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부는 강릉 KTX 탈선 등 열차 사고를 빌미로 철도공사(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분야 분리, 관제권 박탈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SR 분리에 이어 철도 민영화로 나아가는 조처들이다. 이에 철도노조를 비롯한 제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은 4월 10일 ‘돈보다 안전, 민영화 안돼’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할 예정이다. 본지는 박흥수 철도노조 철도정책연구팀장(사진)을 만나 철도 민영화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박흥수 팀장은 《철도의 눈물》,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 《시베리아 시간여행》(모두 후마니타스 출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최근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떤 상황입니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죠. 그간 철도 기본 설계도가 한 20여 년 동안 민영화 프로세스를 전제로 한 거였고, 그 과정에서 [시설(시설공단)과 운영(철도공사)의] 상하분리 정책, SR 출범이 진행됐습니다.

SR은 이명박 정권 때 처음에 민간 경쟁체제로 만들려 했다가 문제가 되니까 박근혜 정권 때 ‘민영화는 아니다’ 하며 주식을 발행하는 주식회사로 출범했어요. 당시 주식은 언제든 매각 가능해지면 민영화로 가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안 마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현재 사학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이른바 국토부가 말하는 공적 지분이 들어와 주식이 분할된 상태입니다. SR은 코레일이 대주주인 자회사라지만 코레일과 SR은 형식적인 관계이고 SR은 전적으로 국토부 정책에 의해 존재하는 기업입니다.

박흥수 철도노조 철도정책연구팀장 ⓒ이미진

문재인 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말했고, 철도[부문]에서는 이것이 SR과 코레일의 통합이니까 그렇게 될 줄 알았죠. 장관도 정부도, 신임 사장도 통합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렇게 진행될 듯 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온 철도 정책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더 나아가 본심은 과거 정책이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시키니까 하긴 하지만 내부에서 김을 빼는 작업, 은근한 사보타주(고의적 방해)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말한 경쟁 효과는 허구였어요. 지방에 있는 승객은 수서역으로 직통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요금도 낮아졌다고 하는데 코레일은 낮아지지 않아 요금 혜택도 일부만 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계속 노정되고 있는데 고착화하려 합니다. 이를 더 두고 보자는 것 자체가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도 박근혜의 철도산업기본계획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주회사 코레일을 만들고 자회사로 분리하는 기본 설계도는 고치지 않고 있어요. SR 통합은 통합대로 막고요.

이런 현실을 볼 때 현 정권이 그간 추진했던 사회공공성에 반하는 정책이 구현되고 있는데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새로 부임하는 장관은 과거에 철도 정책관도 역임하면서 SR 분리 정책에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철도 개혁의 길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의 철도 민영화 정책(철도산업구조개편 방안)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명박근혜의 철도산업구조개편 방안은 중단된 적이 없어요. 계속 그 흐름 속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는 이 흐름을 바꿔 내야 하는 거예요. 2020년 이후 계획을 세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과거 정책이 변화되지 않은 거죠. 그것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코레일과 SR의 통합이에요. 이 통합이 추진되면 여러 정책이 수정돼야 해요. 그런데 SR 통합 의지도 없는 상황이므로 기존 정책이 진행되는 것이죠. SR이 알박기처럼 존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만약 민주당 정권이 계속되면 당장 주식 매각은 쉽지 않겠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쟁체제 효율성, 민영화를 주장하는 훨씬 시장주의적 정권이 들어서면 그때는 가속될 것입니다.

 SR 분리는 어떤 문제를 낳고 있나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코레일을 구조적인 부실 기업으로 계속 만들고 있는 겁니다. 알짜배기 노선의 수익을 SR이 가져가면서 결국은 그것이 코레일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막게 되는 거죠. 물류나 지방선 적자에 대한 교차보조를 코레일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이에 따른 구조조정은 압박을 더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PSO(공익서비스의무) 보상도 줄이고 있습니다. 결국 짜도 짜도 안 짜지면 죽음의 외주화 같은 것들을 확대하는 문제가 생겨날 것입니다.

SR을 통합하면 그 흑자로 지방선 환경을 개선하거나 낙후된 시설 보완하는 일에 적극 투자할 수 있어요. 현 정부가 말하는 청년 일자리도 늘리고 공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부흥할 수 있는 건데 이런 것을 하지 못하고 손발이 묶이는 거죠.

지금도 적자 증가를 이유로 지방선 운행 횟수가 축소됐고 앞으로도 더 심해질 거예요. 통합하면 코레일 요금도 인하할 수 있는데 요금 인하도 못하고, 안전시설 투자도 예산이 빠듯하니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SR은 배당금으로 수익이 나가는데, 통합체제라면 그 돈을 공공성 강화에 사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시설과 운영을 분리해 민영화의 큰 틀을 만들었지만 시설 유지보수분야는 분리를 못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안전을 위해 이 분야를 코레일에서 떼어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미디죠. 왜냐면 상하분리 당시 철도시설공단을 출범시키고 건설과 유지보수를 다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시설유지보수를 떼지 못한 것은 안전 때문이에요. 시설에 보수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운영자 기관이거든요. 기관사가 매일 다니는 선로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충격이나 진동이 느껴지면 바로 시설반에 연락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선로 공사를 하더라도 어느 시간대에 열차운행을 중단한다든지, 운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걸 분리하면 진짜 위험하다고 해서 분리를 못 한 건데, 이제는 안전 때문에 분리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국토부는 분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이 문제라고 보는 건데 사실 안전 문제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강릉선 사고 이후 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사실 사고 원인과는 다른 논리로 이러고 있는 거예요. 강릉 사고의 진정한 원인은 시설공단의 시공 문제였어요. 정부가 유지보수분야를 시설공단으로 넘기면 시설공단은 결국 관리 기능만 빼고는 외주화 유혹이나 압박을 많이 받게 될 겁니다.  

 국토부가 코레일한테서 관제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커지는 것 같은데요.

관제권 회수도 계속 추진해 오던 것입니다.

관제권을 철도공사가 수행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에요.

국토부는 철도공사의 기능을 분리시키고 관제를 독립시켜 열차 배분권을 강력하게 조절하게 되면 경쟁체제 활성화 근거가 되기 때문에 관제권을 회수하려 하는 것입니다. 여러 회사가 경쟁할 때 공정성이 제기되니까 관제권 분리 문제가 나오는 거거든요.

이렇게 되면 철도공사는 단순 운영기관으로 전락해 국책 공기업에서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죠. 

관제는 국토부가 책임이고 철도공사에 위탁을 준 것이므로 국토부가 맘 먹으면 수탁자가 바꾸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관제권 회수는 SR 분리 때 아주 많이 나왔다가 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있어요. 지금 관제권이 강조되는 것은 사실 SR과 코레일 통합은 없다는 의미에요.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이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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