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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씨 소속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 인터뷰:
“누더기가 된 공공부문 정규직화, 지금은 싸워야 할 때입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 장례를 치른 지 1달이 지났지만, 정부 약속과는 달리 정규직 전환 논의와 발전소 안전 강화 대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지난해 초부터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까지,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이끌어 온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고(故) 김용균 씨 장례 이후 한 달이 넘었습니다. 2주 전에도 위험한 사고가 나는 등 발전소 현장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 데요. 2인 1조 근무에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노동강도는 더 강해졌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이미진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 규명, 발전소의 노동조건, 안전 설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특별노동안전위원회가 구성돼, 곧 공식 출범 합니다. 정부 측 추천 인사와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추천 인사 그리고 자문위원 등으로 30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특별노동안전위원회에서 총 조사할 대상은 폐쇄 예정인 발전소와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발전소 등 3곳을 뺀 9개 석탄·화력 발전소로, 노동·보건·안전 실태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특별노동안전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더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2년 동안 진행과정을 점검하는 것까지 훈령에 담도록 했습니다. 특별노동안전위원회 활동 시한은 7월말 넘어서까지 진행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별노동안전위원회 명칭 관련 논란이 많았어요. 정부 측 안은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처럼 ‘김용균 없는 김용균 조사위원회’가 되는 꼴이에요. 그래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 발전소 특별노동안전위원회’로 바꾸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공식 출범은 3월 마지막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안전TFT도 모든 발전소에 구성해야 합니다. 실제 구성된 곳은 태안발전소밖에 없습니다. 태안의 경우, 원청인 서부발전사와 하청업체 노조 대표자들, 각 업무를 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 등 20명 정도로 구성되어 개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월 4일 사고는 사각지대에서 났습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서 1000개 이상의 지적 사항이 나왔는데, 이번에 사고가 난 부분은 지적이 안 된 곳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5개 발전사가 운영하는 모든 발전소에 공식적이고 상시적인 안전TFT가 구성돼야 합니다. 발전사들에도 제안을 했습니다.

김용균 동지 사망 직후에 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로는, 청와대에서 ‘빨리 2인 1조를 시행하라’는 지침이 내려 왔다고 해요. 그런데 현장의 인력 충원 없이 2인 1조를 시행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업무량이 늘어나고 설비사고나 화재사고 등이 배로 증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니, 전국의 화력발전소 내 석탄취급설비(석탄이송벨트)에 한해서 인력을 충원하라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2인 1조를 제대로 수행할 만큼의 인원이 다 충원이 안 됐습니다. 그리고 석탄취급설비에만 벨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화력발전소 내에는 여러 공정에 벨트가 있어 추가 인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노조 별로 필요 인원을 뽑아 합쳐 보니, 최소 300명 정도는 즉각 충원이 돼야 한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발전사는 9월 7일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합니다. 연구용역 뒤에는 정부의 예산 승인까지 거쳐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안전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새로 충원된 20대 청년 노동자들이 일을 하러 왔다가 30~40퍼센트는 그만뒀습니다. 발전소 현장이 실제로 안전한 일터로 개선돼야 하고, 임금도 인상돼야 청년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용균 동지 투쟁에 대한 당정 협의[2월 5일]에서, 정부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들은 새로 공공기관을 만들어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노·사·전문가 협의체(이하 노사전협의체)를 재구성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운전 분야 노사전협의체 재구성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저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근로자 대표 인원 수가 동수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노사전협의체 재구성보다 더 중요한 점은 ‘어떤 공공기관을 만들 것이냐’입니다. 저희는 [새로 만들 공공기관은] 한전의 자회사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발전 5사,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처럼 말이죠.

경상정비 분야 노사전협의체 구성도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상정비 분야의 민간 개방[민영화]은 정부 정책으로 오래전부터 시행돼 왔고, 정부가 민간업체들을 직접 육성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재공영화에 대한 민간업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민영화가 실패했다는 점은 속속 밝혀지고 있고, 산업재해도 경상정비 분야가 운전 분야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재공영화가 필요합니다.

신속한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책임 있게 점검해야 합니다. 이미 당정 합의안에 정규직 전환 점검을 위한 당정TF를 구성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한편, 최근 석탄연료 단가 인상과 미세먼지 종합대책으로 발전소들이 봄철에 운영을 중단하여 전기 생산과 판매를 못 해 수익이 줄어, 발전소들이 적자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이를 빌미로] 발전사는 정규직 복지 축소를 시도하고 있고, 하청업체들은 교대제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저는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시키는 대로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석탄발전소 폐쇄 및 적자 위기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정규직 전환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원인인 ‘위험의 외주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진

2월 말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민간위탁 일자리는 정규직화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전 정비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요?

저희는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 발표 전에, 실무 논의를 위해 정부 담당자를 만나서 관련 내용을 들었었어요. 그때 저희는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부가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정규직 전환은 하지 않고, 고용과 처우를 약간 개선하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가 민간위탁으로 분류한]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었는데, 김용균 동지가 사망한 뒤로 정규직 전환 협의 대상이 됐습니다. 다행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요. 정부가 민간위탁으로 분류한 것에 맞서 저희는 오분류라며 싸워 왔기에 [그나마 정규직 전환 협의 대상으로 선정]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민간위탁 [유지] 정책을 보면서, ‘투쟁이 반드시 필요했구나’ 느꼈습니다. 민간위탁으로 분류된 노동자들도 같이 싸워서 정부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경상정비 분야는 노사전협의체 구성까지는 이뤄냈지만, 정규직 전환의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전사측의 해태로] 1년 넘게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질질 끌리면서 현장 노동자들도 지치긴 했습니다. 김용균 동지 사망으로 ‘발전소가 이렇게 위험하구나’ 하는 사회적 공론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도 다시 힘을 내게 됐습니다. 다시 잘 싸워서 정규직화해야겠다고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각 발전 비정규직 노조들을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를 통해서 조직을 확장하려 했던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몇몇 민간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노조 활동에 필요한 질적인 성장과 노력도 강화하려 합니다. 현장의 동기부여는 많이 돼 있는 상태고, 이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는 각 노조와 상급단체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거의 멈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에도 누더기로 진행됐었는데, 지금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공공운수노조 내 정규직 전환 쟁점 사업장들인 발전소, 한국마사회, 가스공사, 의료연대, 인천공항 등에서 진전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측은 자회사 방안만 받으면 다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하자고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발전에서도 이미 자회사 전환을 한 시설, 청소, 경비 직종과 한전 검침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는 직무급제에요. 나아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누더기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활동을 통해서 100인 대표단이 대통령 만나서 얘기해 보자고 했는데, 아직까지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갔던 인천공항도 새로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해서 한다고 합니다.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싸울 수 있는 조직화된 노동자들을 통해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노조 조직율을 높이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노총 내의 비정규직 단위들을 묶을 조직화가 필요합니다. 정규직화 공동 투쟁을 해서 제2의 촛불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노조별로 각각 싸우다 보면, 기재부나 관련 부처들에 맞서 홀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싸울 수 있도록 판을 키우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지난 해 공공운수노조 내 쟁점 사업장들의 공동 투쟁이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마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스공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등을 쟁점 사업장들이 모여서 공동 순회 투쟁과 연대를 하면서 서로 알게 됐습니다.

여기에 금속노조를 비롯 다른 비정규직 노조들과도 같이 하면서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더 큰 공동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큰 동력을 만드는 역할은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민간위탁으로 분류된 노동자들도 ‘내가 진짜 싸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정부 기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올해는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들이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가자’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이미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지금은 싸워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중앙은 ‘경사노위 참여를 통해서 바꿔 나간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계속 부결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가 시도를 또다시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노조[원]의 민심을 잘 파악했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 개악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노동자들의 실망, 불만 등이 상당해 보입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공공부문 등 교대 작업장에 더 큰 피해를 입힐 거라 봅니다. 이미 발전사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탄력근로제가 도입돼 있습니다. 인력 충원을 통해서 인간답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의 경우, 실제로 용역 노동자들 중엔 최저임금법 위반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산입 범위 확대 개악을 통해 회사는 위법을 피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노동 존중’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노동 천대’ 기조로 바뀌고 있구나 싶습니다.

지금 운전 업무는 4조 2교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를 합니다. 3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데, 쉬는 날 12시간 대체근무[다른 조 노동자의 병가나 휴가를 메우기 위해]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력 충원 없이 주 52시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저희는 주 40시간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해 왔어요. 지금도 무조건 대체근무를 서야 하는데, [탄력근로제 확대로 노동시간이] 주 64시간까지 확대되면 쉬는 날 없이 계속 3개월간 대체근무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쉬는 날에 대체근무를 해도 휴일근무수당(야간근무 시 야간수당까지)을 못 받게 됩니다.

통상근무[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정비 업무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지금도 발전소 집중 정비 기간엔 주말도 없이 매일 연장근무를 합니다. 그런데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연장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되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전사 측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예컨대, 3월~6월 발전소 집중 정비 기간에 매주 64시간 근무를 시키고 그 뒤에는 일을 대폭 축소시킬 것입니다.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비정규직 공동 파업 등 공동 투쟁이 준비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노사전협의체에서 정규직 전환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해당 시점에 싸워야 하므로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향후 비정규직 노조들 간 연대 투쟁이 더 견고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위주였으나 지금은 더 폭넓게 구성되고 있습니다. 싸움을 통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고, 노동하는 사람이 천대 시 받지 않는 세상을 같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노동자연대’도 늘 함께 해주셨는데, 더 뜨거운 격려와 연대를 보내주시고 함께 싸워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