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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 노동자들:
정규직화 외면하고 민간위탁 하려는 남동구청

문재인 정부는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포기했으며 민간위탁을 유지하려 한다. 한술 더 떠, 정부는 올해 공공시설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역주행에 나섰다.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 발표 이후 인천 남동구청(민주당 소속 이강호 구청장)은 직영으로 운영하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6월 1일부터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8년째 다문화방문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인천 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지회 정수정 조합원을 인터뷰했다.

다문화방문지도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결혼 이주여성과 그의 자녀, 중도입국 자녀(낳아 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데 이혼 후, 엄마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으로 이주한 아이)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결혼 이주여성에게 부모교육(단계에 맞춘 육아교육 지도)도 하고, 아이들의 학습교육(한글 교육, 학교 교과 관련 교육, 사회성 교육)도 하고 있어요.

발언하고 있는 정수정 조합원
그래서 자격증이 있어요. 한국어 선생님들은 한국어교원자격증이 있고, 부모와 자녀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도 관련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다문화 인구는 전체 결혼 가정의 8.3퍼센트이고, 출산율은 5.3퍼센트입니다.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은 전체 학생의 2.2퍼센트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국의 방문지도사가 1079명이 있습니다. 현재 인천의 모든 구에 다문화센터가 있어요.

이는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되었고 다문화 가족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가 이후에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문화 사업은 무엇보다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다문화센터 예산은 여성가족부가 70퍼센트, 시가 15퍼센트, 구가 15퍼센트를 지원합니다. 인천에선 [제가 일하는] 남동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위탁입니다. 전국의 [민간위탁된] 다문화센터는 빠른 시일 안에 직영화가 되어야 합니다.

인천 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모두 기간제 비정규직이고 주 16시간~20시간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라고 들었습니다.

2018년까지 매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근무 계약을 해 왔습니다. 올해부터 12개월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상시·지속 업무인데도 매년 기간제로 일해 온 거죠.

2017년까지는 시간당 1만 2500원을 받았습니다. 2018년과 올해 각각 겨우 [시급이] 몇백 원 인상되었습니다. 제가 올해로 8년차인데 호봉이나 근속수당 같은 것은 한 푼도 없고, 6년 간 시급이 1만 2500원으로 동결됐습니다. 여기에 교통비로 하루 4500원 정도 받습니다. [그래서 주 16시간 근무하는 방문지도사들은 월 급여가 80만 원밖에 안 된다.]

지난해 8월 노조 결성 및 활동으로 올해부터 처음으로 명절 수당(연 30만 원)과 매달 식사비(5만 원)를 받고 있습니다. 처우가 매우 열악하죠.

3월 20일 인천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위탁운영 반대 기자회견 ⓒ제공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인천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지회

동지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인데 오히려 남동구는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다문화방문지도사 선생님들이 온라인 밴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각 센터마다 상황이 달랐는데 우리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인천 남동구에서 노조를 만들고 구청에 처우 개선을 요구했어요. 그리고 노조를 만들면서 저희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1단계 전환 대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까지 구청이나 다문화센터 어느 곳에서도 이에 대해 알려 준 바가 없어요. 그래서 정규직 전환도 같이 요구했죠.

그런데 다문화센터의 내근직(사무직)은 2018년 1월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저희는 안 된 거였어요. 내근직은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전환을 했다는 거에요. 저희 방문지도사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한 선례가 없으므로 시켜줄 수 없다는 거에요. 웃기죠.

최근에 남동구청은 저희가 10개월 계약직이어서 전환 예외 사유였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러나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저희 방문지도사 일자리는 향후 2년 이상 지속되리라 예상되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이므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예시 직종으로도 나와 있어요.

심지어 여성가족부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처우 개선비도 내려 왔었는데, 남동구청이 반납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2017년 7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단계 대상인 저희들을 당장 전환했어야 하는데도 속여 온 거죠.

올해 전국에서 최초로 창원에서 방문지도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선례가 생겼으니 우리도 이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되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민간위탁으로 전환을 하겠다는 거에요.

인천 남동구청은 민간위탁 전환 방침이 여성가족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던데요.

저는 남동구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봐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따라 직영 또는 위탁운영 모두 가능하게끔 돼 있다’라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지침이에요. 그런데 사실 여성가족부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거죠. 여성가족부가 ‘가이드라인 상 상시·지속 업무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라고 지침을 내려야죠.

문재인 정부가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해서 뽑았어요. 그런데 약속과 달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가 겉으로는 ‘노동 존중’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민주당 소속인 지자체장들 시켜서 직영을 위탁으로 바꾸면 안 된다고 봐요. 저희의 민간위탁 전환 사례가 다른 곳의 선례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2015년에 원래 민간위탁이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직영으로 전환됐다고 들었습니다. 직영 전후를 모두 경험하고 계신데요, 왜 직영화가 필요한가요?

민간위탁일 때는 저희에게 무보수 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집으로 방문하는 수업도 있지만, 대상자들을 센터 교실로 집합해서 하는 수업도 있어요. 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방문지도사들에게 센터 교실 수업을 무료로 요구했어요.

그리고 민간위탁업체에서 기부금을 마련한다며 바자회를 열었는데, 저희에게 얼마 이상 구매를 강요했어요.

동일한 예산을 갖고 민간이 운영을 하게 되면, 이익을 내야 하고 직영으로 운영할 때는 나가지 않는 관리비 등이 나가기 때문에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등에서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어요.

직영으로 전환된 이후에 저희가 교육하는 분들로부터 ‘센터가 좋아졌어요. 서비스가 더 좋아졌는데 무슨 일 있어요?’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희들도 바자회 등 업무 외의 일에 동원되지 않아 좋아요. 지도사, 대상자 모두 만족감이 높아졌어요.

그런데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처우가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서비스 질이 하락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문화 사업은 이주 여성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도와주는 것이고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하는 등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사업이에요. 따라서 이 사업은 효율성을 중시해선 안 되고 공공성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민간위탁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민간위탁 철회하라!" 집회 중인 노동자들 ⓒ제공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인천남동구 다문화방문지도사지회

민간위탁 전환 반대 활동과 바람을 얘기해 주세요.

3월 18일부터 구청 앞 아침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3월 20일엔 남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3월 25일부터 결혼 이주여성분들과 내근직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같이 약식 집회를 하고 있어요.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남동구청 바로 옆에]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런데 위탁으로 전환하게 되면 한국인도 찾아가기 불편한 아주 구석진 곳으로 센터를 옮긴다고 해요. 센터에 오는 분들은 한국말을 몰라서 버스 타기 매우 어려워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옮기게 되면] 센터의 교실도 매우 작아져서 학생들도 다 들어갈 수 없어요. 교육 대상자들도 직영으로 바뀌고 나서 좋아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옛날[민간위탁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까 이분들도 ‘우리는 싫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에요.

결혼 이주여성분들과 자녀들이 센터를 오가면서 민간위탁 전환과 센터 이전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 중 몇몇 분들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을 모아서 약식 집회에 동참하고 있어요. 저희들도 깜짝 놀랐어요.

저희와 센터는 1월 14일에 올해 근무 기간을 12월 31일까지 하기로 계약을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니, 구청이 완전히 사기친 거에요.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 발표 시기와 남동구청의 민간위탁 전환 방침 발표 시기[2월 중하순]를 보면,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노동이 당당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