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L0직급은 은행권의 불완전한 정규직화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2014년 창구전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됐다. 그런데 사측은 기존 정규직(L1→L4 까지로 구성)아래 하위 직급(L0)을 신설해 이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했다. 또한 정규직 전환 되면서 L0직급 노동자들은 이전 근속 기간도 다 인정받지 못하고 국민은행에서 일한 기간의 25퍼센트(최대 5년 이내)만 인정 받았다.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사실상 차별이 유지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오른 불만을 덜어주면서도 이간질 효과는 남겨두려 한 것이다.

이 때문에 L0직급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근무 기간을 모두 경력으로 인정하라며 차별에 저항해 왔다. 2015년에 퇴직한 L0직급 노동자 20여 명은 경정청구 소송(납세 의무자가 과다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을 제기했다.

퇴직금에 대한 세금 산출시 근속연수에 따른 공제액을 차감하므로, 근속기간이 길수록 내는 세금이 적어진다. 경정청구 소송은 근속기간을 모두 인정해 사측이 원천징수한 퇴직소득세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라는 것이다.

3월 7일 2심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을 포함한 전국 8개 지방법원에서 벌어진 1심에서 노동자들이 모두 이긴 데 이어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이긴 것이다. 전환 당시 L0 직원들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요식행위’ 에 불과하고 전환 전후의 업무 내용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소송을 지원했던 KB국민은행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대법원에서도 이변 없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들의 결과이자 사회적 압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월 13일 노조는 옳게도 이 재판 결과를 이용해 국가인권위원회에 L0 직급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1월 8일 하루 파업 모습 ⓒ출처 금융노조

이는 사측의 노사 임단협 합의 미이행에 따른 항의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노조가 하루 파업을 한 후 사측과 맺은 합의에서 직원 내 임금 차별 개선을 위한 TFT를 노사 공동으로 꾸리기로 했었다. 이 TFT는 신규 직원 ‘페이밴드’(기본급 자동 인상 폐지로 정규직 내 임금 차등화) 폐지와 L0 직원의 이전 근속기간 인정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사측이 합의 이후 “인사제도 TFT”에 구성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놓고도 차별 시정과 임금 인상 등 보상을 회피했던 사측은 노사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못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상황 악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하고 가계소득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인력 감축, 인건비 절감과 임금 억제 등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임단협에서 조금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1월 8일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에서 보여 준 단결력에 바탕해 차별 시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정부와 사용자들은 탄력근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악 등 임금 억제와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노동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임금 억제와 장시간 노동이야말로 은행 노동자들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KB국민은행 노동자들 사이의 차별을 없애는 투쟁은 노동 개악 저지 투쟁과도 연결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