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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터뷰:
“수소차는 친환경 에너지 면에서 좋은 대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차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파격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심지어 가스안전 규제를 완화해 도심이나 주거지에도 가스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있다. 수소차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친환경 대안이라는 것이다. 최무영 교수를 만나 수소차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수소차 예찬이 대단합니다. 일각에서는 수소차를 넘어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삼는 수소경제 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일단 전제해야 할 것은 제가 공학 전문가가 아니므로 세부적인 기술적 문제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물리학자 입장에서 원론적인 의견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수소를 에너지원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사실 에너지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에너지 저장매체 중 하나라고 보는 게 적절하죠. 수소가 자연상태에 많이 있으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지만 자연상태에는 수소가 사실상 없거든요. 따라서 수소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물질에서 수소를 빼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상당히 써야 하므로 사실은 에너지를 수소에 잠시 저장했다가 빼서 쓴다고 봐야 하거든요.

수소를 얻는 방법이 대체로 두 가지인데요.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탄화수소에서 수소를 뽑거나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게 됩니다. 천연가스에서 뽑는다면 천연가스가 에너지원인 거고요. 물은 거의 무제한에 가깝지만 전기를 써야 물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으니, 결국 전기에너지를 쓰는 셈이지요. 이 경우에는 들어간 전기에너지만큼 쓰게 되니 에너지에 이득이 있지 않아요. 실제로는 전환 과정에서 도리어 에너지 손실이 상당히 있게 돼요. 요컨대 수소는 에너지원은 아닙니다.

1월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 경제 전시회 ⓒ출처 청와대

수소차가 친환경적이기는 한가요? 기존의 전기차와는 뭐가 다른가요?

휘발유나 경유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인 건 사실이죠. 오염물질 기체를 뿜지 않고 물만 배출하니까 친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소차를 전기차와 비교해서 더 친환경적인가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전기자동차도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으니까요. 경유차를 모두 없애고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꾼다고 하면 분명히 대기오염,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수소차도 사실 기본적으로는 전기차예요. ‘수소전기자동차’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죠. 수소를 이용하는 연료전지를 써서 전력을 만들고 그것으로 전동기(모터)를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연료전지 이후 과정은 전기차와 똑같아요. 전기차는 싣고 다니는 축전지에 전력을 저장해서 바로 이용하는 것이고 수소차는 수소를 갖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수소이온(양성자)과 전자를 분리해서 이동시켜서 전력을 만들어 이용하지요. 수소이온과 전자는 산소를 만나서 물이 돼 배출됩니다. 결국 전동기를 돌려서 나가는 거니까 기본적으로는 둘 다 전기차죠.

문제는 효율면에서 보면 전기차가 월등히 낫다는 겁니다. 만약 전기분해로 수소를 얻는다면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있거든요. 처음부터 전기를 쓰는 게 낫죠. 에너지 변환을 덜 할수록 손실이 적은 건데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에너지 변환을 더 해야 하므로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연료비도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서너 배는 비쌀 거예요.

더욱 문제가 되는 게 충전시설이지요. 하나 짓는데 수십억 원이 들 텐데 주유소만큼 많이 지으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겠지요. 수소를 얻는 것도 쉽지 않고 저장소나 충전시설을 만드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그에 반해서 전기자동차는 충전기 외에는 새로 시설을 지을 것도 없죠.

수소차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텐데요.

수소차가 좋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충전 시간 문제인 듯해요. 전기자동차는 충전하는 데 한 시간, 빨라야 삼십 분은 걸리거든요. 그래서 전기차는 중간에 충전을 해야 하는 장거리 운행의 경우라면 시간 지연이 많아집니다. 반면 수소차는 5분 이내지요. 장점은 이거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차이가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기술로 수소차를 한 번 충전하면 600킬로미터 정도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편 전기차는 그만큼 못 간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요즘에는 500킬로미터까지도 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 주행거리에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죠.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장거리 운행에는 차이가 나겠지만 시내 운행의 경우에는 500킬로미터씩 다니지는 않으니까 별 차이가 없겠네요. 예컨대 전기차는 퇴근하고 나서 밤에 충전해 두면 되거든요. 그러니 특별히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기차가 여러모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전기차에는 축전지를 많이 실어야 하는데 축전지가 대체로 비싸서 전기자동차 가격은 대부분 축전지 가격이라고도 하지요. 그래도 전기차가 수소차보다는 싸요. 수소차는 전기차에 수소를 이용한 전력 생산 장치가 덧붙여져야 하잖아요.

수소차가 공기를 정화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죠. 공기를 빨아들이고 그중에서 산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터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글쎄요,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효과가 크겠지요. 공기 정화 기능을 큰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여요.

또한 수소를 태워서 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열이 나오게 됩니다. 열손실이 있는 셈이지요. 어떤 분은 그 열까지 이용하면 좋다고 하는데, 글쎄요, 겨울에 난방으로 쓰면 좋겠으나 여름에는 열오염이 되니 환경에 오히려 해를 끼치죠. 아무튼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교하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걸 수소차의 장점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라는 거죠.

이런 얘기도 있어요. 전기차는 워낙 만들기 쉬운 걸로 알려져 있어요. 오죽하면 진공청소기 만드는 기업도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러니까 만들기 어려운 수소차를 해야 한다. 그래야 부품회사들도 망하지 않고 잘된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네요. 누가 수소차를 사겠어요? 더 비싸고 만들기 어려우면 망하게 되겠지요.

우리 나라의 현대자동차 회사가 수소차로 현재 가장 앞선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외국의 자동차 회사 중에 수소차를 만드는 곳은 거의 없어요. 전기차는 대부분 회사에서 만들고 있지요. 현대자동차도 바보는 아니니까 수소차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을 거예요. 만일 수소 충전시설을 우리 나라 전국에 설치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수소차가 어느 정도 팔리겠지요. 하지만 외국에 팔기는 어려울 겁니다. 외국에는 충전시설이 없으니까요. 현대자동차가 국내 시장만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수소차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전기차가 대안이라고 보시나요? 전력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최근 핵산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먼저 자동차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은 경유차예요. 한국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싸거든요. 심지어 어처구니없게도 ‘클린디젤’이라고 경유차를 장려하기도 했지요. 경유값이 더 싼 경우는 해외에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오히려 억제하는 편이죠. 이륜자동차(모터사이클)처럼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들도 그냥 방치하죠. 그래서 저는 궁극적으로는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봐요.

그러려면 전력이 필요한데 그걸 핵발전으로 충당한다면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거죠. 제가 한가지 찜찜하게 생각하는 건 수소차 정책이 핵발전 찬성론자들의 입맛에 맞으리라는 점이에요. 수소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수소를 수입해 온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석유나 천연가스 수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뭔가 새롭게 하려면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어야 하는데 전력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 전력을 어디서 얻을 거냐?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지요.

왜냐하면 핵발전은 핵반응로에 불을 한 번 켜면 쉽게 끌 수가 없어요. 갑자기 끄면 체르노빌 사고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요. 한 번 불을 붙이면 끌 수가 없으니 남는 전력을 해결해야 하고, 그래서 양수발전소라는 걸 만들었지요. 청평, 양양, 무주에 만들어 놓았는데 핵발전으로 남는 전력으로 괜히 물을 높은 곳으로 계속 퍼 올려 놓았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수력발전을 하겠다는 거에요. 근데 이는 한심한 일이에요. 상당한 비용을 들이고 무지막지하게 환경을 파괴해서 만든 양수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정말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이에요. 따라서 양수발전소는 핵발전으로 남는 전력을 해결하기에 좋은 방안이 아닌 거죠. 대신에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서 저장해 놓으면 딱 좋다고 할 수 있지요.

에너지 저장매체로서 수소는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축전지보다 조금 유리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축전지는 용량에 한계가 있고 무겁고, 또 자체 방전을 하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저장해놔도 오래되면 점차 없어집니다. 이에 비해 수소는 가볍고 (물론 저장 용기, 탱크의 무게도 고려해야겠지만) 용기에서 새어서 없어지는 양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니까요.

“굳이 효율이 낮은 수소차를 늘려는 이유가 사실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닌지 의문입니다” ⓒ이미진

핵발전 문제를 지적하셨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리고 대안은 뭐라고 보시나요.

좋게 평가하기 어려워요. 출발할 때에는 분명히 탈핵을 공약했는데, 사실상 안 지켰죠. 안전이 의심 가는 핵반응로들의 가동을 멈추고 폐로 수순으로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미 수명을 연장해서 위험 수준에 도달한 고리 1호기 외에는 그대로 가동하고 있어요. 현재 큰 문제가 없으니 수명을 연장해서 계속 가동하겠다는 것은 결국 문제가 생길 때까지, 결국 터질 때까지 운영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지요. 오히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결국 승인했잖아요. 당연히 건설하지 말아야 하는데 국민여론에 따른다며 책임을 회피한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런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람들에게 완벽한 자료와 지식을 제공해 줘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될 수가 없고요. 그 다음에 일반인들이 관련된 정보를 열심히 깊게 공부해서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이도 기대하기 어렵죠.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결국 탈핵 정책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로 돼 버렸어요. 물론 이명박근혜 정부보다는 낫겠지만 공약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후퇴한 거죠.

대안은 햇빛, 바람 같은 친환경 재생가능에너지로 가는 건데, 여기서 에너지 절약이 중요해요. 몇 년 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인구 1인당 사용 전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물론 압도적 1위는 미국이지만, 우리나라가 2위권으로 유럽 평균보다 더 많을 정도지요. 그런데 가정에서 쓰는 전력량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요. 산업용 전기를 엄청나게 쓰는 거예요.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싼 데 이것도 정상이 아니죠. 가정용 전기는 많이 쓰면 누진제를 적용하는데 산업용은 오히려 깎아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시설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예요.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대폭 올려야 해요. 상업용 전기도 낭비가 심하죠. 문 열고 에어컨 트는 것도 그렇고 네온사인도 많잖아요. 미국도 라스베가스 같은 환락도시나 가야 네온사인이 있지, 한국처럼 전 국토에 많은 나라는 없을 듯해요. 이것도 화력발전과 핵발전으로 남는 야간 전력을 많이 쓰라고 권장한 셈인데, 어쨌든 절전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많아요.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바람과 함께 햇빛발전이 현재로서 가장 나은 대표적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마구잡이로 산림을 파괴하고 햇빛전지판(패널)을 세우는 짓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점은 에너지 생산은 소비지에 최대한 가깝게 해야 한다고 봐요. 다시 말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 곧 도시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라는 거예요. 예컨대 건물 지붕, 벽, 창문 등을 전지판으로 덮으면 웬만큼 해결할 수 있거든요. 도로에도 깔 수 있고요, 내구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모르겠지만요. 주차장 같은 데도 그렇고 자동차 지붕에도 설치할 수 있지요. 강이나 호수에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어요.

모든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얻어내는 것은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 중독에서 벗어나서 낭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고, 그것이 인류의 문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에너지 문제에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문제가 모두 밀접하게 결부돼 있지요. 결론적으로 물리학자로서 제가 잘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겠지만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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