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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베네수엘라 진보 정권 전복 돕겠다고 300만 달러 쓴다

4월 5일 오후 문재인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에 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베네수엘라에 100만 달러, 주변국에 머무는 베네수엘라 난민 지원에 200만 달러)

그러나 이 지원의 의미는 “인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인도적’ 지원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친미 우파 후안 과이도의 정권 전복 시도를 정당화해 왔다.

과이도와 야당 세력들은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아니라 자신들만이 서방에서 지원금과 물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자신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생필품 매점매석·투기·밀반출로 서민 경제 파탄을 부추겨 왔으면서 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역시 그런 명분으로 제국주의적 개입을 확대하려 한다. 3월 26일 미국 국방장관 대행 패트릭 섀너헌은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군사 개입이 “사활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지원 결정은 미국의 개입 시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4월 4일 미국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 15명은 문재인 정부 발표와 매우 유사한 골자의 법안을 발의했다(베네수엘라에 2억 달러, 주변국에 2억 달러 지원). 여기에는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베네수엘라인들에 대해서는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베네수엘라 지원을 위한 국제 공조 기구를 창설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 진정한 속내는 3월 25일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같은 취지의 법안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 법안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타국(러시아)의 개입을 단속하기 위해 국무부와 중앙정보부(CIA)의 개입을 촉구하고, 마두로 정부에 경찰용 시위 진압 장비 수출을 금지한다.

제국주의 개입 동참

지금 미국은 베네수엘라 봉쇄와 압박을 강화하며 개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 기성 지배계급의 견해를 반영하는 〈뉴욕 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더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 [미국의 압박에 맞서] 마두로 정부가 무한히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에 치달으리라는 명백한 사실을 베네수엘라 군부가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강조는 인용자)

이런 점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지원”은 베네수엘라 민중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문재인)고, 베네수엘라 운명의 주인은 트럼프 정부와 친미 우파인가? 게다가, 한국의 난민들은 박대하는 문재인 정부가 베네수엘라 “이주민, 난민[들을 돕기 위해] ... 인도적 위기 상황의 해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도 위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 편에 서면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 완화에 이로우리라는 심산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공세적 개입에 성공해 자신감을 키우게 되면, 라틴아메리카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 곳곳에서 더 기고만장하게 제국주의 개입에 나서려 할 것이다. 갈등이 완화하기는커녕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이 계승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경험이 그 사례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들며 파병까지 했지만, 이후 미국의 강경한 대북 압박으로 동북아 정세는 악화했고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국내적으로도 제국주의 전쟁 동참은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베네수엘라인들의 빈곤과 고난을 진정으로 완화하려면, 미국 제국주의와 베네수엘라 야당들에게 도움 될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부터 모두 중단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에 필요한 것은 외세의 간섭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이다.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제국주의적 간섭에 동참하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