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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년 — 문재인 2년 동안 수사·처벌은 제자리걸음

세월호 참사 4년에 열린 약속 다짐 문화제 ⓒ조승진

다시 4월이 왔다.

304명의 희생자들을 끌어안고 속절없이 침몰하는 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침몰하는 국가”를 봤다. 그리고 희생자들에게 돈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인 안전 사회를 꼭 만들어 보이리라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정에서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세월호 참사는 이윤 우선주의의 야만과 냉혹함, 부패한 우익 정권이 노동계급의 목숨을 얼마나 천대하는지 등을 집약해 보여 준 사건이었다. 그뿐 아니라, 세월호는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을 돕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을 대량 실어 나르던 배였다.

박근혜는 이런 체제를 유지하는 데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악한 지배자였다. 박근혜는 참사 이후에도 제2의 참사를 낳을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행했고, 유가족을 끊임없이 멸시·탄압했다.

무엇보다 “돈보다 생명”을 자꾸만 상기시키는 세월호 참사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 안간힘을 썼다.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발표한 CCTV 녹화 기록 조작 의혹은 이와 연관 있을 수 있다.

이런 악행들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 항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박근혜 측근이자 ‘세월호 적폐’인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이 되살아나 날뛰고 있는 현실이 분노스럽기 그지없다.

말뿐인 변화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덕분에 진상 규명이 한 걸음 진전했고, 일부 미수습자의 유해가 발견됐다.

‘세월호 7시간’의 윤곽이 드러났고, 박근혜를 비롯한 ‘인간 적폐’들이 구속되거나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바뀐 정부한테서 더는 모욕당하지 않았고, 집회도 방해받지 않았다.

5년 전 304명에게 했던 약속 '돈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꼭 만들어 보이리라' ⓒ조승진

그러나 유의미한 변화는 안타깝게도 거기서 멈춘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와는 달리 유가족을 대했지만 세월호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은 당선 직전이던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직접 진상 규명 기구를 가동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한 뒤에는 은근슬쩍 “국회를 믿는다”며 약속을 물렀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2기 특조위법)을 원안에서 대폭 후퇴시켰다.

결국 지금 활동 중인 사회적참사 특조위(2기 특조위)는 권한 면에서 1기 특조위와 별로 다를 게 없게 됐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검찰 내 특별 수사단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검찰 수사는 정부가 마음 먹으면 곧장 진행될 수 있는 문제다.

책임자 처벌도 더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경 내 참사 책임자들 중 문재인 정부 하에서 고위직으로 복귀한 자들도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안전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해상 사고부터가 더 늘었는데(그림 참조),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고 기형인 배들이 여전히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자 ‘제2의 세월호’라고 불렸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은 선사가 여전히 운항하고 있는 개조 선박 27척을 폐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계속됐고 산업재해도 도리어 늘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던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24살 청년 고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처참한 모습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하청 노동자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해 개정됐다지만 곧바로 태안 화력에서 또다시 컨베이어 벨트 협착 사고가 발생했고,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도 산재 사망 행렬이 계속됐다.

이윤 우선주의에 도전해야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라며 정권을 교체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그 염원과 기대는 번번이 뒤통수만 맞았다.

유가족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좀더 온화해 졌지만,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결국 박근혜가 지키고자 했던 그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대형 참사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조처를 실행하려면 정부의 ‘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의 방향을 거슬러 이런 결정을 할 뜻이 전혀 없다.

세월호 참사 5년, 문재인 정부 2년을 돌아보며 얻어야 할 교훈은 304명 희생자들에게 약속했던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는 민주당 정부나 국회로부터 선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투쟁의 정치적 상징물이었던 광화문 천막과 분향소가 철거된 것은 매우 아쉽다. 세월호 투쟁은 ‘이제는 기억 속에 남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다른 참사들과 연결돼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노동운동과 연결돼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향한 투쟁을 강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