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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중국 정부는 구속한 노동자·학생 석방하라

3월 26일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노조 결성·지지를 이유로 구속된 중국 노동자·학생 석방 촉구 기자회견’(민주노총 주최)이 열렸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건설노조·금속노조·전교조·공무원노조 등 여러 노조의 활동가와 정의당 국제연대당원모임, 국제민주연대, 노동자연대 등이 함께했다. 참가자 20여 명과 기자들, 관심을 보인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모여 대사관 앞이 북적거렸다.

구속자를 석방하라! 한국의 노동조합, 노동운동과 진보단체들이 중국 정부의 노조 탄압에 항의했다. ⓒ유병규

그런데 경찰이 기자회견 시작을 방해했다. 의경 수십 명이 대사관 정문을 틀어막았고, 경찰 간부들은 대형 확성기를 이용해 “통로를 막으면 안 된다”는 둥 “공공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둥 기자회견을 지연시켰다.

참가자들이 항의해 기자회견은 가까스로 시작됐지만, 경찰은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참가자들 앞을 가로막아 기자회견 현수막을 가려 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면서, 노동운동을 극심하게 탄압하는 중국 지배자들의 눈치를 이렇게나 많이 본다. 베네수엘라 과이도 지지 등 친미 행보를 걸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쓸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의 처지를 보여 주는 듯하다.

국제 연대

이번 기자회견은 구속자 석방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홍콩노총(HKCTU)의 제안으로 국제노총(ITUC)이 3월 25~31일을 “국제 연대 행동 주간”으로 설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국의 노조 연맹들이 여기에 호응한 것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자리 잡은 자스커지(佳士科技, Jasic Technology)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시도, 이에 연대한 중국 전역의 학생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광포한 체포·구금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이다(관련 기사: ‘중국 정부가 노동자 학생 운동을 탄압하다’, ‘중국 노동자·학생 활동가 탄압에 맞선 항의가 계속되다’). 그 후 세계 곳곳에 이 소식이 전해지며 연대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번 기자회견도 그런 국제적 행동의 일부였다.

ⓒ유병규

특히 한국의 조직 노동자들이 연대 행동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 구속자 석방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은 말했다.

“너무 분노스럽고 화가 납니다. 우리의 의사 표현은 정당하고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중국 당국도 아닌 대한민국 경찰이 기자회견을 방해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4명의 중국 노동자가 구속된 후 이들을 지지한 대학생·노동단체·엔지오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탄압·침탈·체포가 잇따랐고 현재까지 총 44명이 체포·구속·실종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민중총궐기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한상균 전 위원장이 구속됐을 때, 유엔은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는 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명목으로 구속됐으므로 ‘자의적 구금’이라 판단해 즉각 석방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노동자·학생에 대한 구속도 ‘자의적 구금’에 해당합니다.

[자스커지]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지, 왜 자본가의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지 엄중히 묻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행동에 나설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야만에 맞서 연대할 것”

공공운수노조 진기영 수석부위원장은 말했다.

“4명의 노동자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군중이 모여 사회 질서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기본권과 시민적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입니다. 중국 노조법은 중화전국총공회만을 공식 노조로 인정하고 있어 자주적으로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심각하게 제약돼 있습니다.

“결사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은 한국에서도 일어납니다. 따라서 중국 노동자·활동가·학생의 투쟁은 한국 노동조합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건설노조 김금철 사무처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가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홍콩 건설노조에 따르면, 구속자들은 심각한 인권 탄압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널리 알려 달라고 홍콩 동지들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야만적 현실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야만에 맞서 계속 연대할 것입니다.”

기자회견은 항의 서한을 대사관 우편물함을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중국 시진핑 정부에 대한 규탄과 중국 활동가들에게 대한 국제 연대는 더 확산돼야 한다.

올해는 톈안먼 항쟁 30주년이기도 하다. 30년 전 중국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덩샤오핑 정부를 향해 저항의 주먹을 날렸듯이 오늘날에도 그럴 수 있도록 아낌 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노조 결성은 죄가 아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국의 조직 노동자들이 연대 행동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유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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