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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항쟁으로 20년 독재 퇴진!:
‘아랍의 봄’이 다시 올까?

2월 말 알제리에서 장기 집권한 대통령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의 5선 연임 시도에 맞서 대중 항쟁이 분출했다. 공휴일인 매주 금요일마다 수십만 명이 알제리 수도 알제시(市) 거리를 가득 메우며 한 달 넘게 대중 항쟁을 벌였다.

3월 31일에 100만 시위로까지 커진 항쟁에 직면한 부테플리카는 결국 4월 2일(현지 시각) 4월 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년 장기 집권을 종식하고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1962년 이래 50년 넘게 알제리 정치를 지배한 집권 세력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부테플리카 퇴진은 개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 프랑스 제국주의도 당황케 했다.

이제 알제리 노동자 대중은 한 발 더 나아가려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하게도, 노동자 투쟁이 운동에서 주도적 힘을 발휘했다. 항공·항만 부문에서 시작된 노동자 파업은 섬유·운송 산업으로 번지더니 석유·천연가스 등 주요 산업 부문으로 확대됐다. 노동자들은 어용 노동조합 지도부를 거슬러 비공인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2011년 아랍 혁명(‘아랍의 봄’)의 유명한 구호였던 “민중은 정권 퇴진을 원한다”와 함께 “알제리의 부를 재분배하라”라는 구호가 파업 현장에 울려 퍼졌다.

알제리 항쟁은 수단·튀니지·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에서 최근 몇 달 들불처럼 솟구친 노동자 투쟁을 배경으로 분출한 것이다. 이집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북아프리카를 휩쓰는 투쟁 물결을 분석하며 교훈을 짚어 본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가 추가한 것이다. 

대중 운동의 새 물결이 몇 주째 알제리를 휩쓸고 있다. 수단에서도 3개월 동안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투쟁을 살펴보면, 정권이 처한 구조적인 정치·경제 문제 때문에 아래로부터 대중 저항이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단과 알제리에서 분출한 대중 항쟁은 아랍 대중들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아래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들을 살펴볼 것이다.

2011~2013년 아랍 혁명 이후 다시 시작된 북아프리카 대중 투쟁 물결 알제리 항쟁이 승리한다면, 이는 알제리를 넘어 이집트 등지에서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출처 OMAR-MALO(플리커)

대중 혁명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아랍의 독재·반혁명 세력은 2011~2013년 아랍을 휩쓴 ‘아랍의 봄’ 물결을 [물리적으로] 꺾기 위해서만 애쓴 것이 아니었다. 혁명을 택하면 대중에 끔찍한 미래만 있을 뿐이고 결국 [혁명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황량한 이데올로기적 전망을 강요하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수단과 알제리에서 대중 [운동]이 정치의 장에 귀환한 것은, 혁명이 아직도 대중의 정치적 선택지에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실, 혁명이야말로 개혁될 수 없는 정권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알제리 대통령 부테플리카는 군 장성과 대기업 사장들의 부패한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자이고, 수단 대통령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는 피투성이 내전에 책임 있는 정권이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고강도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는 자다.

수단과 알제리에서 대중 항쟁이 분출한 지금, 모로코에서도 직능조합과 노동조합들이 동참한 강력한 시위가 분출하고 있다. 튀니지에서도 대규모 노동자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도 삶의 조건이 악화하는 데 맞서 대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요르단에서도 2018년 6월 대중 운동이 벌어져 국왕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고, 그보다 전에는 팔레스타인에서도 대규모 항쟁이 벌어졌다. 이집트와 다른 나라들에서도 분노가 자라나고 있기 때문에, 지배자들의 상황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아랍 혁명은 패배에 신음하고 있지만, 여전히 혁명의 기억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교훈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혁명이라는 유령이 아랍 독재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수단과 알제리에서 운동이 중요한 승리를 쟁취하면, 희망과 자신감의 물결이 아랍 전체를 휩쓸 것이다.

정치에서 경제로, 경제에서 정치로

수단과 알제리에서 항쟁이 분출한 데는 기성 언론들이 다루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수단에서는 알바시르 정권이 빵 가격을 세 곱절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 항쟁이 분출하는 방아쇠가 됐다. 하지만 2018년 12월 19일에 항쟁이 시작된 이래, 대중의 분노는 눈깜짝할 새 정권 퇴진 요구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지난 30년 동안 빈곤만 낳은 살인마 알바시르 정권과 타협·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선언했다. 대중은 요구했다. “잔말 말고 물러나라.”

알제리에서는 부테플리카 5선 출마 반대 구호가 신속하게 실업 문제 해결을 비롯한 사회적 요구들로 번졌다. 여기에 더해, 턱없이 비싼 [생필품] 가격과 만연한 빈곤·부패에 대한 항의 시위도 있다.(알제리인 넷 중 하나가 빈곤선 이하에 산다.) 운동은 [사회적 요구들을 제기하면서도] “정권 퇴진”도 계속 요구했다.

수단과 알제리에서 대중운동이 광범해졌기 때문에 [운동이] 경제에서 정치로(빵 가격 인하에서 수단 정권 퇴진으로), 정치에서 경제로(5선 연임 반대에서 알제리의 사회적 요구로) 확산될 수 있었다.

운동의 폭이 넓어져 경제·사회 영역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본격적으로 투쟁이 촉발됐다. 독재자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상황이다.

두 나라 모두에서 운동이 원칙으로 삼아야 할 과제 중 하나는, 투쟁의 정치적·경제적 전선을 온전히 통합하고 체제 자체를 뒤엎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의 꼼수에 맞서

노골적 탄압, 협박, 왜곡, 사기성 ‘양보’들이 모두 벌어지고 있지만 수단과 알제리에서 항쟁은 계속 커지고 있다.

수단에서 항쟁이 시작되고 알바시르 정권은 “외부세력”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알바시르는 시위대가 “음모[세력]”와 결탁해 있다고 경고하며 수단에 가해진 경제 제재들을 언급했다. 혁명가들을 협박하기 위해서였다.

알바시르는 의회가 정권의 임기를 연장한 조처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사기성 농후한 ‘양보’를 하기도 했다. 바로 같은 날(2월 22일) 밤,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의 도시에서 80여 개 집회를 벌이고 행진했다.

시위대와 파업 노동자들은 수단 전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수단 항쟁은 정권이 30년 넘게 구축해 왔던 권력의 신화를 박살내고 있다.

알제리 부테플리카 정부는, 2011년에 퇴진당한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했던 것과 비슷한 주장을 되뇌고 있다. [선거 후보 등록을 했으면서] “선거에 출마할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부테플리카는 [3월까지만 해도] 1년 동안 더 권좌에 머무른 후 조기 선거를 치르고 개헌과 사회 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부테플리카는 4월 안에 퇴진하겠다고 한 걸음 더 물러서야 했다.]

알제리 항쟁은 1992~2002년 [내전기인] “암흑의 10년” 신화도 무너뜨렸다. 오랫동안 부테플리카 정부는 이슬람구국전선 세력이 집권하거나 부테플리카의 지배에 도전하면 “암흑의 10년”이 재래할 것이라는 협박을 되풀이해 왔다.

1990년대 내내 알제리 국가는 ‘이슬람구국전선(ISF)’과 연계된 세력을 상대로 잔혹한 전쟁을 벌여 왔다. 이 내전은 1991년 알제리 총선에서 이슬람구국전선이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자 군부가 선거를 취소해 버린 것 때문에 벌어졌다.

수단과 알제리의 운동이 각 나라에서 지배계급의 꼼수에 속아 넘어가면 정권의 잔혹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오랜 투쟁이 결실을 맺다

위대한 대중 항쟁은 절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정권에 맞서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벌인 힘겨운 투쟁들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수단 대중은 알바시르 정부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2012년 6~7월에 정부의 가혹한 경제 정책에 맞서 수만 명이 들고 일어났다. 2013년 9월에도 수단 곳곳의 도시들로 시위가 번졌다. 알바시르 정부는 이 시위를 잔혹한 폭력으로 진압해 약 200명을 살해했다. 시위대와 파업 노동자들은 이번 항쟁이 분출하기 전에도 몇 년 동안 중요한 도전을 해 왔다.

알제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제리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파업을 벌인 역사가 있다. 그중에 2018년 정부의 임금 정책에 맞서 수많은 보건·교육 노동자들이 벌였던 파업들이 가장 중요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투쟁들이 누적되지 않았다면, 지금 알제리와 수단에서 벌어지는 항쟁들이 이토록 강력하고 끈질기게 맹위를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보면, 대중 항쟁이 분출하려면 오랜 시기에 걸친 수많은 전투로 투쟁을 축적해야 함을 다시금 알 수 있다. 그런 개개의 투쟁이 아무리 한계가 있어 보일지라도, 그런 투쟁들의 성과가 아무리 작아 보일지라도 말이다. 지금 이집트의 운동은 바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계급의 구실이 결정적이다

수단인들이 벌이는 영웅적이고 끈질긴 항쟁의 핵심에는 노동조합 8곳의 연합체인 “수단직능인협회”가 있다. 바로 이들이 알바시르에 맞선 시위와 파업을 매일같이 주도하고 있다.

한편, 알제리에서는 노동조합 일부가 부테플리카 정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두 나라 모두에서 정부에 맞선 항쟁이 커지는 데 대규모 거리 시위가 중요한 구실을 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종류의 도전은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정부가 행진과 시위를 오랜 시간을 들여 계속 탄압할 위험이 있다.

두 나라 모두에서 다수 부문 노동계급이 단호히 나서 무기한 파업을 벌여 생산을 멈춰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야 두 나라 모두에서 정권에 중대한 균열을 낼 것이다.

대규모 행진을 계속 키우며 굳세게 항쟁을 이어 왔기 때문에 정권이 더 잔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노동계급이 행동을 계획해 직장에서 투쟁을 벌여 정권을 무릎 꿇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