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LNG 고부가가치선 한 척 수주”, “열흘 만에 2척 추가 수주”, “세계 최초의 쇄빙LNG선 4척 동시 인도”….

지난해 “수주 잔고 세계 1위”를 기록한 대우조선이 올해도 수주를 늘리고 있다.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한때 5000퍼센트가 넘던 부채비율을 200퍼센트대로 낮췄다.

지난 4년간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희생을 강요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일자리 2만여 개가 줄었고, 임금 삭감, 각종 복지 후퇴, 노동강도 강화 등이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이런 구조조정 속에 피땀 흘려 가며 일한 결과, 자본 잠식 상태였던 대우조선은 흑자로 돌아섰다. 얼마 전 사퇴한 전임 사장이 ‘일손이 모자라 인력 감축을 못 하겠다’며 지난해 말 정부와 갈등을 빚었을 정도로 수주 잔량도 늘었다.

그런데 상황이 호전된 지금, 정부는 대우조선을 민간에 팔아넘겨 다시 노동자들을 불안정으로 내몰려 한다. 노동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해 회사를 살려 놨더니, 다시 노동자들을 내치는 것이다.

수주가 호전됐는데도 또 희생하라고? 3월 22일 상경 집회에서 행진 중인 대우조선 노동자들 ⓒ이미진

거짓말

최근 산업은행장 이동걸은 “회사의 일원인 근로자도 대우조선 부실에 책임이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조선업 정책이나 기업 경영에 왈가왈부 말라’던 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더구나 그저 묵묵히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 낸 노동자들에게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져야 한다. 대우조선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는 이번 매각이 고용 위협과 거리가 멀다고도 말한다. 최근 현대중공업 사측도 “(현대중공업의) 유휴 인력을 대우조선으로 전환 배치 안 하겠다”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이 노동자들과 지역민의 반발을 의식해 내놓은 말들은 거짓말투성이다.

고용 안정 약속의 이면에는 “경쟁력 제고”를 단서로 달았다.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일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의 “동일 조건”이라는 미명 하에, 지금 대우조선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대규모 순환휴직이나 분사·외주화 같은 공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에서 이미 조선업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과잉 설비·인력 조정, 대우조선 민영화와 구조개편(M&A)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번 매각이 대우조선의 원하청 노동자, 연관 기자재 산업의 노동자 등 수많은 일자리, 지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 내에서도 일부 사람들이 ‘대우조선 매각은 중소 기자재업체를 위협하는 문제이지,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고용과 단협을 승계할 수 있어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틀린 진단인데다, 실질적 불안감을 느끼며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찬물 끼얹는 소리’로 들릴 법하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대체로 ‘매각 반대’ 요구를 꺼리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묵묵히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 낸 노동자들 ⓒ이미진

정부 책임

금속노조 지도부의 일부는 매각 반대 요구가 “산업은행 (소유·관리)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것이고, 그러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지받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산업은행 소유의 국유기업을 사기업에 팔아넘겨 일자리 보호의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것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 수 있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민간기업이야 이윤을 좇아 행동하더라도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조건에서 일할 권리를 보호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감도 크다.

더구나 정부 소유 기업을 현대중공업이라는 재벌 기업에 거의 공짜로 넘겨주겠다니, 정치적 명분도 없다.

노동운동은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대우조선 매각 철회, 민영화 철회를 전면에 걸고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은 정부가 대우조선을 영구적으로 소유·운영하는 것, 즉 영구 공기업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 대우조선처럼 향후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임시 관리체제(일시 국유기업)와는 다른 것이다. ‘일시 국유기업’의 경영 목표는 민영화를 위한 “경영 정상화”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정부는 대우조선을 영구 공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 대우조선은 이미 국가 소유 기업이고, 정부는 지금까지 13조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런 돈은 현대중공업에 헐값 특혜로 주는 게 아니라 수십만 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사용돼야 한다.

정부는 자국민의 고용과 생존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 더구나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고용 보장의 책임을 져야 한다.

4월 3일 대우조선지회와 민주노총, 노동사회단체들이 ‘재벌 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연대를 선언했다. 대책위는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전국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해 달라는 대우조선지회의 요청에 응답해 결성됐다. 그런 만큼 매각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연대를 모아 내려 애써야 한다.

특히 대책위는 일자리를 저버리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 방기를 제기하며 정치 이슈화해야 한다. 이것이 대우조선 노동자들 자신의 단호한 저항과 맞물리면,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고 대우조선 매각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