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정부의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발표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A씨는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민간위탁(간접고용) 콜센터 노동자다.

A씨는 올해로 10년차인 베테랑 상담사지만, 복잡한 병원 용어와 업무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A씨는 상담을 더 잘하기 위해 병원 업무들을 스스로 공부했다.

“콜센터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만만치 않거든요. 의사마다 스케줄도 다 알아야 하죠. 당일 접수와 담당 과별 업무도 다 숙지해야 해요.”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하는 데서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콜센터 용역회사는 처우가 너무 열악했다. 용역회사는 늘 당연하다는 듯이 최저임금만 줬다. 식대, 상여금은 꿈도 못 꿨다. 하루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다 보면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

원래 이러한 콜센터 업무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공공병원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콜센터들을 외주화했다. A씨가 다니는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이 당선 직후 인천공항에 갔을 때 A씨는 ‘드디어 뭔가 달라지는구나’ 하며 기대했다.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설문조사도 몇 번 내려왔다. 그때마다 A씨는 성심성의껏 설문조사란을 채웠다.

그러나 1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콜센터를 민간위탁 형식으로 운영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는 용역과 똑같은데 왜 민간위탁이 제외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3단계에 희망을 가져 봤다.

하지만 2월 27일 정부가 내놓은 정규직 전환 3단계(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는 기관 자율로 맡겨 두는 것이었다. 사실상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자살 충동까지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허무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왜 민간위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3단계로 분류를 하고 이제 정부에서 손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A씨는 10여 년간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차별을 겪었다. 공공병원에서 없어선 안 될 일을 하지만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속앓이하는 일이 많았다.

“우리는 병원에서 일하는데 병원 노동자가 아니니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요.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은 사원증을 찍죠. 저희는 사 먹어야 해요. 밥 먹을 때도 위축돼서 구내식당에 안 간 지 좀 됐어요.

“명절 때 선물이라고 줘서 보니까 직원들 행사하고 남은 기념품인 거예요.”

심지어 얼굴을 아는 병원 직원들은 오랫동안 근무한 A씨가 당연히 정규직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은 퇴근하는데 어떤 병원 직원 분이 ‘데이(낮) 근무 끝나고 가시나 봐요’ 하는 거예요. 저를 간호사인 줄 안 거예요. 병원 직원이 아니라고도 못하고 사실 용역회사 소속이라고 설명하자니 길고 그래서 그냥 웃으며 넘겼지만 씁쓸했죠.”

병원은 콜센터가 고객접점 서비스라며 매우 중시한다. 업무 평가도 자주 한다. 그러나 일을 시킬 때만 ‘직원’이다!

희망 고문에서 자포자기로

“용역업체는 중간 수수료 받아가는 거 외에는 우리에 대해 신경도 안 써요. 병원도 너희는 우리 소속이 아니라며 관심 자체가 없어요. 회식 자리 가면 ‘너희가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요. 그 말도 웃겨요. ‘우리는 병원 소속인가, 센터 소속인가? 뭐지?’ 이런 생각이 들죠.”

다른 공공병원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지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민간위탁이나 파견용역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율은 0퍼센트다.

마침내 발표된 정규직 전환 3단계 추진 방향은 마치 A씨의 설움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3단계에 해당하는 민간위탁 콜센터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 더욱 어려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요새 A씨와 동료들은 분노와 좌절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1~2단계 발표 때까지는 ‘희망 고문’이었다면 3단계 발표 후에는 ‘자포자기’다.

“해고된 KT 노동자들이 자살한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그때는 그 분들이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이해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3단계 발표를 보고 ‘아, 이런 생각이 들었겠구나’ 했어요. 열심히 일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A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정부의 민간위탁 정규직화 포기는 A씨와 같은 여성 콜센터 노동자들의 희망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디선가 A씨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을 콜센터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정부가 또 짓밟은 것이다.

정부는 공공병원 콜센터 노동자들의 절실한 정규직화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