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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 권력에 봉사하고 노동자 냉대하는 보수적인 대기업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그 창업자 이해진은 “벤처 창업 신화”로 알려져 있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궈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총수 이해진의 아버지는 이시용 전 삼성생명 대표이사다.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인 것이다.

2017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창업자 이해진을 총수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고 반발했다. 이해진은 네이버에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네이버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서 네이버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 노동자들은 “네이버 랜드”의 왕 이해진 총수가 책임지라고 말한다.

“이해진이 응답하라” ⓒ출처 네이버지회

3월 6일 네이버노조 집회에서 오성준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부지회장은 “총수가 사내정보시스템에 인력이 많다고 지적하자, 해당 업무를 하던 인원을 일방적으로 줄이고 전환배치하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설립한 네이버노조는 10개월 동안 사측에 무시당하다가 올해 2월부터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성과급 지급 기준 공개와 복지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에 순응

70퍼센트가 넘는 검색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조작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왔고, 이런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2016년 네이버는 축구협회의 청탁으로 협회 비판 기사를 숨겼다.

당시 네이버는 스포츠 섹션만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공개한 일명 ‘장충기 메시지’를 보면 삼성 이재용 승계 당시 삼성 사장 장충기는 이런 문자 보고를 받았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들 모두 내려갔습니다. … 포털 측에도 부탁해 뒀습니다.”
“어제 네이버·다음 뉴스팀에 협조를 요청해 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정권 입맛에 맞게 검색을 조작한다는 의혹은 2008년 촛불 집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두 얼굴의 네이버》에서 2008년 5월 1일 0시 40분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탄핵”, “이명박”, “이명박 미니홈피”, “이명박 탄핵”, “광우병”, “광우병 증상”(각각 1위, 2위, 3위, 4위, 7위, 10위)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이후 네이버가 직접 발간한 《트렌드 연감 2008》(인기 검색어 통계집)에는 “이명박 탄핵”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가 “[네이버]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지시한 문건이 발견됐다. 네이버는 2016년에 “박근혜 7시간 시술” 같은 검색어를 루머성 검색어라며 삭제했다. 정유라의 연관검색어도 삭제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네이버는 이번엔 문재인에 불리한 연관검색어를 노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웃기게도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캠프의 윤영찬 SNS 본부장이 직전까지 네이버 부사장으로 있었다고 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뉴스에서 공정성 제기를 받자 2015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를 발족하고 뉴스 제휴 기능을 넘겼다. 그러나 불공정 논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제평위에서 기존의 주류 언론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인지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의 기사를 4000건 넘게 자기 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해 50점이 넘는 벌점을 받았는데도 벌점 8점에 해당하는 48시간 노출 중단 제재밖에 받지 않았다. 반면 〈노동자 연대〉 같은 저항 언론은 제평위 출범 이후에도 제휴를 거부당하고 있다. 제평위는 〈노동자 연대〉에 대해 “사실과 주장의 구분이 모호하며, 수용자 요소 부분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남겼다. 그런데 극우 인사 지만원의 5.18 북한군 침투설을 지속 유포하는 〈뉴스타운〉 같은 우익 매체는 여전히 뉴스 검색 제휴 매체다.

이뿐 아니다. 뇌물죄로 실형을 살고 있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15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재직 당시 네이버 법무이사에게 고등학생 딸의 논문 과외를 요청했다. 네이버 법무이사는 “이번 주는 ○○양이 바쁘다고 하시니 다음주 월화수요일에 저희 사무실에 방문하여 2시간여 정도씩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네이버는 대법원 부장판사의 아들도 인턴으로 특혜 채용했다.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꿈의 직장?

권력에 순응적인 네이버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꿈의 직장’이고 모든 열정을 개발에 쏟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네이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창업자 이해진은 2012년 3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NHN(네이버의 모기업)은 노동강도가 가장 약한 곳”이 됐다며, 노동자들이 직장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이후 네이버는 통근버스를 없앴다. 통근버스 시각에 맞춰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사내 동호회 지원도 중단했다.

201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성숙은 취임 전 인터뷰에서 “왜 운동선수가 더 뛰어난 성적을 위해 밤새 훈련하는 일은 칭찬받고 직장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야근하는 일은 흠으로 볼까요?” 하고 말했다.

이후 2017년 네이버는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2018년 초 노동자들이 받는 성과급은 삭감되고 지급이 지연됐다.

네이버 노동자들은 2018년 4월 노조를 설립하면서 “회사의 엄청난 성장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뒷걸음질치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는 노조 설립 후 폐지됐고, 책임근무제는 선택근로제로 완화됐다.

네이버의 역사는 인터넷을 지배하는 기업이 주류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며, 기존 기업들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네이버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