘을 빙자한 우경화로 가는 듯하다.

한편, 하태경 주최 토론회에서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문성호 대표도 ‘워마드 폐쇄’에 맞장구쳤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단체는 이 사건 등에 대한 ‘유죄 추정 규탄 시위’를 세 차례 열었다. 당당위는 ‘사법정의’와 ‘성평등’, ‘반(反)혐오’를 요구할 뿐 ‘반(反)페미니즘’이나 ‘성 갈등 조장’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 낙인 찍기에 대한 이들의 불만에는 일부 일리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성범죄 문제에서 남성에게 편파적이라는 당당위의 주장은 오히려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불법촬영 범죄나 김학의 사건, 고(故)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관행에서도 보듯 현실은 여전히 여성 차별이 지배적이다. 현실에 대한 일면적 인식이 우파들의 책략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나타난 듯하다. (당당위는 ‘사법정의’를 외치지만) 바로 그 우파야말로 사법 농단의 후원자 아니었던가?

진정한 성평등과 여성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우익의 위선적이고 책략적인 워마드 공격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천대받는 사람들의 편에 분명히 서야 여성 해방의 효과적인 이론과 전략에 대해 건설적으로 토론할 수 있고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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