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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안성식품물류센터 계약해지 철회 투쟁:
화물연대 인정하고 계약해지 철회하라

국내 최대 규모 농식품물류센터인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이 농성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새벽에 화물차로 과일, 야채 등 농식품을 수도권, 강원도, 충북으로 운송하는 노동자들은 그 동안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노예 같은 신분 때문에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리고 사측의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 했다.

4월 13일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협물류 노동자들 ⓒ이미진
농협물류 화물 노동자들의 농성장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철구

박노식 화물연대 농협물류안성분회장은 말한다. “농협물류의 연간매출액이 3500억 원이고, 영업이익이 100억 원인데, 지난 10년간 임금이 동결됐습니다. 명절 전에는 15일간 휴무도 없이 일해야 하는데, 쓰러지지 말라고 고작 빵과 우유가 나옵니다.”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에 가입하니 자신들을 멸시하던 사측이 갑자기 “사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저희는 농협물류의 업무 지시를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평가도 받고요. 매주 세차를 해야 하고, 복장도 준수해야 합니다. 배차 거부를 할 수도 없습니다.”

‘농산물 유통혁신의 메카’로 불리고 최신 자동화 시설을 자랑하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다.

“새벽 1시에 집에서 나와서 한 달에 1만1천 킬로미터를 달립니다. 임금 306만 원을 받지만, 차량 유지비, 보험료, 지입료를 내고 화물차의 감가상각비까지 계산하면 150만~160만 원밖에 받지 못하는 겁니다.”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장시간 운전을 하다 올 1월 20년 넘게 운전한 베테랑 노동자가 과로사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안성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장시간 운전으로 누적된 피로가 졸음운전,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산재보상금도 주지 않았다.

배차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벼룩의 간’을 빼먹 듯, 가뜩이나 빚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에게 돈을 빌려 달라거나 금품을 요구해 왔다. 말 잘 듣는 노동자에게는 가까운 배송처로 배차하고,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최장거리로 보복성 배차하는 등의 횡포를 일삼아 왔다.

한 노동자는 말한다. “편파배차, 보복배차, 악의에 가득 찬 모멸적 언행, 동료 노동자들 간의 이간질…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잔인한 보복이고, 우리들의 나약함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파했습니다.” 결국 안성농식품물류센터 화물 노동자 140명 중 81명이 화물연대에 가입해 투쟁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연대가 확대돼야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20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 10년간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이 삭감된 것을 되돌려 놓으라는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사측은 5퍼센트 인상을 고수했고, 노동자들은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사측은 갑자기 화물연대를 탈퇴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하겠다고 협박했다. 지난해 10월 평택센터 노동자들이 농협물류 최초로 화물연대에 가입해 임금을 8퍼센트 올렸는데, 사측은 평택에 이어 안성물류센터까지 노조가 결성돼 전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안성물류센터는 농협물류의 허브 구실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 31일 81명을 계약해지하고, 4월 5일 직장폐쇄까지 감행해 안성물류센터 노조를 파괴하려 한다. 사측은 악랄하게도 마땅히 지급해야 할 3월 임금과 노동자들이 이미 카드로 결재한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조차 지불하지 않고 있다.

사측이 물류센터를 임시로 평택으로 옮기자 노동자들은 평택물류센터 앞에서 농성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지난해 노조를 결성한 평택물류 노동자들이 연대에 나섰다. 노장희 화물연대 농협물류평택분회장은 “우리는 안성 노동자 계약해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4월 17일 하루 운송을 거부했습니다” 하고 말했다.

연대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전국협동조합노조(농협노조와 축협노조가 통합해 결성한 산별노조), 농협유통노조 등에서 연대에 나서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투쟁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중요한 쟁점이 돼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농협물류 안성분회 임상빈 조합원은 문재인을 비판했다. “문재인이 이럴 줄 몰랐습니다. 문재인이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하겠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제 자본가 편을 들고 있습니다. 문재인이 자본가 편을 드니 자본가들이 이렇게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화물연대는 이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평택에서 4월 19~20일 전국의 확대간부 수백 명을 동원해 1박 2일 집중 노숙 농성 투쟁을 전개한다.

이 투쟁이 승리하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투쟁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하자.

4월 13일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협물류 노동자들 ⓒ이미진
농협물류 화물 노동자들의 농성장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철구