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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위기에서 발뺌하는 문재인 정부
고용위기‘론’이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지지부진한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양극화와 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실업자 수는 19년 만에 최대였다. 올해 ‘2월 고용동향’에서는 일자리가 1년 전보다 26만 3000개가 늘었지만, 30대와 40대에서는 24만 3000개가 줄었고 60세 이상에서 39만 7000개가 늘었다. 60세 이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1, 2월에 노인 일자리를 약 25만 개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대부분 하루 2~3시간 일하고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받는 저질 일자리들이다. 저질의 공공 일자리는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들은 줄어든 것이다.

30, 40대의 취업자 숫자는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하다가 최근 들어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도 2016년부터 줄었고 최근 그 폭이 커져 올해 2월에는 지난해보다 15만 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 악화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인 제조업 구조조정 정책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이라더니.. ⓒ조승진

일각에서는 30~40대 취업자가 줄어든 것을 두고 30~40대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변호론도 나온다. 그러나 “2014년의 경우 생산가능인구는 한 해 전보다 24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취업자 수는 50만 명이나 늘었다. 반면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33만 명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12만 명 감소했다.”(〈한겨레〉 2018년 7월 12일)

즉, 고용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적인 인구수보다는 이윤율 수준과 이에 따른 경제 성장률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빈껍데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등 우익들이 제대로 시행된 적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을 공격하며, 오히려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주문하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역겨운 일이다. 이들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정책을 추구하다가 불과 2년 전에 탄핵을 당해 정권을 잃었던 자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고용 상황 악화와 양극화 심화를 낳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던 공약은 빈 껍데기만 남았다.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는 국회 연설에서 ‘정규직 임금을 3~5년간 동결’해야 한다며 망발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 억제뿐 아니라 정규직 임금도 동결해 전체 임금을 하향시키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 개악이 추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은 민영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최근 국정연설에서 2월 취업자가 늘어난 것만 강조하며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변호론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경향신문〉은 “만들어진 ‘고용위기론’”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의 핵심 근거는 고용률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7년 고용률은 60.8퍼센트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고, 2018년은 조금 하락해 60.7퍼센트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전 정부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봐야 할 것은 지난 20여 년간 고용률이 거의 정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5배가량 성장했지만, 고용률은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치(60.9퍼센트)를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20대 고용률은 1997년 63.9퍼센트에서 지난해 57.9퍼센트로 떨어졌다. 지난 수년간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피부로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고용을 늘리는 것보다 기계와 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더 빨리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고 지적한 이 과정이 한국에서도 진행돼 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적은 노동자로 더 많은 생산을 해 온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와 함께 한국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고용 상황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려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반도체 수출마저 크게 감소하며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 위기의 파고가 한국에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의 개혁 배신에 대한 좌파적 비판과 함께 투쟁을 성장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럴 때 문재인 지지율 하락으로부터 우파들만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진보·좌파적 대안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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