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4월 3일 재·보선 직후 “민주진보개혁 단일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승리는 우리 당의 승리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바로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런 아전인수 해석은 재·보선 참패의 충격을 감추고 단일화를 빌미로 정의당의 협조를 받아내려는 의도이다.

“앞으로 여 후보가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위한 민생 정치에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같은 논평)

언론들은 서로 다른 속셈으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의 당선을 “범여권 후보의 당선”으로 취급한다. 친민주당 측은 자유한국당의 상승세를 가리려고, 우파 언론은 노동계 진보 정당이 당선한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해서이다.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정의당 여영국 의원 ⓒ출처 여영국 캠프

민주당은 애초 이번 재·보선(국회의원 2곳과 기초의원 3곳)에 후보 4명(국회의원 2곳과 기초의원 2곳)을 냈다가 창원에서 중도 사퇴해 총 3명이 완주했다. 이 후보들 모두 큰 표차로 떨어졌다.

그런데 바로 이 선거구들 대부분이 (경북 문경군을 빼면) 지난해 전국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선전했던 곳들이다.

창원 성산구와 통영시·고성군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나 허성무 창원시장 모두 크게 앞섰었고, 이 지역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한국당과 1~2위를 다투며 대부분 당선했었다.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도 민주당 차지였다.

그런데 1년 만에 민주당은 이곳들에서 참패하고 심지어 창원에서는 (군소정당이라고 무시하던 정의당에 밀려) 단일 후보도 못 됐던 것이다.

물론 이 지역구들에서 전통적으로 한국당이 강세였고 지난해 지방선거가 예외였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유시민이 이런 주장을 편다.

그러나 그런 분석은 한국당이 전통적 강세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세력을 회복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부분적 답일 수는 있어도 민주당의 이번 재·보선 참패가 별일 아닌 것처럼 볼 근거는 못 된다.

누군가는 노무현 정부 말기의 악몽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는 44년 만에 첫 과반수 여당이 됐다가 이후 선거마다 참패하고 분당되기까지 하며 몰락했다.

이번에 민주당은 호남에서도 패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기초의원)도 지난해 민주당 당선 지역구였으나 이번에 민주평화당 후보가 크게 이겼다.

최근 문재인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 기록을 매주 경신하는 상황이다. 1년 새 바뀐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이 단일 후보였다면 창원에서도 한국당이 이겼을 것이다. 정의당이니까 지지를 더 받은 것이다. 정의당조차 강한 ‘반문재인 정서’ 때문에 어렵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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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경제 침체가 더 심해지고 북·미 회담이 틀어진 탓도 있지만,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스스로 박근혜가 하던 노동개악과 친기업 규제 완화를 이어 받으며 촛불 염원을 내팽개친 탓이 결정적이다.

게다가 이전 정부들과 다를 바 없는 부패도 계속 보여 준다. 가령 부동산 잡겠다던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10억 원 넘게 대출을 받아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빌딩을 샀다. 이런 일들을 청와대 간부가 옹호하기까지 한다.

바로 이런 일들을 배경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어 왔다. 당의 공식 논평과 달리, 당대표인 이해찬이 “겸허, 엄중, 무거운 책임감” 식으로 말을 아낀 이유다. 그 와중에도 ‘책임감 있게 노동개악에 앞장서자’고 말한 것은 이 당이 어느 계급에게 책임지는 당인지를 드러낸다.

요컨대, 지금 국면은 경제 침체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공식 정치(정부와 국회)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는 한편, 노동자 투쟁이 활성화되고 중도파 정부는 약화되며 우파 지지율은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는 좌우 양극화 추세가 현 상황의 배경임을 보여 준다.

물론 우파 회복 탓에 한국당 정치인들의 망발을 더 많이 보게 된 것은 불쾌한 일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바른미래당의 한국당 출신들이 동요하고 내분을 겪는 것도 이런 상황의 반영인 듯하다.

다만 아직 위기의 추세들이 무르익진 않은 듯하다. 반사이익을 얻은 한국당의 회복 추세가 아직 불안정하다. 

한국당은 패배한 선거였던 2016년 총선 수준 정도에도 다시 이르지 못했다. 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지만, 아직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초기 수준이고, 한 달째 정체 상태다.

여러 망언 소동에서 보듯, 중도층에서조차 반우파 정서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비리 문제로 황교안, 홍문종, 김성태, 권성동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창원 성산 선거는 노동 정치 기반이 닦여진 곳에서는 노동계 출신 진보 정치인이 우파의 맞상대로 나서 선택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는 시사적이다.(아마 이 때문에라도 주류 양당은 선거제 개혁에 더 열의가 없어질 것이다.)

그동안 이런 양극화는 공식정치(국회 내 공방이나 선거 등)에서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승자독식 소선거구제 등)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결로 왜곡돼 반영돼 왔다.

이번에 민주당이 얻을 수 없었을 표를 정의당이 얻은 건 민주당의 개혁 배신과 노동개악에 실망하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지지 덕분일 것이다.

물론 정의당에 투표한 노동자들 중 비중 있는 일부는 꽤 고심하다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정의당과 민중당의 단일화가 안 된 점, 그런데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해 버린 점, 그럼에도 한국당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점 등 사이에서 말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협력해 선거제 개혁과 적폐 청산 개혁을 이뤄 보겠다는 정의당 지도자들의 딜레마가 더 커질 듯하다. 어떤 지역은 민주당과의 공조나 선거 단일화가 득표 계산에서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최근 3년간 치러진 전국 선거에서 정의당 득표가 상승한 것은 직간접으로 노동자 운동의 활성화 덕분임을 정의당 지도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것에 더 진지해져야 한다.

좌파는 노동자 투쟁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공식정치 지형의 우경화와 노동개악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진보·좌파 정당들 중 어디를 지지하든 현장에서 함께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