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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2년을 돌아보다:
기업주들의 시스템을 고장 낸 브렉시트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난장판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당혹해 하고 진력을 내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패배, 시간 끌기, 거의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섣부른 타협안 제시하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해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단지 메이의 실책이나 무능 때문만이 아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2016년 6월 국민투표가 야기한 영국 지배계급의 심대한 위기와 관련 있다.

국민투표 당시, 영국의 주류 정치인들은 거의 모두가 유럽연합 잔류 편에 섰다.

[그러나] 좌파적 이유로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이끌던 [보수당 소속 전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 [보수당 소속 전 법무장관] 마이클 고브,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Ukip) 전 대표] 나이절 패라지 등이 역겨운 인종차별적 언행을 쏟아내는 것을 똑똑히 봤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구실로 삼아 보수당이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와 환경 규제를 허물까 봐 걱정돼 잔류에 투표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적인 현 상태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자들이었다.

영국 국내에서는 보수당 소속의 당시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 장관 30명 중 25명, 영국 판 전경련 CBI, 시티오브런던[영국 금융가], 대기업들이 잔류를 지지했다.

국제적으로는 주요 제국주의 열강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이런 지배자들 모두에게 한 방 먹인 일이었다. 국민투표 이후 이 지배자들은 브렉시트를 좌초시키려 애써 왔다.

영국 대기업들은 브렉시트 반대파의 가장 주요한 세력이다.

국민투표에 즈음해 영국 언론 〈타임스〉 지면에 실린 기고글을 보면,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부터 웨일스의 소도시 페너스 소재 영세 소기업까지 기업들은 [잔류 지지로] 일치단결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군수기업

환경오염으로 악명 높은 영국 석유 대기업 BP, 영국 군수기업[이자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 BAE, 대규모 민영화 스캔들의 한복판에 있던 영국 건설회사 카릴리온 등이 기고글에 연명했다.

그 기고글은 이렇게 주장했다. “기업들이 계속 성장하려면 5억 명 규모의 유럽 시장에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기업들이 훨씬 거대한 경쟁자들인 미국·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자본주의 국가들의 블록인 유럽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주들은 유럽연합에 [영국이] 속해 있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므로, 브렉시트는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경제”에 좋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대중과 지구[환경]를 희생시켜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에 좋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유럽단일시장의 규제 조항들은, 철도를 모두 재국유화해 공공 서비스로 운영하는 것 같은 좌파적 정책들을 제약한다.

브렉시트 때문에 메이, 보수당 강경파, 대기업들이 분열했다.

보수당은 20세기 초 이래 영국 자본가들의 제1 선호 정당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영국 보수당은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과 그 지위 유지] 문제를 두고 분열해 왔다. 오늘날 보수당의 위기는, 영국이 유럽연합 편에 붙을 것인지 미국 편에 붙을 것인지를 두고 영국 기업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오랫동안 벌여 왔던 갈등을 반영한다.

그로 말미암은 균열이 보수당 내에 깊이 남아 있다. 보수당 내 일부는 영국 자본주의가 유럽연합에서 벗어나야 더 잘될 것이라고 본다.

보수당 내 다른 일부는 유럽연합 잔류를 바라는 영국 기업가들 다수를 편들고 있다. 이런 분열로 보수당은 갈가리 찢어져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보수당 우파 하원의원들과 보수적 지지층을 달래고 영국독립당의 지지표를 빼앗아 오려고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고집불통 캐머런은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잔류가 승리해 자신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 확신했다.

국민투표에서 탈퇴파가 승리해 캐머런은 망신을 당했고, 총리직을 사임해야 했다.

‘소극적인 잔류파’였던 테리사 메이는 [캐머런의 후임으로] 총리가 되면서 유럽연합 탈퇴에 매진하겠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 하는 공허한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분열 때문에 메이는 진정한 결정을 죄다 미뤄 왔다.

거부

메이는 2016년 6월 국민투표 직후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탈퇴 [조건을 둘러싼] 협상을 시작하기를 거부했다.

2017년 1월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될 때는 메이는 나름의 “하드 브렉시트” 계획을 제시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하고, 이주의 자유를 철폐할 것이었다.

메이는 가혹하고 인종차별적이며 외국인 혐오에 기반한 이주민 단속을 약속했다. 대기업들은 메이의 계획 때문에 자신들의 이윤이 침해당할까 봐 격노했다.

특이하게도, 보수당 우파들이 기업주들을 공격했다.

보리스 존슨은 “기업들 엿 먹어라” 하고 말했고, [보수당 전 대표] 이안 던컨 스미스는 영국 판 전경련 CBI의 두려움에 귀 기울이는 것을 1930년대 히틀러와 나치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에 빗댔다.

[2017년] 11월 CBI 연례 총회에 참석한 메이는 노동당 대표[이자 당내 좌파인] 제러미 코빈보다 덜 환대받았다.

[이 자리에서] 코빈은 유럽단일시장 잔류를 약속하는 등 기업들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대기업들은 노동당으로 말을 갈아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보수당의 분열을 이용해 메이에 대한 압박을 키우려 했던 것이다.

영국 [보수당]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유럽연합의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이 보존되도록 애써 왔다.

브렉시트 협상 와중에 재무부는 ‘노 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보여 주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총리 메이 자신은 불리한 합의보다 ‘노 딜’이 낫다고 주장해 왔는데도 말이다.

조기 총선

2017년 여름,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밀어붙일 기회를 잡았다고 봤다.

메이는 보수당 내 경쟁 분파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하고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조기 총선을 시행했다.

[2015년 5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이어] 두 번째로, 보수당 총리는 오만하게도 승리를 확신하며 선거를 시행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망신을 당했다.

영국의 보통 사람들은 노동당을 지지해, 보수당이 과반 정당 지위를 잃어, 메이에게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굴욕을 선사했다. 메이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총선 후 메이는 당내 경쟁 분파들과 기업가들 앞에 이전보다 훨씬 무기력해졌다.

메이는 총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약 없이 결정을 미루고, 갈등하는 양측 사이에서 어영부영하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브렉시트 협상에] 진전이 없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과 지배자의 일부는 지금이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다시 묻는] 2차 국민투표를 시행해 브렉시트를 아예 중단시킬 기회라고 본다.

3월 23일 런던에서 벌어진 ‘민중의 투표’[를 요구하는] 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선의를 갖고 참가했다. 하지만 2차 국민투표 운동은 신자유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블레어 지지파와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기업주들은 계속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려 들 것이다.

영국 친기업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썼다.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좌절되면, 메이는 철저하게 추락할 것이다. 그러나 메이의 안이 통과되더라도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

“메이의 안이 흔히 ‘합의’안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실제로 뭔가를 합의한 안이기보다는] 현상 유지 협정 수준일 뿐이다.

“이 안에는 무역 협정도, 서비스 관련 계획도, 최종 목표치도 없다.

“메이는 조만간 사임할 것이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파는 지난 3년 동안 해 왔던 것처럼 지배계급의 여러 파벌들이 하는 주장의 꽁무니를 좇아서는 안 된다.

옹호

그 때문에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대가 신자유주의 옹호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심지어 노동당과 노동조합 지도자들도 유럽단일시장을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노총 TUC와 영국 판 전경련 CBI가 브렉시트를 두고 공동 성명을 낸 것이야말로 전례 없는 최악의 행동이었다.

지난 10년 이상 동안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사용자들이 벌이는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맞서지 못해 왔다.

이제 노조 지도자들은 대중의 이해관계를 지킨다고 거짓말하는 사용자들과 한 편에 선 것이다.

유럽연합 탈퇴 투표는 기성 정치권과 지배자들에 맞선 모순적 반란이었다. 탈퇴 투표자들 사이에는 진보적 사상과 반동적 사상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투표로 심각한 정치 위기가 일상인 상황이 펼쳐졌다. 총리 메이는 자신의 핵심 정책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고, 노동당은 산산이 분열했다.

좌파는 이런 [정치] 위기 상황을 낳은 분노를 이해하고 그 분노에 영향을 끼치려 애써야 한다. 그런 분노를 이용해 고장 난 정치 체제를 쓸어 버리고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사회주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브렉시트, “이주의 자유 옹호”와 “유럽단일시장 반대”를 외치는 브렉시트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그 대안이 있다.

인종차별과 긴축에 맞선 투쟁을 건설해 보수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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